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선희, 그룹 방탄소년단/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빅히트뮤직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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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방송에 국내 문화의 중심인 K팝 음악이 거의 송출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K팝을 다수 송출했던 과거 대북 방송과는 다른 모습이다. 대북 방송의 목적이 북한 주민들의 여론을 흔드는 데에 있는 만큼, K팝 빠진 대북 방송은 앙금 없는 찐빵과도 같다.
24일 텐아시아의 취재에 따르면, 21일 대북 방송이 재개된 이후 송출되는 음악 중 K팝 아이돌 그룹 음악의 양은 절대적으로 적다.
한 군 관계자는 텐아시아의 관련 문의에 "21일 방송 재개 이후 K팝 음악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라며 "다른 부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그렇다. 트로트 등 오래된 노래가 자주 나오는데 오죽하면 처음에는 북한 노래를 트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라고 증언했다.
가수 박미경, 윤도현/사진=텐아시아 사진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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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는 음원 송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23일과 24일 이틀에 걸쳐 대북 방송 '자유의 소리'(서울 기준 주파수 FM 107.3Mhz)를 직접 청취했다. 그 결과, 국내 음원 28곡 중 2020년대 K팝 아이돌 그룹이 발매한 음원은 단 두 곡뿐이었다. 송출된 두 K팝 음원은 그룹 방탄소년단의 '내 방을 여행하는 법'과 그룹 트와이스의 'Alcohol-Free'(알콜 프리)다.
그 외 대북 방송으로 송출된 음원을 살펴보면 1995년 발매된 가수 박미경의 '넌 그렇게 살지마', 1994년 발매된 김민교의 '마지막 승부', 2001년 발매된 그룹 S.E.S.의 '꿈을 모아서' 등 30여년 전 댄스 음악이 대부분이다. 또한, 1990년 발매된 이선희의 '추억의 책장을 넘기면', 윤도현의 2005년 작 '사랑했나봐' 등 20여년 전 발라드도 다수 존재한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자세한 대북 방송 송출자료나 프로그램 편성은 육군본부 국군심리전단 및 합동참모본부 등에서 관리하는 기밀자료다. 고로 하루 약 20시간 방송되는 대북 방송 중 정확히 얼마나 K팝 음악이 송출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다양한 K팝 음원이 송출되던 과거 대북 방송과 확연히 비교되는 선곡임은 분명하다. 탈북 군인의 증언에 따르면, 2015년 대북 방송 중 송출된 K팝은 북한 군인들이 음악을 듣고서 탈영하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당시 방송에는 빅뱅 '뱅뱅뱅', 아이유의 '마음',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등 K팝 음원이 송출됐다.
대북방송 '자유의 소리'가 재생 중인 라디오/사진=이민경 기자@2min_r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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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북 방송에는 중요한 알맹이가 빠져있다. 북한 주민의 정치적 각성을 적극적으로 유도하지만, K팝 전파에는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방송에는 노골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지난 23일 '자유의 소리'의 한 코너에서 진행자들은 34년간 예멘의 독재자로 군림했다가 후티 반군에게 사살당한 알리 압둘라 살레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교했다. 진행자들은 당시 "독재자는 결국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국민들에 의해 사라질 수밖에 없다"라며 "3대 세습을 통해 북한을 통치 중인 김정은은 현재 4대 세습을 꿈꾸며 여러분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김정은의 잘못된 권력을 멈출 힘은 이 방송을 듣고 있는 여러분이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정치적 각성이라는 목적이 뚜렷한 방송 내용과 대비되는 음악 선곡은 아쉬움을 남긴다. 대북 방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정치적으로 비난하는 것 외에도 국내 문화를 북한 주민들에게 선전하는 데에도 의의가 있다. '소주'와 '삼계탕'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는 대북 방송에서 정작 문화의 중심인 'K팝'이 소외되는 현 상황은 상당한 의아함을 남긴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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