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겉보기엔 김우민의 선전을 기원하며 덕담을 한 수준으로 보이는데 호주 수영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중징계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호주 수영대표팀 코칭스태프 중 한 명인 마이클 펄페리 코치가 제자 김우민을 응원한 것을 문제 삼고 있어서다. 호주수영연맹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올림픽이 끝나면 징계까지 줄 수 있다는 태세다.
그 만큼 이번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호주 대표팀이 지난 2월 도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 김우민을 경계한다는 증거도 된다.
호주 신문 시드니모닝헤럴드가 펄페리 코치의 근황을 전했다. 신문은 26일(한국시간) "호주수영연맹 청렴윤리부서는 펄페리 코치와 김우민의 관계에 관해 조사할 예정"이라며 "다만 호주 선수단은 펄페리 코치를 2024 파리 올림픽 현장에서 퇴출하지는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로한 테일러 호주 수영대표팀 총감독은 펄페리 코치 발언에 격분한 상태다. 그는 "펄페리 코치 발언을 접하고 매우 화가 났다. 그에 대한 처분은 호주로 돌아갈 때 결정될 것이며 지금은 올림픽 경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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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 런던 올림픽 박태환(은2)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수영은 올해 초 호주 전지훈련을 실시했는데 이 때 한국 선수들을 가르친 이가 바로 펄페리 코치였다. 효과가 좋아서 김우민 같은 경우는 일주일에 60km를 헤엄쳐야 하는 강도 높은 훈련 등으로 기록 단축에 큰 효과를 봤다는 평가를 내렸다. 김우민은 실제 지난 2월 도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2초71의 개인 최고 기록으로 금메달을 거둔 뒤 호주 전훈 효과가 좋았다고 평가했다.
한국 수영 간판 황선우도 도하 대회에서 남자 자유형 200m에서 생애 첫 세계선수권 우승을 맛보고, 이어진 남자 자유형 100m 결승 진출, 남자 계영 800m 은메달 획득 등을 연이어 이뤄낸 뒤 "(약점인) 체력이 좋아진 것 같다"며 역시 호주 전훈 성과를 언급했다.
그런 펄페리 코치가 호주 대표팀 코치로 파리에 와서 한국 언론과 애제자 김우민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이게 문제가 된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펄페리 코치는 지난 23일 파리 올림픽 경영 종목 경기가 열릴 파리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응한 뒤 "호주에서도 한국에 있는 코치와 협력해서 김우민의 훈련 프로그램을 확인했다. 덕분에 김우민이 지난 6개월 동안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파리에서 얼마나 빠르게 물살을 가를지 기대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우민의 주 종목인 경영 남자 자유형 400m 경기를 예상하면서 "일라이저 위닝턴, 새뮤얼 쇼트(이상 호주), 김우민은 모두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선수들"이라며 "김우민도 충분히 메달권에 들 수 있다. 훈련 때 시간을 보면 거의 차이가 안 날 정도로 접전이다"고 흥미진진하게 내다봤다.
이어 "일단 첫 200m 구간까지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켜야 한다. 그 다음 강하게 싸워야 한다. 특히 마지막 100m가 관건이다. 김우민은 정말 강인하게 잘 준비했다"고 파리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경기 양상을 예측하며 김우민의 분전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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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페리 코치의 인터뷰 내용이 공개되자 호주 내부에선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당장 안나 미어스 호주 선수단장은 영국 공영방송 BBC와 인터뷰에서 "펄페리 코치의 발언은 놀랍고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펄페리 코치의 인터뷰는 덕담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만 호주에서 한국 코치들과 계속 소통하며 김우민의 훈련에 관여하는 듯한 답변을 한 것에 대해 호주 수영계가 윤리 의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모양새다. 그러나 펄페리 코치가 파리 올림픽 앞두고 김우민 훈련에 얼마나 관여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다.
일단 남자 자유형 400m에서 호주의 두 선수가 김우민과 메달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어서 호주 수영대표팀은 물론,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호주선수단 전체가 펄페리 코치의 인터뷰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호주는 이 종목에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자 새뮤얼 쇼트, 올해 세계선수권 은메달리스트 일라이자 위닝턴을 내세워 금메달을 노린다.
그런데 루카스 마르텐스(독일)와 더불어 김우민까지 이 종목 메달 구도가 4파전으로 흘러가다보니 펄페리 코치와 김우민 측이 최근까지 소통하는 것을 큰 문제로 생각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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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위닝턴은 펄페리 코치의 발언을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있다. 위닝턴은 호주 매체 채널나인과 인터뷰에서 "펄페리 코치의 발언은 신경 쓰지 않는다"며 "그는 내게 사과했고, 당시 인터뷰 내용은 진심이 아니었던 것 같다. 펄페리 코치는 좋은 사람이고, 좋은 지도자"라고 두둔했다.
BBC는 "전세계 주요 수영 코치들이 프리랜서 자격으로 타국 선수를 지도하는 일은 흔하다"며 "다만 호주수영연맹은 지난 4월 자국 올림픽 대표팀 코치들에게 외국 선수들과 새로운 계약을 맺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수영 전문매체 스윔스왬은 "펄페리 코치가 비-호주적 발언으로 문제를 일으켰다"고 했고, 폭스스포츠는 "펄페리 코치가 한국을 응원하는 '고 코리아(Go Korea)' 발언을 여러번 했다"고 주장했다.
펄페리 코치의 발언으로 파리 올림픽 수영 경영 첫 금메달을 다투는 남자 자유형 400m 열기가 더욱 달아오르게 됐다. 남자 자유형 400m는 27일 오후 6시에 예선이 열리며 상위 8명이 곧장 결승에 올라 28일 오후 3시30분 메달을 놓고 다툰다.
외신에 따르면 김우민은 유력한 동메달 후보로 꼽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윔스왬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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