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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실종 넘어 ‘진공 상태’ 빠진 22대 국회 두 달···여야 합의 법안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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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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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0일 개원 2개월을 맞는 22대 국회가 ‘처리 법안 0건’을 기록하며 대치 정국을 이어가고 있다. 두달간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안은 한 건도 없다. 민생·쟁점 법안을 가리지 않고 법안 자체에 대한 여야 협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치 실종’을 넘어 진공 상태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5월30일 개원한 22대 국회는 29일 현재까지 총 5차례 본회의를 열었다.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가결된 법안은 한 건도 없었다. 여야가 합의한 건은 일본 정부의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 철회 결의안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및 국민권익위원회 위원 추천안, 대정부 질문을 위한 국무총리 등 출석 요구 정도다. 개원 2개월 만인 2020년 7월30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21대 국회 때보다도 첫 본회의 법안 통과가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들 법안은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고 시행됐다.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이미 폐기됐거나, 곧 폐기 수순에 들어간다.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은 여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거쳐 지난 4일 본회의에서 가결돼 22대 국회 제1호 통과법안이 됐다. 이후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뒤 지난 25일 재의결 실패로 폐기돼 ‘시행’은 불발됐다. 야당이 같은 날 본회의에서 상정한 ‘방송 4법’도 오는 30일 통과가 예상되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비슷한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음달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를 벼르는 당론 법안 전국민 25만원 지원법(2024년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도 같은 절차를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 법안 상정→여당 필리버스터→야당 단독 처리→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재의결→폐기’ 국면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여야 협상은 ‘올스톱’ 상태다. 쟁점 법안은 물론 이견이 적은 법안을 다룰 협상도 멈춰섰다. 지난 총선 뒤 공통 공약을 추려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일부 나왔지만 대치 정국이 반복되며 정치적 구호에 그쳤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큰 틀에서 동의할 수 있는 민생 법안도 있다”며 여야 정책위의장간 협의 테이블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진척은 없었다. 한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 필리버스터를 하면서 민생 법안을 논의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민주당이 계속 쟁점 법안을 밀어부치는 상황에서 협상이 되겠느냐. 우리로선 수비가 급하다”고 말했다.

대화와 타협 과정이 빠지고 강대강 대치로 공전을 되풀이하는 데 대한 우려는 양당에서 나온다. 22대 국회는 원 구성 갈등으로 지난달 5일 첫 본회의부터 여당이 빠진 ‘반쪽짜리’로 시작했다. 채 상병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 충돌로 개원식도 아직 열지 못했다.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야당은 (법안 처리를) 계속하고 여당은 거부권으로 버틴다. 아무 관심도 없는 일을 무한 도돌이표로 하는 건 아무 감흥이 없다”면서 “여야가 이 정도에서 그만둬야 한다. 국민들이 더 이상 화를 내기 전에 여야가 일단 마주 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도 CBS 라디오에서 “국회에서 서로를 향해 가장 나쁜 말로, 가장 과격한 행동으로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것”을 언급하면서 “저는 이 극단적인 제도와 제도가 부딪히는 가운데 정치가 완전히 실종하는 데 대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정치 실종에 대한 비판 여론에 귀를 기울이면서 굳어진 진영 대립 구도에서 ‘다른 길’을 내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여야 모두 진영 논리에 빠져 극한 대립으로 나가고 있다 보니 미래의 중요한 가치와 의제에 대한 협의나 토론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국회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적인 의견이 있을 텐데 이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하나 없다. 변화의 희망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라며 “중간에서 다른 시도를 하자고 제안하는 의원들이 나오지 않는 한 국회의 변화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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