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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1 (일)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04] 시름 가득한 올해 長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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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김성규


“심양강 강가에서 밤에 손님을 보내며(潯陽江頭夜送客)…”라고 시작하는 백거이의 명시가 있다. 벼슬살이서 좌천한 시인의 심경과 시골에 묻혀 살아가는 퇴기(退妓)의 곡절이 어울려 큰 감명을 주는 장시(長詩) ‘비파행(琵琶行)’이다.

명시 ‘비파행’의 정감 세계가 잔잔하게 펼쳐지는 무대 ‘심양강’은 중국 최장의 하천이자, 세계 제3의 강줄기인 장강(長江)의 한 구간이다. 6300여㎞의 길이, 유역 면적 180만㎢에 이르는 거대한 강인지라 구간별 별칭도 많다.

발원지에 해당하는 서쪽 첫 구간의 이름은 금사강(金沙江)이다. 금빛 모래가 많아 얻은 이름이라고 한다. 서쪽 고원에서 발원해 쓰촨(四川)까지 닿는다. 다음 구간은 천강(川江)이다. 쓰촨을 지나 동쪽인 후베이(湖北)에 이른다.

이 중간에는 절경이 펼쳐지는 삼협(三峽)이 있어 그 구간을 별도로 협강(峽江)이라 부르기도 한다. 후베이에서 후난(湖南)으로 이어지는 수역의 별칭은 형강(荊江)이다. ‘삼국지(三國志)’의 핵심 무대인 형주(荊州)로 인해 얻은 이름이다.

그곳을 지나 더 동쪽으로 흘러 장시(江西)에 이르면 위의 심양강 권역이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수많은 지류(支流)가 장강 간류(幹流)에 흘러들어 구파(九派)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기서 아홉(九)이란 수치는 ‘아주 많은’의 뜻이다.

다시 더 동쪽으로는 안후이(安徽) 지역인데, 춘추전국시대 권역 명칭을 따라 초강(楚江)으로 부른다. 그다음이 유명한 양자강(揚子江)이다. 장쑤(江蘇) 양저우(揚州)의 지명으로 얻은 별칭이다. ‘양자강’은 때로 장강 전체를 일컫는다.

동쪽으로 흐르는 강에 제가 품은 슬픔을 떠내려 보낸다는 부저동류(付諸東流)의 민간 심사가 발달한 중국이다. 중국 장강 전역의 큰 홍수로 올해도 수많은 중국인들의 시름이 떠내려간다. 동류하는 장강의 물엔 빗물 반, 한숨 반이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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