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첫날 수만 명 운집…제로베이스원·보이넥스트도어 등에 열광
시애틀·샌디에이고 등 각지서 찾아온 팬들, 스타들과 교감에 흥분
'케이콘 LA 2024' 케이콘 스테이지에서 공연하는 그룹 INI |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K팝 인기가 점점 더 높아지는 게 눈에 보여요. 예전에는 케이콘(KCON)에 대해 주변에 얘기하면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제는 K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뭘 얘기하는지는 최소한 알거든요."
26일(현지시간) 오후 '케이콘 LA 2024' 개막 첫날 행사장에서 만난 올리비아 샌토스(24)는 케이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미국 서남부 도시 샌디에이고 주민인 그는 로스앤젤레스(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이 행사를 관람하기 위해 편도 약 2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차를 몰고 왔다고 했다.
2019년부터 케이콘에 오기 시작해 이번이 3번째라는 그는 지난 몇 년 사이 K팝의 성장과 함께 케이콘 규모가 부쩍 커진 것을 실감할 수 있다고 했다.
올해도 행사 마지막 날인 28일까지 사흘 내내 참여한다는 그는 매일 왕복 4시간 운전이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그렇게 올 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특히 좋아하는 K팝 그룹인 제로베이스원의 미니 콘서트를 10m도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서 봤고 제로베이스원이 무대 아래로 내려와 팬들의 손을 마주쳤을 때 잠시 '터치'를 하는 행운도 누렸다고 했다.
그는 행사가 끝난 뒤 거의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얼굴로 "맙소사(Oh my gosh). 현실이 아닌 것 같다. 정말 놀랐다"며 숨을 몰아쉬었다.
7년 전인 2017년부터 K팝에 빠졌다는 그는 좋아하는 다른 그룹으로 세븐틴과 NCT127을 꼽았다.
'케이콘 LA 2024'의 케이콘 스테이 앞에서 제로베이스원의 공연 촬영하는 팬들 |
지난 2012년 CJ ENM 주최로 LA 인근 어바인에서 처음 열린 케이콘은 LA로 옮겨 매년 그 규모를 키워가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중단됐었다. 이후 2022년 3년 만에 열린 행사에 9만 명이 찾았고, 지난해에는 14만명이 방문했다.
지난 2년간의 케이콘은 미 서부에서 K팝 공연을 기다려온 팬들의 갈증을 달래준 동시에, 팬데믹을 지나면서 미국에서 한층 더 뜨거워진 K팝 열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올해 개막일인 이날 방문객 수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행사장 안 열기는 작년 못지않게 뜨거웠다.
올해는 특히 K팝 스타들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팬들 만족도를 높였다. 특히 스타들의 미니 콘서트와 토크쇼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케이콘 스테이지'에는 수백명이 몰려 호응했다.
이 밖에도 '미트 앤드 그리트'(MEET & GREET), '커넥팅 스테이지' 등 여러 무대를 오가며 꿈에 그리던 K팝 스타들을 가까이서 본 팬들은 마치 '종합선물 세트'를 받은 듯 행복해했다.
'케이콘 LA 2024'에서 팬들과 소통하는 제로베이스원 |
행사장에서 만난 르네 인펠리즈(42)는 케이콘을 보기 위해 시애틀에서 비행기를 타고 2박3일 일정으로 LA에 왔다고 했다.
제로베이스원의 팬이라는 그는 티셔츠와 기념품 등을 주문 제작하는 온라인몰에서 제로베이스원 로고를 넣은 티셔츠와 멤버 중 한 명인 매튜의 이름을 넣은 머리띠를 구매해 착용하고 행사장에 왔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즐겨보던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지난해 방송된 엠넷의 보이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 플래닛'을 보게 되면서 이 오디션에서 선발된 멤버들로 구성된 제로베이스원에 푹 빠지게 됐다고 했다.
그가 이전에 LA를 방문한 것은 2021년 방탄소년단(BTS) 콘서트를 보기 위해서였다.
요즘 그는 제로베이스원과 함께 라이즈(RIIZE)와 엔시티의 팬이기도 하다.
그는 "'보이즈 플래닛' 같은 쇼는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다"며 "쇼에 출연한 참가자들이 모두 아주 긍정적이고 기운을 북돋워 주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K팝 팬인 르네 인펠리즈 |
케이콘의 메인 행사로 이날 저녁 열린 '엠 카운트다운' 콘서트에서는 스타와 팬들이 교감하며 빚어낸 에너지로 공연장인 크립토닷컴 아레나 전체가 들썩거리는 느낌이었다. 약 2만석 규모 공연장이 거의 빈틈 없이 꽉 찼다.
피원하모니(P1Harmony)가 BTS의 '불타오르네(FIRE)'를 공연하며 무대를 열자 관객들 떼창이 시작됐고, 이후 콘서트가 끝날 때까지 객석에서 나오는 끊이지 않는 환호성으로 귀가 먹먹할 지경이었다.
다채로운 빛깔의 형광봉을 하나씩 든 관객들은 공연 내내 거의 좌석에 앉지 않고 서서 몸을 흔들고 손뼉을 치며 열광했다.
보이넥스트도어의 히트곡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Earth, Wind & Fire)가 공연될 때도 영어 후렴구 부분에서 관객들의 떼창이 이뤄졌다.
솔로 가수 비비(BIBI)가 올해 상반기 히트곡 '밤양갱'을 불렀을 때는 잔잔한 노래인데도 팬들이 중간중간 환호성을 내질러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한국어를 못하는 관객이 대부분이었지만, 후렴구인 "밤양갱" 부분을 서툰 발음으로 함께 부르기도 했다.
비비가 공연 후 관객들에게 인사하며 이 노래를 좋아하느냐고 영어로 묻자 관객들은 "예"(Yeah)라고 큰 소리로 답했고, 비비는 "LA와 여러분을 사랑한다"고 외쳤다.
'케이콘 LA 2024' 행사장에 운집한 K팝 팬들 |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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