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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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출장조사’를 이원석 검찰총장이 뒤늦게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나 ‘총장 패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때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한 수사를 밀어붙여 강골검사 이미지를 얻은 윤 대통령이 권력의 정점에 오르자 가족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는 태도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이던 2020년 10월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총장이 장관의 부하라면 수사와 소추가 정치인의 지휘에 떨어지기 때문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나 사법적 독립과 거리가 먼 얘기”라고 말했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그해 7월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한 데 이어 같은해 10월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윤 대통령 가족·측근 의혹 사건에 대한 지휘권도 박탈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특정 사건에 총장을 배제하는 것은 검찰청법에 어긋나는 위법”이라고 반발했다. 당시 여권은 징계를 통해서도 윤 대통령을 압박했다.
윤 대통령은 2019년 7월 문재인 정부 두번째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뒤로 사사건건 정부와 충돌했다. 취임 직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하면서 당시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정치적 행위를 한다고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월성 원전 감사 방해 의혹,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문재인 정부가 불편해하는 수사를 밀어붙였다.
2020년 1월 추 장관 취임 직후 단행한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한동훈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비롯한 윤 대통령 핵심 참모들이 줄줄이 좌천됐다. 윤 대통령은 검찰청법이 규정한 검찰총장 의견 청취 절차가 생략된 ‘총장 패싱’이라고 반발했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윤 대통령을 건너뛰고 추 장관에게 직접 사무보고를 하는 일도 벌어졌다. 윤 대통령은 2021년 3월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이상 지켜보기 어렵다”며 사퇴한 뒤 곧바로 정치 행보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살아있는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뚝심있는 검사의 상징이 됐고, 이를 통해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2024년 비슷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5월 김 여사 관련 사건들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지휘 라인을 바꾸는 내용의 검찰 고위직 인사안을 두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그때 임명된 이창수 중앙지검장은 김 여사 조사가 끝나가는 시점에야 이 총장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이 총장에게 주가조작 사건 수사지휘권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 총장은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다. 표면적으론 이 지검장의 사후보고에 대한 지적이지만, 실제론 김 여사의 검찰청사 내 소환조사에 끝까지 협조하지 않은 대통령실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거란 해석이 많다.
검찰총장까지 지낸 윤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에 검찰 안팎에선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전직 검사는 23일 “윤 대통령은 검사를 하면서 얻은 강골 이미지로 대통령까지 됐다”며 “그런 사람이 검찰조직에 이렇게까지 부담을 주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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