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보리선원 주지 무여 스님
“부처 가르침 더 많이 전하고 싶어”
5년간 120곳 찾아가며 촬영-편집
스님들과 대화-독송 등 영역 넓혀
무여 스님은 “유튜브 채널은 누구나 만들 수 있기에 각자가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더 책임감을 갖고 신중해야 한다”며 “유튜버 모두가 공인이라는 생각을 갖는다면 요즘 사회 문제가 된 일부 유튜버들의 행태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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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목탁 대신 카메라를 든 까닭은….
“불교가 이렇게 ‘힙’했어?”라는 말이 나오는 요즘 한국 불교. 그 배경에는 깊은 산중 참선에만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변하려고 노력하는 ‘젊은 스님’들이 있다. 유튜브 ‘무여 스님 TV’를 운영하는 비구니 무여 스님(대한불교조계종 경기 고양 보리선원 주지)도 젊은 그들 중 하나. 목탁 대신 카메라, 염주 대신 마이크를 든 그는 전국을 다니며 우리 사찰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어느 날 문득 ‘나만 알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공부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더 많은 사람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리고 싶어 고민하고 있는데, 마침 그때 유튜브가 대중화하면서 1인 방송 시대가 열린 거죠. 이거다 싶더라고요.”
그는 수많은 불교 콘텐츠 중에서 사찰 소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비신자에게도 가장 친숙하게 불교를 알릴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라며 “개인적으로 가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라고 말했다. 석박사 공부하고, 절에서 맡은 일을 하다 보니 스님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가본 절이 많지 않았다는 것. 그는 “유튜브 덕분에 2019년 3월 개설한 이후 지금까지 5년여 동안 120여 곳의 사찰을 소개하며 사심을 채웠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쉽게 생각하고 덤빈 유튜브는 매주 피가 마르는 고통으로 돌아왔다. 대본 작성, 촬영, 편집 등 모든 것이 ‘생초보’인 데다, 혼자 만드는 처지에 겁 없이 구독자와 “매주 한 편씩 올리겠다”라고 약속한 것. 설상가상으로 첫 회인 ‘강화 전등사’ 편은 찍고 돌아와서 보니 화면이 흔들리고, 목소리가 너무 작아 다시 찍으러 가는 ‘참사’까지 벌어졌다. ‘돈벌이를 위한 것 아니냐’ ‘튀어 보이고 싶으냐’는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과 악플도 덤으로 따라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누가 볼까 싶었는데, ‘몰랐던 사찰의 아름다움을 알려줘서 고맙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몸이 안 좋아 못 가는데 고국의 향수를 달랠 수 있었다’라고 고마워하는 교포들도 계셨고요. 그 힘으로 견뎠지요.”
사찰 소개로 시작한 ‘무여 스님 TV’는 지금 경전 독송, 해외 불교 성지 순례, 다양한 스님들과의 대화 등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구독자는 5만4000여 명. 촬영을 도와주는 보살 한 분을 제외하면 대부분 혼자 만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무여 스님은 “지치고 힘들 때 고요하게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며 명상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삶에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종교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모두에게 그런 ‘쉼’을 제공하는 채널로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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