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종교자유회의·ICRF 총회
폼페이오, 도쿄 IRF서 “가정연합 해산
日 정부 잘 검토해서 나은 결정 내리길”
“日, 특정 종교 탄압 눈감아 … 종교의 자유는 내면의 문제”
가정연합 “잘못한 건 응당 책임
하지 않은 일 문책은 자유 침해”
라이칭더 대만총통 영상메시지
“두려움 없이 신념 유지에 노력”
中정부 티베트 탄압 등도 논의
종교 자유 보장 국제협력 촉구
종교의 자유와 관련된 다양한 시각이 표출되고 실제 사례가 공유된 가운데 2022년 7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피습 사건 이후 일본 정부가 취한 일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에 대한 해산명령청구를 두고 우려가 제기됐다.
“해산명령청구는 부적절”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이 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종교자유회의(IRF) 후 한국 언론과 만나 종교자유에 대한 견해, 재임 당시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국제종교자유연합(ICRF) 일본위원회가 ‘종교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미래’를 주제로 같은 날 일본 도쿄 지요다구에서 개최한 총회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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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에 참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은 이 조치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가정연합 일본인 신자의 질문을 받고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하며 “어떤 교회를 해산하는 것은 실수이자 일본이라는 나라에 해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어떤 신앙을 실천하는 자가 법을 어겼다면 이 방법(해산명령청구)은 적절하지 않다. 그에 맞는 공정한 절차가 필요하다”며 “일본 정부가 이 문제를 잘 검토해서 여러분이 우려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IRF는 국제 종교단체, 인권단체, 시민사회단체 연대기구로 종교의 자유에 대한 강력한 옹호를 표방하고 있다.
이날 국제종교자유연합(ICRF) 일본위원회는 ‘종교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미래’를 주제로 총회를 열어 “국내외에서 종교로 인한 편견과 억압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해 왔다”며 “일본에서도 종교적 편견과 무지가 확산되어 종교의 자유가 침해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특정 종교에 대한 비방, 중상모략이 자행되는 것은 사회 도덕성을 떨어뜨리고 민주주의 위기, 국가의 쇠퇴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ICRF는 1983년 미국에서 출범해 종교 자유 관련 활동을 펼쳐왔고 1998년부터는 세계 각국 주요 도시에서 국제회의를 개최해 왔다.
가정연합은 “가정연합이 잘못한 것이 있다면 응당 책임을 질 것”이라며 “그러나 하지도 않은 일에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교회 해산은 실수, 일본에 해 될 것”
폼페이오 전 장관은 IRF 회의가 끝난 뒤 한국 언론과 별도로 가진 인터뷰에서 해산명령청구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재차 밝혔다. 그는 “역사적으로 많은 교회가 문제가 되었고, 정부의 올바른 대응은 교회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의 해결책은 단순히 종교적 신념을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자유를 부정하기 위해 교회를 해산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직을 수락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지지연설을 하면서 미국 정계에서 여전한 위상을 과시했다.
다른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견해가 나왔다. 한 참석자는 가정연합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일본은 헌법을 통해 완전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특정한 종교를 믿는 사람에 대한 공격이 일어나고. 특정한 종교에 대한 탄압에 눈을 감고 있는 것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주목해야 할 것은 종교의 자유는 본인 내면의 문제로 법률로써 제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샘 브라운백 공동의장을 비롯한 참가자들은 이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노사이드(대량학살)의 영향, 권위주의 체제의 종교 자유 제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종교의 자유를 위한 운동이 공통된 인권과 관련된 운동”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라이 대만 총통은 영상메시지에서 “민주화를 위한 대만인들의 중단없는 노력으로 대만의 종교 자유는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다양성 인정과 대화는 대만의 자부심이다. 모든 사람들이 두려움 없이 신념을 유지하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티베트 탄압에 대해서도 의견이 오갔다. 오멜 카나트 위구르 인권프로젝트 사무국장은 “위구르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진다는 자체가 중국에서는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제노사이드로 인해 위구르 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어디서, 어떻게 사라지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리야 트윈 개르포 달라이라마 석가여래 일본·동아시아 대표부 대표는 “티베트는 주민감시를 위한 군대가 지배하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며 “종교 자체를 박멸하려는 중국 정부의 행태에 대해 국제사회가 발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산명령청구 종교의 자유 침해”
ICRF는 일본 정부의 가정연합 해산명령청구가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 국무부는 ‘2023 국제종교자유보고서’에서 “일반적인 규범에서 벗어난 조치”라고 지적했다. 형법 위반을 근거로 이뤄져 온 종교법인에 대한 해산명령청구가 가정연합의 경우 민법에 근거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ICRF 관계자는 지난달 프랑스에서 열린 ‘신흥종교연구센터’(CESNUR) 국제회의에서 “일본 정부의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명령청구는 종교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전했다. 이 단체는 이탈리아 토리노를 기반으로 1988년 유럽 각 대학, 연구소에 재직하는 종교학자들이 설립한 곳으로 신흥종교에 대해 연구한다.
ICRF는 종교를 법으로 쉽게 재단하려는 시도를 멈추라고 요구했다. 종교자유는 신념의 자유이며 그에 따른 활동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주장했다. 또 “종교의 자유 침해는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위상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정연합은 일본 정부의 해산명령청구가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카야마 다쓰키 국제변호사는 “해산명령청구는 종교법인법상 해산사유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규정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가정연합에 대해 지적한 위법한 행위의 조직성, 계속성, 악질성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해산명령청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피해자 구제가 “(가정연합의) 법인격이 소멸돼 오히려 더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도쿄=글·사진 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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