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정국. /미 백악관·빅히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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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1946년은 ‘별들의 해’로 불립니다. 그 해 여름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도널드 트럼프가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별들의 해’는 1997년입니다. 방탄소년단의 정국, 블랙핑크의 리사와 로제, 아스트로의 차은우, 세븐틴의 도겸·민규·디에잇, 트와이스 지효·미나, (여자)아이들의 미연·민니 등이 태어났습니다. 이렇게 한 해에 여러 걸출한 인물들이 태어나는 건 무슨 이유일까요? 돈이 되는 여기 힙해 열 세 번째 이야기는 ‘전설의 97년생’입니다.
◇전설의 97년생이 속한 기업의 주가 증감률
종목 | 소속 가수 | 최근 한 달간 주가 증감률 |
---|---|---|
하이브 | 방탄소년단 정국, 세븐틴 도겸·민규·디에잇 | -13.50% |
YG엔터테인먼트 | 블랙핑크 리사와 로제 | -7.50% |
판타지오 | 아스트로 차은우 | -5.70% |
JYP엔터테인먼트 | 트와이스 지효·미나 | -4.66% |
큐브엔터테인먼트 | (여자)아이들 미연·민니 | -4.27% |
SM엔터테인먼트 | NCT127 재현, 윈윈 | -8.52% |
◇1946년에 태어난 미 대통령들
1946년은 베이비붐이 시작된 해입니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 베이비붐 세대는 1946~1962년생을 지칭합니다. 1961년에 태어난 버락 오바마는 베이비붐 끝자락에 해당됩니다.
클린턴, 부시, 트럼프는 ‘전후 순응의 시대’에 태어나 자아가 강했다고 합니다. 최초의 청소년 음악 장르인 록앤롤을 듣고 연주했고, 학생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그들의 고등학교 졸업반은 역사상 가장 높은 시험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에게는 앞날을 가로 막을 전쟁도, 가난으로 끌고 갈 대공항도 없었습니다. 베트남전이 있긴 했지만, 세 사람 모두 피해갔습니다. 클린턴과 트럼프는 면제였고, 부시는 잠깐 텍사스 공군 방위군에서 복무했습니다.
조지 부시와 빌 클린턴. /백악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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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 다 명문대를 졸업했고, 그 인맥을 바탕으로 미국의 성장을 에스컬레이드 삼아 자신의 몸값을 높였습니다. 클린턴은 정치적 천재였고, 부시와 트럼프는 부모에게 받은 자산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들은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세대에서 태어나 경쟁하면서 유권자의 마음을 잘 알았습니다. 대중 문화 부흥기를 함께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도 능했습니다.
반대로, 1925~1945년생은 ‘침묵의 세대’라고 불립니다.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까지, 이 세대에서 나온 대통령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일부 정치 분석가들은 “1946~1964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가 2030년대까지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추측합니다. 오는 11월 미 대선 구도가 또 한 번 도널드 트럼프 대 카말라 해리스로 가는 것을 보니 추측이 맞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해리스는 1964년생입니다.
◇1997년에 태어난 K팝 스타들
반면, 미 인구조사국 기준으로, 1997년생은 ‘Z세대’로 분류됩니다. 보통, Z세대라고 하면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 초반 출생자까지를 지칭합니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스마트폰과 태플릿 PC 등 인터넷 이용이 가능한 이동식 기기를 접한 세대입니다. 인터넷 문화에 익숙함을 느끼고, 사교 생활에 있어서 소셜미디어를 자유롭게 사용합니다.
1997년생들 중 K팝 스타가 많은 것은 이러한 Z세대의 특징과 이들이 속한 아이돌 3세대의 특징이 결합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로 이어지는 아이돌 1세대는 아직 K팝 시스템이 자리잡기 전이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3~4년간의 짧은 활동기를 보냈습니다. 기획사들은 1세대의 경험을 바탕으로 2세대를 조금 더 체계적으로 준비합니다. 그 결과 한국을 넘어 아시아 시장을 석권하는데는 성공합니다.
리사의 솔로곡 '록스타' 챌린지를 촬영하는 블랙핑크 리사(왼쪽)와 세븐틴 민규. /리사 틱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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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로 분류되는 1997년생들은 이들의 성공을 보며 가수의 꿈을 키운 시대입니다. 가수가 되기 위해 많은 기획사 문을 두드렸고, 데뷔하기 위해 긴 연습생 시절을 견뎠습니다. 몰려드는 지원자에 중소형 기획사들도 연습생들이 넘쳐나던 시대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X세대의 자녀들로, 가수가 된다고 했을 때 부모 세대의 반대보다는 지지를 받은 세대이기도 합니다. 많은 인재풀에서 선발된 멤버들은 오랜 기간 연습을 했고, 기획사의 시스템과 부모의 지원 속에 데뷔했습니다. 완성된 이들의 춤과 노래는 스마트폰과 유튜브 등의 도구의 힘으로 전 세계로 전파됐고, K팝은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연예계에서 97년생들은 친분이 두텁기로도 유명합니다. 최근 블랙핑크 리사가 발표한 곡 ‘록스타’의 챌린지를 세븐틴 민규가 한 것도 동갑내기 친구이기 때문입니다. 민규는 방탄소년단 정국, 아스트로 차은우와도 ‘찐친 멤버’입니다.
왼쪽부터 정국, 민규, 차은우.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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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무대에서 활동하는 3세대 아이돌 특성상, MAMA 등 해외 시상식에서 만날 일이 많고, 명품 앰버서더 활동 등으로 애프터파티에서 종종 마주친다고 합니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태어난 것과 다름 없기 때문에 1~2세대 아이돌들처럼 제한할 수도 없습니다. 숏폼의 ‘챌린지’나 유튜브의 ‘자체 콘텐츠’ 등 아이돌끼리 서로 출연해주며 상부상조할 것도 많아 친분은 더욱 도움이 됩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후배, 4세대 아이돌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먼저, 유튜브 스타의 등장으로 인한 연습생 부족입니다. 과거에는 스타가 되는 거의 유일한 길이 기획사를 통해 데뷔하는 것이었기에 중소형 기획사에도 연습생이 넘쳐났다면, 지금은 일부 대형 기획사를 제외하고는 연습생 구하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어느 정도의 외모와 끼를 가졌다면, 유튜브 개인 채널로도 스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이유로 연습생 기간도 짧아졌습니다. 기획사에서 ‘빠른 데뷔’를 보장하지 않으면 탈출하는 일도 발생합니다. 기획사들이 상장을 하면서 많은 데뷔로 주가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내공을 기르지 못한 채 데뷔하는 경우들도 생깁니다. 한 안무가는 “요즘 아이돌들 중에는 춤을 가르치다 보면 기본기가 안 돼 있는 멤버들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최근 한 달간 K팝 관련주들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지난번 레터에서 말씀드린 대로 기업의 미래는 신인에게 있습니다. ‘전설의 97년생’을 뛰어 넘을 새로운 세대의 탄생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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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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