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외무성 내 대표적 ‘중남미通’ 리일규 참사
작년 11월 가족과 탈북 후 국내 입국 확인돼
태영호 “李, 김정은도 알아주는 쿠바 전문가”
대북제재·뇌물요구에 탈북 외교관들 늘어나
작년 11월 가족과 탈북 후 국내 입국 확인돼
태영호 “李, 김정은도 알아주는 쿠바 전문가”
대북제재·뇌물요구에 탈북 외교관들 늘어나
쿠바 아바나 주재 북한 대사관 전경. [연합뉴스] |
쿠바에 주재했던 북한 외교관이 지난해 11월에 임지를 이탈해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이날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재직했던 리일규(52) 정치참사가 지난해 11월 아내와 자녀를 데리고 국내로 들어왔다. 리 참사는 쿠바에서 두 차례 근무한 ‘중남미통(通)’이며 그의 입국 시기는 북한의 사회주의 맹방인 쿠바가 한국과 한창 수교 협상을 벌이던 때다.
그는 한국과 쿠바 사이 수교를 현지에서 저지하는 업무를 수행했고, 근무 평정과 평양 외무성 본부의 뇌물·충성자금 상납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다가 망명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리 참사는 김정은 체제 이후 국내에 입국한 것으로 확인된 네 번째 북한 외교관이다. 그의 이전에는 태영호 전 영국 주재 공사(2016년)과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대사대리·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대사대리(이상 2019년) 등이 한국땅을 밟았다.
국내 정착 이후 21대 국회의원을 지낸 태 전 공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나의 동료였던,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참사였던 리일규 참사가 한국 사회에 드디어 커밍 아웃(coming out) 했다”며 환영했다.
[태영호 SNS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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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전 공사는 리 참사에 대해 “나와 내 아내, 내 아들들이 다녔던 평양외국어학원을 다닌 동문”이라며 “북한 외무성에서 김정일, 김정은도 알아주는 쿠바 전문가, 김정은에게 올라가는 중남미 지역 문제와 관련한 많은 문건을 그가 직접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가 2013년에 파나마에 억류됐던 북한 선박 청천강호 문제를 해결한 공로로 ‘김정은 표창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리) 일규 참사가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마지막으로 수행한 가장 중요한 업무는 한국과 쿠바 사이의 수교 저지 활동이었다”면서 “평양의 지시를 집행해 보려고 애를 써보았으나 쿠바의 마음은 이미 한국에 와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리 참사에게 “북한 외교관 출신들 모두 힘을 합쳐 통일운동을 열심히 해서 자기 자식들을 대한민국에서 자유롭게 살게 해 보려는 북한 간부들과 주민들의 꿈을 꼭 실현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계와 평양 사이에 낀 北외교관 탈북사례 ↑
이와 관련, 통일부는 지난해 국내에 입국한 외교관과 유학생, 해외 주재원 등 중간 엘리트 계층 탈북민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이는 지난 2017년 이후 가장 많은 수다. 지난해 전체 탈북민 입국 인원은 196명으로 2017년에 비해 6분의 1로 줄었지만 해외에 체류하던 북한 엘리트 계층의 탈북과 국내 입국은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해외 주재 북한 엘리트의 탈북 증가는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며 국제사회에서의 입지를 스스로 좁힌 것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이러한 가운데 해외에서 활동하는 북한 외교관들은 대북제재로 인해 외교와 외화벌이 활동상 제약이 커졌음에도 내부적으로는 평양으로부터 뇌물과 충성자금 상납 요구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부터 아프리카와 아시아, 유럽 등 주요 외교 거점에서 운영하던 재외공관을 잇달아 폐쇄한 사실이 정부 당국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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