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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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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강국을 뒤흔들다…일본에 ‘웹툰’ 이식한 카카오픽코마 [K웹툰, 탈(脫)국경 보고서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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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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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만화(망가)의 본 고장인 일본을 우리나라의 ‘웹툰’으로 사로잡은 플랫폼이 있다. 바로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픽코마가 출시한 ‘픽코마’다. 출시 초기에는 5명이 접속하고, 그 중 3명이 직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맨 땅에 헤딩’하는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일본인이 가장 많은 결제를 하는 애플리케이션(앱), 일본인이 모바일로 만화를 감상하기 위해 가장 많이 찾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5일 글로벌 앱 마켓 분석업체 센서타워와 어저스트가 공동으로 발표한 ‘모바일 앱 트렌드 보고서 2024: 일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본 앱 소비자 지출 1위는 ‘픽코마’가 차지했다. 앱 내부에서 결제하는 ‘인앱결제’가 활발해 통상 앱 매출 순위 최상위권에 오르는 게임을 제치고 1위에 등극한 것이다.

카카오픽코마는 2016년 4월 일본에서 일본만화, 소설, 웹툰을 서비스하는 전자만화 ・소설 플랫폼 ‘픽코마(piccoma)’를 출시했다. 픽코마는 모바일에서 스낵컬처를 이용하는 것처럼 만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전략에서 시작됐다. 일본 진출 당시 전자만화 서비스는 100개가 넘을 정도로 레드오션이었지만, 만화 감상 방식을 ‘모바일’로 확대한다면 이용자의 폭을 늘리고 산업이 커지는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복안이었다.

실제로 모바일 환경에서 만화를 감상하는 즐거움을 알게 된 일본 독자들은 픽코마로 몰리기 시작했다. 일본 스마트폰 이용 조사업체 ‘닐슨 모바일 넷뷰’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픽코마의 이용자 수는 약 1253만명으로, 일본에서 모바일로 이용하는 디지털 만화 서비스 중 1위를 차지했다. 일본 인구가 1억 2000만명 가량인 것을 고려하면 전체 인구의 10분의 1이 픽코마를 쓰는 셈이다.

이처럼 카카오픽코마가 일본을 웹툰으로 사로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감상 환경을 최적화한 시스템이 주효했다. 카카오픽코마는 일본에 없던 결제 시스템을 만들었다. 출시 당시 일본에서는 만화를 무료로 서비스 하는 곳이 많았으나, 픽코마는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좋은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작품 퍼스트(First)’라는 기조 아래 작품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시장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전략을 고안한 것이다.

다만 콘텐츠를 유료로 감상하되 이용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다리면 무료(마떼바 제로엔), 만화 1권을 에피소드에 따라 ‘1화, 2화…’로 나눠 제공하는 ‘화 분절 서비스’ 등을 도입했다. 지금은 일본에서도 무료 시험 읽기, 화단위 분절 방식을 보편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시도된 적 없던 방식이었기에 작품을 수급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요구됐다. 카카오픽코마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작품의 가치를 지키고 이용자의 감상 환경의 폭을 넓히기 위한 픽코마의 취지를 설명하며 산업 내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쌓았다”며 “현재도 픽코마는 성장하는 과정을 출판사와 공유하며 파트너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픽코마가 일본에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또 다른 배경으로는 ‘투트랙 전략’이 꼽힌다. 카카오픽코마는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만화(망가)를 전자책(e-Pub)형태의 전통적인 출판만화와 웹툰으로 함께 서비스하고 있다. 만화 독자와 웹툰 독자를 함께 겨냥하며 잠재적인 수요까지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디지털 만화가 처음 등장했을 때 오프라인 만화 독자가 디지털 만화로 이탈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일본 독자들의 만화 감상 형태는 변하더라도, 이에 따라 만화 산업 규모 자체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일본의 만화 시장과 전자 만화 시장은 매년 함께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진흥원의 ‘2023 만화백서’에 따르면 일본의 만화 시장 규모는 2018년 22억6400만 달러에서 2027년 43억 7000만 달러로 확대돼 10년 만에 두 배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의 전자 만화 시장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일본 만화 앱 시장 규모는 2018년 4억4800만 달러에서 2027년 28억 1900만 달러로 10년 새 다섯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일본에서 카카오픽코마의 영향력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전자만화 시장이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에 더불어 ‘풀컬러 세로형 만화’라 불리는 웹툰에 대한 관심도 점차 확대되면서다. 한 웹툰업계 관계자는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할 수는 있지만 국내 업체들에 있어 일본이라는 시장이 현재 가장 큰 시장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픽코마는 더욱 많은 한국의 작품들이 일본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이용자들과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카카오픽코마 김재용 대표는 “더욱 많은 작품과 이용자를 연결해 글로벌 만화 시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투데이/임유진 기자 (newjea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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