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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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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열∙식욕부진 감기로 착각…성 접촉 때 감염되는 이 병 [건강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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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염 종류별 특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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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형, 전염성 높지만 회복 속도 빨라

B·C형은 혈액·체액·분비물로 감염

만성화 땐 간경변, 간암 진행될 수도

간염은 간에 염증이 생겨 간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바이러스에 의한 간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유형에 따라 A·B·C·D·E형으로 나뉘는데, A·B·C형 발생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B·C형 간염의 경우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간경변증으로 발전해 간암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국내 간암 발생의 절반 이상은 간염이 원인이다. 세계 간염의 날(7월 28일)을 계기로 주요 간염 바이러스의 특징을 알아본다.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철엔 A형 간염이 기승을 부린다. 주로 대소변에 오염된 손과 물, 음식물을 통해 입으로 감염된다. 특히 오염된 물에서 자란 조개류를 익히지 않고 섭취할 때 감염 위험이 커진다. 감염 환자를 통한 수혈과 오염된 주사기를 사용해도 감염될 수 있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몸 안에 들어오면 4주간 잠복기를 거쳐 발현한다. 전염성이 높지만, 빠른 회복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2040, A형 간염 항체 보유율 낮아

초기엔 감기처럼 열이 나고, 전신 피로감이나 식욕 감소 등이 나타난다. 구토·복통·설사가 생기기도 해 감기·몸살이나 위염으로 질환을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후엔 소변 색이 짙어지고 눈이 노래지는 황달 증상이 발생한다. 대부분의 환자가 이때 A형 간염에 노출됐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이런 증상도 연령대가 낮으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소아청소년기에 감염되면 감기처럼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성인은 다르다. 우리나라에선 20~40대가 A형 간염에 가장 취약하다. A형 간염 바이러스를 방어할 수 있는 항체 보유율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다행히 급성 A형 간염은 한 번 앓고 나면 재발하지 않는다. 평생 면역을 유지해 만성 간염으로는 진행하지 않는다. 증상은 1~2주 내 저절로 호전되지만 소수 환자에서 간부전이 동반돼 간 이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B형 간염은 간암 발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국내 간암 환자의 약 60%는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혈액·체액·분비물로 감염된다. 음식물 섭취를 통해서는 전염되지 않는다. 감염된 사람과의 성 접촉이나 오염된 면도날, 주사기 바늘을 공동 사용하면 위험하다. 특히 국내에선 모자간 수직감염이 주요 감염 경로로 알려진다.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한 산모가 아이를 출산할 때 전파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급성 B형 간염도 감기처럼 증상이 나타난다. 미열이나 구토, 식욕부진 등이다. 만성 B형 간염 환자는 대부분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간 수치가 정상인 경우가 많아 따로 관리나 치료를 하지 않고 질환을 방치하기도 한다. 대다수의 환자가 복수가 차고 황달이 생겨 간경변으로 진행한 후에야 병원을 찾는다. 이러한 이유로 건강검진을 통해 간암을 진단받는 일이 많다. 따라서 수직감염 가족력이 있거나 B형 간염 양성인 경우 증상 유무, 간 수치와 상관없이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C형 간염 내년 국가건강검진 포함

급성 B형 간염은 95% 이상은 휴식을 취하면 저절로 회복한다. 하지만 만성 B형 간염으로 진행하면 치료가 필요하다. 급성 B형 간염의 5~10%는 만성으로 진행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만성 B형 간염은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를 통해 치료한다. 바이러스 자체를 없애진 못하지만, 염증이 지속하는 것을 막고 간경변증으로 진행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C형 간염 바이러스도 B형 간염만큼 심각한 간 질환을 유발한다. 국내 간암 발생 원인의 약 10%는 C형 간염이다. 바이러스는 주로 혈액과 체액, 분비물을 통해 감염된다. 일상적인 접촉만으로는 전염되지는 않는다. 정맥주사 약물 남용, 주사침 찔림 손상, 문신 등 오염 혈액에 노출된 경우가 절반을 차지한다. 환자의 대다수는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않는다. 증상이 있는 환자라면 감기 증상과 소화기관의 불편감을 주로 호소한다. 복수나 황달 증상이 나타나면 간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때가 많다.

C형 간염은 만성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 번 감염되면 70~80%에서 만성 간염으로 진행하고, 그중 30%는 간경변증으로 이어진다. 그만큼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간염을 거쳐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다만 급성 C형 간염에서 급성 간부전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만성 C형 간염의 치료 목표는 간세포와 혈액에서 C형 간염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것이다. 최근엔 획기적인 치료제들이 개발돼 단기간 95% 이상 완치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완치 후에도 안심해선 안 된다. C형 간염의 경우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생기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든 다시 감염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바이러스에 의한 간염은 애초에 감염되지 않는 게 상책이다. 예방을 위해선 백신 접종과 위생이 가장 중요하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섭취’를 통해 경구 감염되므로 식사 전후나 배변 후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음식물은 충분히 끓여서 먹는다. 85도 이상에서 1분만 끓여도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사라진다. A·B형 간염은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예방 접종으로 항체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 산모가 출산한 신생아는 백신과 함께 면역글로불린(HBIG)을 같이 주사해야 한다. C형 간염의 경우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간염 전파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유일한 예방법이다. C형 간염은 내년부터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된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조기 진단과 치료로 완치율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움말=권정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이단비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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