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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활한 포스텍, '착한' SON에 징계 떠넘겨…"벤탄쿠르 인종차별? 쏘니 결정 따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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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홋스퍼 감독은 인종차별 논란을 크게 키우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피해자이지만 동시에 팀 주장이기도 한 손흥민에게 결정권을 떠넘기면서 사실상 이대로 묻고 가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영국 풋볼런던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17일(한국시간) 기자회견 도중 한 기자가 '벤탄쿠르가 손흥민에 대한 발언으로 코파아메리카에서 어색하고 힘든 순간을 겪었다. 이에 대해 벤탄쿠르와 이야기한 게 있나'라고 묻자 "코파 아메리카에 대해 뭘 말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인종차별 발언과 관련해서는 이미 처리된 사안"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쏘니다. 쏘니가 우리를 안내하고 지시할 것이다. 인종차별 문제는 처리되고 있고, 추가 조치도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이러한 모든 종류의 일에 직접 개입해 판단하는 게 쉽다고 생각하긴 하나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한 건 영향을 받은 사람이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 경우에는 손흥민이다. 우리는 그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손흥민의 의견을 따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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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손흥민의 의견을 존중하는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상 이번 사태를 크게 키우지 않고 조용히 묻고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손흥민이 인종차별 피해자이긴 하지만 이미 SNS를 통해 벤탄쿠르를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고, 무엇보다 팀의 주장으로서 동료의 내부 징계를 결정하기 힘든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평소 손흥민의 성격을 고려하면 포스테코글루 감독 발언의 의도를 알 수 있다. 토트넘은 얼마든지 구단 자체 징계를 내릴 수 있다. 반면, 손흥민은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고 해서 동료에게 징계를 내려달라고 할 인물은 아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에게 결정권을 떠넘겼다고 볼 수밖에 없다.

런던 라이벌 첼시와는 확연하게 다른 행보다. 프랑스 흑인 선수들을 비하한 아르헨티나 미드필더 엔소 페르난데스에 대해 토트넘과 달리 구단 자체적으로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피해자인 구단 내 흑인 선수들에게 엔소의 징계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위해 구단에서 선제적으로 엔소의 징계를 결정했다.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논란이 터졌을 때 침묵했던 토트넘과는 확실히 다른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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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탄쿠르는 지난 달 코파 아메리카 개막을 앞두고 진행한 자국 우루과이 언론과의 인터뷰 도중 아시아인을 싸잡아 비하하는 발언을 꺼내 논란이 됐다.

당시 진행자가 "당신 유니폼은 가지고 있으니 그 한국인 유니폼을 가져다 줄 수 있나?"라고 질문하자 벤탄쿠르는 "쏘니?"라고 되물었다.

인터뷰 진행자가 "세계 챔피언(크리스티안 로메로)의 것도 좋다"라고 말하자 벤탄쿠르는 "아니면 쏘니 사촌 거는 어떤가. 어차피 걔네 다 똑같이 생겼다"라고 받아쳤다. 아시아인의 외모가 거의 비슷해 구분이 어렵다는, 명백한 인종차별적인 발언이었다. 심지어 대상이 같은 팀 동료이자 절친한 친구로 알려졌던 손흥민과 한국 사람들이었기에 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벤탄쿠르는 곧바로 사과문을 작성했다. 벤탄쿠르는 자신의 SNS 스토리 기능을 통해 "쏘니 내 형제여! 너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할게. 그건 매우 나쁜 농담이었다! 내가 널 사랑하고, 너를 존중하지 않는다거나 너와 다른 사람들을 상처 입히려고 했던 게 절대 아니라는 걸 알아줘! 사랑해 내 형제!"라며 손흥민 계정을 태그해 사과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있었다. 벤탄쿠르가 올린 사과문에 쏘니는 흔히 사용되는 'SONNY'가 아닌 일본 회사 이름인 'SONY'였다. 또 벤탄쿠르가 사용한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기능은 24시간이 지나면 아예 사라지고, 기록은 개인 계정에만 남는 기능이기 때문에 사과문을 많은 사람들이 접하지 못할 수 있어 사과문의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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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도 토트넘보다 피해자인 손흥민이 먼저 나서서 진화했다. 손흥민은 "롤로(벤탄쿠르)와 이야기를 나눴다. 벤탄쿠르가 실수한 것이었고, 이 사실을 알고 사과했다"라며 "벤탄쿠르는 의도적으로 모욕적인 말을 하려던 게 아니었다. 우리는 형제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라고 올렸다.

이어 "우리는 이번 일을 넘어가기로 했고, 다시 뭉쳤다. 프리시즌에 다시 함께 뭉쳐 팀을 위해 하나가 돼 싸울 것이다"라며 '쏘니(Sonny)'와 하얀색 하트 이모티콘을 덧붙였다.

벤탄쿠르도 2차 사과문을 게시했다. 벤탄쿠르는 "난 모든 팬 여러분, 그리고 날 팔로우하는 분들과 소통하고 싶다. 난 다른 사람이 아닌 손흥민을 언급한 것이었고, 그와 대화를 나눴다. 우리의 깊은 우정을 알렸고, 그(손흥민)는 이게 불행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누군가가 내 말로 인해 불쾌함을 느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도 "다만 내가 (손흥민 아닌)다른 사람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 그리고 손흥민에게만 한 얘기다.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다른 누군가를 불쾌하게 할 의도가 없었다"고 SNS에 적었다. 사과문은 영어와 스페인어로 동시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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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토트넘은 "벤탄쿠르의 인터뷰 영상과 이후 선수의 공개 사과 이후, 클럽은 이 문제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보장하기 위해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는 다양성, 평등, 포용이라는 목표에 따라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한 추가 교육이 포함된다"라면서 "우리는 주장 쏘니가 이번 사건에 대해 선을 긋고 팀이 다가오는 새 시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지한다"라고 선을 그어준 손흥민에게 감사를 표했을 뿐이었다.

또 "우리는 다양한 글로벌 팬층과 선수단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어떤 종류의 차별도 우리 클럽, 우리 경기, 더 넓은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차별에 맞서 새 시즌 준비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벤탄쿠르에 대한 징계는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축구계에서 인종차별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토트넘의 이러한 행보는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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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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