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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31 (토)

“집안싸움하다가 野에 주도권 뺐겼다”…국힘, 금투세 폐지 방침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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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상자산 과세제도 현안 토론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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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국민의힘이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당정은 18일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 특별위원회(위원장 송언석) 주최 토론회에서 금투세 폐지를 놓고 머리를 맞댔다. 송언석 의원은 “금투세 시행이 불과 6개월밖에 남지 않은 현시점까지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금투세 시행은 국내 증시에서 자금 유출을 일으키는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 측 인사로 참석한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 실장도 “투자자 이탈, 증시 침체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국회를 통과한 금투세는 지난해 1월부터 도입될 예정이었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여야 합의를 거쳐 2025년 1월 시행하는 것으로 2년 유예했다.

이날 토론회는 다음주 초 정부가 마련한 세법 개정안 발표에 앞서 열린 “일종의 당정 간담회”(특위 관계자)였다. 별개로 국민의힘은 전날 가상자산 과세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세법 개정안에선 ▶금투세 폐지 또는 유예 ▶상속세·종합부동산세 완화 ▶가상자산 과세 유예 등 문재인 정부 때 도입된 중과세를 손질하는 게 핵심으로 꼽힌다.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중산층 세 부담 확대가 감세 명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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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한국증시 밸류업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세제개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관련 토론회에서 송언석 위원장과 기획재정부 정정훈 세제실장(왼쪽)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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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 개정은 전통적으로 정부·여당의 이슈다. 이번엔 양상이 다르다. 170석 더불어민주당의 박찬대 원내대표가 총선 직후인 5월 초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폐지’를 먼저 띄웠다.

대통령실이 지난달 16일 기다렸다는 듯이 “종부세는 사실상 전면 폐지가 바람직하고, 상속세율은 30% 내외까지 인하가 필요하다”(성태윤 정책실장)고 화답했지만, 여권의 반색에 민주당은 “나라 곳간이 거덜 날 지경인데 대규모 세수 결손 사태는 재정 청문회가 필요하다”(18일 진성준 정책위의장)며 발을 뺐다.

잠잠하던 세제 이슈는 그러나 이재명 전 대표가 10일 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종부세·금투세 완화를 시사하면서 다시 불붙었다. 18일 열린 민주당의 첫 전당대회 토론회에서도 “종부세는 신성불가침이 아니다”(이재명 후보), “종부세는 우리 당의 근간” (김두관 후보)이라며 갑론을박했다.

결과적으로 소수 여당(108석)인 국민의힘 입장에선 세제 개편 이슈를 거야에 빼앗긴 모양새다. 세법 개정안도 일반 법안처럼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인원 과반 찬성이 필요해 야당 동의가 없으면 처리가 쉽지 않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 전 대표가 제안한 종부세 개편, 금투세 유예 같은 세제 개편은 당장에라도 여야 간 합의를 위한 논의에 착수할 용의가 있다”고 했지만, 정작 민주당은 “부자 감세만을 획책하는 안에 동참할 생각이 없다”(진성준 정책위의장)고 거절했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소속 영남권 의원은 “중도층 민심에 호소할 좋은 기회였는데, 마치 이재명의 우클릭으로 감세가 이뤄지는 모양새가 될까 걱정”이라며 “전당대회 이전투구가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다 보니 여당이 주도해야 할 세금 이슈마저 힘을 못 받는다”고 토로했다.

연금개혁 이슈도 비슷한 처지다. 추경호 원내대표가 16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이 전 대표가 그렇게 서둘렀던 연금 개혁도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통해 실무 협의를 시작하자”고 촉구하고 국민의힘 연금개혁특위도 17일 “여·야·정 상설 협의체 및 국회 상설 연금특위를 만들어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정부 개혁안 제출이 먼저”라고 선을 그으면서 제자리를 맴도는 중이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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