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신임 국민의힘 대표 등과 만찬 회동을 하기에 앞서 경내에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왼쪽 여덟째부터 한 대표, 윤 대통령, 추경호 원내대표, 나경원·원희룡·윤상현 의원. 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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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득표율로 단판에 선출된 한동훈 국민의힘 지도부는 강력해 보이는 시작만큼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일단 당 수습을 위한 당정 관계 회복과 계파 갈등 해소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한동훈 대표가 지난 23일 당대표에 선출된 직후부터 당정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는 만큼 일단 표면적으로 관계 회복에 대한 분위기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최한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및 신임 당 지도부와의 만찬이 시작점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실제로 이날 만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만찬이 열린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야외정원 파인그라스에선 만찬 시작 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윤 대통령이 도착했고, 미리 기다리던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등이 영접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수고 많았어요"라며 덕담을 건네고 악수를 나눴다.
만찬은 윤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국민의힘 파이팅"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시작됐다. 윤 대통령 맞은편에는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가 자리해 향후 당정 관계 재정립에 대한 의지를 자연스레 나타냈다. 만찬 메뉴 또한 윤 대통령이 직접 고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삼겹살은 당·정·대 통합을 의미해 준비했다"며 "막역한 사이에서 먹는 대표적인 한국 음식으로 격의 없이 소통하고 대화해나가자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모두가 모여서 화합한다는 의미로 모둠쌈을 준비했다"며 "참석 복장도 격의 없이 대화하자는 취지에 따라 노타이 정장으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만찬에서 술을 못하는 한 대표를 위해서는 '제로콜라'가 따로 마련됐다.
만찬 인사말에서 윤 대통령은 "당내 선거는 선거가 끝나면 다 잊어버려야 한다. 이제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잘할까' 그것만 생각하자"고 단합을 강조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자리를 이동하며 참석자들에게 직접 수고했다는 격려의 말을 전했다.
이에 화답하듯 전날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치던 당대표 출마자들도 이날 당정 화합을 적극 강조했다. 나경원 의원은 "우리 모두 대통령의 수석대변인이 되자"고 말했고, 윤상현 의원은 "대화하고 배려하고 격려하자. 대통령의 성공이 당의 성공이고 모두의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우리는 하나 되는 원팀"이라며 당정 화합의 의지를 다졌다.
일단 화합의 첫 단추를 잘 끼우자는 모양새가 됐지만 새 지도부의 기저에는 여전히 불안 요소가 존재한다. 친한계(친한동훈계)와 비한계(비한동훈계)가 동등하게 구성된 지도부가 꾸려졌지만, 시각 차이가 전당대회 이튿날부터 도드라지기도 했다.
전날 최고위원 중 득표율 2위를 차지한 친윤계(친윤석열계)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한 대표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제3자 추천 방식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원내 사안인 만큼 한 대표가 추 원내대표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채상병 특검법은 국회의원들이 표결하고 국회에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내대표에게 전권이 있다"며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의사가 다를 때는 원내대표 의사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다만 계파 나누기에 관해선 다소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민전 최고위원은 "지금 사실 친윤, 친한을 얘기하지만 의원들 대부분은 중립이 아니신가 생각한다"며 "(세간에서 친윤으로 분류된다지만) 저 또한 스스로 어느 계파다 이런 생각을 안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 대표가 나머지 최고위원회의 판을 어떻게 짤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 대표가 임명할 수 있는 인사는 지명직 최고위원,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이다. 일단 정책위의장은 당연직 최고위원으로 당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다. 당내에선 정점식 정책위의장의 연임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친윤계로 분류되지만, 색채가 옅고 임명된 지 2개월밖에 안 됐다는 점 때문에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선 연임 카드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게 이유로 꼽힌다. 교체를 위해 원내대표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된다.
역대 당대표들은 여러 전략적 측면에서 지명직 최고위원 카드를 써왔는데, 상대 계파의 인물을 지명해 탕평적 인사를 강조하는 방식이 종종 사용돼왔다. 과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때에는 이정현 최고위원을 지명했고, 비교적 최근인 이준석 대표 시절에는 윤영석 의원이 지명됐다. 반대로 최고위에서 그립감을 높이기 위해 측근을 지명하는 사례도 있었는데, 자유한국당 시절 홍준표 대표가 그랬다.
일각에선 여성이나 장애인 중에서 깜짝 발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에는 3선인 송석준 의원과 재선인 배현진 의원 등 대표적 친한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김명환 기자 / 신유경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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