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우 공양을 체험 중인 템플스테이 참가자들. 템플스테이 예약은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운영하는 공식 홈페이지(www.templestay.com)나 각 사찰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수덕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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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어디로 갈지 고민하게 되는 여름휴가. 번잡함을 피해 조용한 휴식을 만끽하고 싶다면 템플스테이 만한 게 있을까. 17~18일 기자가 찾은 곳은 백제시대 창건된 것으로 알려진 충남 예산군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구 덕숭총림 수덕사 (주지 도신 스님). 총림(叢林)이란 선원(禪元), 강원(승가대 또는 승가대학원), 율원(율학승가대학원), 염불원을 모두 갖춘 종합수행 도량으로 조계종 25개 교구, 2800여 개 사찰 중 8곳뿐이다.
수덕사 템플스테이에는 1박 2일인 체험형(‘길 없는 길’)과 휴식형(‘일 없는 일’), 청소년을 위한 문화유산 투어(2박 3일), 심화 과정인 ‘하루 선방’(2박 3일) 등이 있다. 체험형에서는 저녁, 새벽 예불, 도량 돌아보기, 암자 순례, 스님과의 차담 등과 함께 참가자 요청에 따라 태극권, 요가, 명상도 할 수 있다. 휴식형은 말 그대로 아무런 구애 없이 편하게 있다 가는 것. 청소년을 위한 문화유산 투어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과 예산·홍성지역 문화유산 탐방을 연계한 것이다. ‘하루 선방’에서는 묵언 수행 등 안거(安居)에 들어가는 스님과 같은 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
명상 체험 중인 템플스테이 참가자들. 템플스테이 예약은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운영하는 공식 홈페이지(www.templestay.com)나 각 사찰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수덕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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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만들기 체험 중인 템플스테이 참가자들. 템플스테이 예약은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운영하는 공식 홈페이지(www.templestay.com)나 각 사찰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수덕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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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가 체험한 것은 휴식형. 저녁 공양을 마친 뒤 국보 제49호 대웅전 앞을 산책하는데 장대한 범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녁 예불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다. 법고(북), 목어, 운판(雲板·구름 모양의 금속악기), 범종 순으로 치는데 법고는 육지 동물, 목어는 수중 생물, 운판은 날 짐승, 범종은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영(靈)을 제도하기 위해 친다고 한다.
템플스테이를 담당하는 초은 스님은 “범종의 의미는 종소리를 듣는 순간 만이라도 번뇌와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심지어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빠진 죄인조차 이 순간만큼은 쉬어가길 바라는 자비의 소리”라고 말했다. 모든 지옥은 찰나라도 고통을 당하는 순간과 아닌 순간이 있는데, 무간지옥은 이 간격도 없이 고통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지옥 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형벌을 당하는 곳이다.
대웅전에서 참선 중인 템플스테이 참가자들. 템플스테이 예약은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운영하는 공식 홈페이지(www.templestay.com)나 각 사찰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수덕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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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새와 계곡 물소리를 벗 삼아 이곳 저곳을 산책하는데 돌담 위와 축대 틈새 틈새에 사람들이 쌓아놓은 작은 돌탑이 수 없이 보였다. 손가락 한두 마디 크기에서 주먹 만한 것까지 크기도, 높이도 다양한데 10m 높이 돌 틈새에 간신히 쓰러지지 않고 선 조약돌 5, 6개를 올려놓은 탑이 보인다. 얼마나 간절한 소원이면 저 위까지….
템플스테이의 숨겨진 매력은 마주치는 스님 누구와도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마침 지나가던 스님과 몇 마디 하다가 “저 쌓인 돌들이 모두 사람들의 번뇌고 아픔인 것 같습니다. 돌이 말을 하는 것 같네요”라고 하자 그는 “마음을 비우고 들으면 세상에 법문 아닌 것이 없지요”라고 답했다. 불교에 무정설법(無情說法)이란 말이 있는데, 사람이 아닌 자연의 사물들이 설법을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새소리, 시냇물 흐르는 소리, 바람 소리 모두 우리에게 무상함을 깨우치게 하는 법문이라는 것이다.
태극권 수련 중인 템플스테이 참가자들. 템플스테이 예약은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운영하는 공식 홈페이지(www.templestay.com)나 각 사찰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수덕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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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새벽, 휴식형이지만 온 김에 새벽예불(오전 3시 반)에 참석하려고 방을 나서는데 비가 세차게 내렸다. 신발을 젖지 않으려고 물구덩이를 요리조리 피하려고 애쓰는데 신경만 잔뜩 쓰이고 얼마 가지 못해 다 젖었다. 벗는 게 차라리 낫겠다 싶어 신을 벗었는데 이게 웬걸? 방금까지 길이 아니었던 곳이 길이 되고, 밟지 못할 곳이 없어졌다. 고작 신발 하나 벗었을 뿐인데…. 발은 두 개인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신지도 못한 ‘신발’을 놓치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며 살아왔을까. 하나만 놓을 수 있어도 어제보다는 편안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산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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