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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더 힘든 5년될 것" 연임 성공한 EU 폰데어라이엔의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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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이 넘어야 할 세가지 장애물

불확실한 대외정세, 극우 약진 EU분열, 독단적 리더십 비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인플레이션에 따른 생계비 압박, 전쟁으로 채워진 지난 5년을 그리워할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조만간 이를 그리워하게 될 수도 있다."

여성 최초 EU 행정부 수반인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지난주 5년 연임을 확정하자 뉴욕타임스(NYT)가 내놓은 평가다. 재선 성공으로 여성 의장 최초의 연임 기록도 세웠건만 현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다. 그만큼 EU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안으로는 극으로 치닫는 정치 양극화를 해소하는 한편, 바깥으로는 장기화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EU 차원의 안보를 강화하는 것이 당면 과제로 손꼽힌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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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보다 안정 원해" 연임 성공 배경 보니
EU집행위가 행정부 기관으로 설립된 이래 지난 66년간 연임에 성공한 집행위원장은 고(故) 자크 들로르(1985년 1월~1995년 1월), 조제 마누엘 바호주(2004년 11월~2014년 10월)에 이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3번째다. 특히 여성으로서는 최초 기록이다.

극우 세력의 대두로 ‘우향우’ 기조가 한층 뚜렷해진 유럽에서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PP) 소속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연임에 성공한 것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원하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19년 취임 후 5년 임기 동안 안정적 리더십을 인정받으며 극우 세력을 경계한 중도파의 몰표를 받은 셈이다. 폴리티코 유럽은 "중도층의 반격"이라고 분석했다. 유로뉴스는 "극단주의에 대한 반대가 표출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현실적으로 그를 대체할 만한 ‘플랜B’가 마땅치 않다는 점 역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연임에 힘을 실었다. 집행위원장은 EU를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함께 28개 회원국 연합체인 EU의 ‘정상’으로 불린다. 법안 발의권, 정책 이행, 예산의 관리·집행, EU의 일상 업무 처리 등 행정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안정’을 앞세운 폰데어라이엔 2기는 오는 11월 출범할 예정이다. 선거 직전 공개된 공약집에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면서도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입법패키지 ‘청정산업딜’, 국방 담당 집행위원직 신설을 포함한 유럽 방위동맹 구축, 주택난 해결을 위한 주택담당 집행위원 신설, 외부 국경 통제를 위한 국경수비대 배치 등이 포함됐다.

"첫 임기보다 험난할 것" 우려 잇따라
다만 두 번째 임기 5년은 첫 임기보다 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NYT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3년째 진행 중이고,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도 다가오고 있다"면서 "국내외에서 격동에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EU 고위관계자는 "그에게 매우 힘든 5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2기 체제가 직면한 가장 큰 숙제는 대외적 불확실성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오는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재입성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 우크라이나 지원부터 중국 공급망 문제까지 미국과 발맞춰온 ‘대서양 동맹’은 또다시 분열이 불가피하다. 폴리티코 유럽은 그녀의 첫 임기를 ‘EU·미국 관계의 황금기’로 묘사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돌아올 경우, 대서양 동맹의 균형 유지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 18일 윈스턴 처칠 생가인 블레넘궁에 모인 EU 정상들이 공식 의제가 아닌 트럼프 2기 체제에서 양자관계에 촉각을 곤두세운 배경도 여기에 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유럽이 안보 문제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며 ‘무임승차론’을 주장해 왔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위협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JD 밴스 부통령 후보 역시 우크라이나 지원을 공개적으로 반대해 왔다. 모두 EU의 안보 이슈를 뒤흔드는 내용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체제에서 EU를 타깃으로 관세 등 무역전쟁이 재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유럽외교관계위원회의 마이다 루게 정책전문가는 "트럼프 행정부 재집권 시 경제 민족주의, 무역전쟁, 보호주의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면서 "EU와 미국이 의견을 같이할 수 있는 부분, 즉 중국에 집중하는 것이 그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대학원의 왕이웨이 교수는 글로벌타임스에 "유럽과 미국 간 분쟁은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오히려 중국과의 관계 개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극우 약진 속 EU 단결 쉽지 않을 듯…리더십 논란도
EU 내부 문제도 만만치 않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를 비롯한 극우 포퓰리스트들의 행보에 대응하며 EU의 행정부를 이끌어야 하는 과제도 맡았다. 이미 EU 집행위는 이달 ‘순회의장국’ 의장을 맡은 오르반 총리가 마치 EU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중재자를 자처해 친러시아·친중국 행보를 이어가자, 공개적으로 충돌을 빚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EU 내 주요 2국인 프랑스와 독일 집권여당이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나란히 극우 세력의 약진에 밀려 힘을 잃은 상태라는 점 역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으로선 악재다. 폴리티코 유럽은 "포퓰리즘, 극우 민족주의 세력이 있는 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허니문을 기대해선 안 된다"면서 "5년간 지옥 같은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EU 내 강경 우파 정치인들은 현재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공약으로 내세운 EU 산업 경쟁력 구축, 유럽 방위동맹 구축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며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 EU 외교관은 "방위비처럼 돈이 드는 모든 것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개인적으로는 리더십 논란도 따라붙는다. 주요 외신들은 그가 비밀스럽고 통제적인 리더십으로 인해 독단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전했다. 주요 정책 결정 시 국무위원격인 다른 집행위원들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아, 일각에선 ‘우르줄라 여왕’이라고 비꼬기도 한다. 이는 대내외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칫 집행위 내부 균열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기후변화 대응과 산업경쟁력 강화 등 선거에 앞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내놓은 공약들이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라시아그룹의 무즈타바 라흐만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표를 확보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일관성 없는 공약을 내놨고 이는 스스로를 실패로 이끌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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