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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완주' 고집 꺾은 바이든…당내외 사퇴 압박에 전격 포기[바이든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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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의 풍향계가 급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전격 사퇴하고 재선 도전을 포기했다. 일찌감치 ‘바이든 대 트럼프’ 리턴 매치로 치러질 거로 예상됐던 미국 대선이 투표일을 3개월여 앞둔 시점에 크게 요동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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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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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여러분의 대통령으로 봉사할 수 있었던 것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영광이었다”며 “재선에 도전하려 했지만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의 의무를 다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이 국가와 당을 위한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제 재선을 위해 애쓴 모든 분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 모든 작업에 탁월한 파트너가 되어 주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민주당 경선에서 과반 이상의 대의원을 이미 확보해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 민주당은 다음달 19~22일 시카고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바이든 대통령을 당 후보를 공식 선출할 예정이었다.

경선에서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을 확보한 현직 대통령이 후보직에서 사퇴한 건 미국 현대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과 린든 존슨 전 대통령 사례가 있지만 두 사람은 경선 초기 저조한 성적을 거두자 일찌감치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경선에서 승리하며 사실상 공식 대선 후보로 여겨진 바이든 대통령과는 상황이 다르다.

일찌감치 트럼프와의 재대결 구도를 굳혔던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나 잦은 말실수, 이상 행동으로 불거졌던 ‘고령 리스크’를 좀처럼 벗어나질 못했다. 선거 유세를 본격화한 뒤에도 상당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뒤쳐진 채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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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CNN이 주최한 대선 TV토론회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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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지난달 27일 CNN 주최로 진행된 첫 대선 TV 토론에서 여러 차례 말을 더듬는 등 인지력 저하를 노출하면서 참패했고, 곧이어 민주당 안팎에서 “후보 교체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나 대선 완주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후보 교체론을 해소하기 위해 나선 방송 인터뷰는 물론 지난 1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의 단독 기자회견에서조차 말 실수는 계속됐다. 당시 바이든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푸틴 대통령”이라고 소개했다가 정정하는 등 당황스러운 장면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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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야외 유세 중 총격을 받고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무대에서 내려가며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들어 올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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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 펜실베이니아 유세장에서의 암살 미수 사건 이후 지지층을 한층 결집했다. 피격된 상황에서도 성조기를 배경으로 손을 치켜든 사진은 전 세계 주요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정도로 영향력이 막대했다. 지난 15~19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스트 벨트(미 오대호 주변 쇠락한 공업지대)’의 백인 노동자 계급 출신인 JD 밴스(39·오하이오) 공화당 상원의원을 후보로 지명하면서 경합주 공략과 부동층 흡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트럼프가 기세를 올리는 사이 바이든의 메시지는 먹혀들지 않았다. “가장 유력한 게임 체인저는 트럼프를 죽이려는 시도보다 바이든의 허약함”(파이낸셜타임스·15일)이라는 평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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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스티븐 호스퍼드 하원의원이 주최한 한 행사에서 연설하던 중 기침하고 있다. 다음날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에 재감염됐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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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코로나19에 재감염되며 델라웨어주 사저에서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사건 이후 중단했던 선거 유세를 재개한 지 하루 만의 일이다.

여기에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민주당 수뇌부가 잇따라 후보 사퇴 설득에 나섰다. 20명 이상의 민주당 의원이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한 데다가, 배우 조지 클루니 등 주요 선거자금 기부자들도 사퇴 요구에 동참했다. 18일엔 민주당에 영향력이 큰 전임 대통령 버락 오바마마저 측근들에게 "대선 승리의 길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며 후보 사퇴를 고려해야 한다고 발언했다는 소식도 보도됐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도 더는 버티기가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제 관심은 누가 바이든 대신 민주당 대선 후보를 맡느냐에 쏠리고 있다. 후보감으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등이 거론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의 출마 여부도 관심을 받아왔으나 본인이 여러 차례 “대선 출마에 관심이 없다”고 밝혀왔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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