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를 향한 총격 사건 이후 폭력과 테러, 증오·혐오의 극단정치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미 정가에선 대선 판도 변화에 초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이 웅변하듯 이번 사건이 트럼프에 대한 영웅과 순교자의 이미지를 강화해 그의 대선 승리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역사학 전문가인 더글러스 브링클리 라이스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미국인의 정신에는 압박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와 용기를 보이는 것을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으며, 트럼프가 주먹을 높이 든 장면은 새로운 상징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트럼프의 이미지가 최근 TV토론에서 부각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와 더 큰 대비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각 정치세력에 불러올 득실 이전에 무엇보다 폭력과 테러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는 점, 어떤 상황 어떤 이유에서도 용납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사건이 주는 교훈이 사진이 자아낸 극적 효과와 그것이 만들어낼 서사에 제한돼선 안 된다. 때로는 사진에 찍히지 않은 진실이 더 중요하다. 그것은 정치 극단화의 토양이 되는 경제불평등, 증오를 부추기는 정치인의 언행, 사회 곳곳의 혐오와 차별이다.
NBC방송은 이번 사건을 두고 “정치폭력은 극도로 양극화된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했다. 조너선 털리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미 언론 기고문에서 지난 몇 달간 정치인과 언론, 평론가들이 상대 진영에 대해 난폭한 말들을 쏟아내왔으며, 이들은 극단적인 행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 지지세 결집을 위해 이용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분노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지금이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일 수 있다고 했다. 우리 사회는, 우리 정치인들의 언행은 과연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돌아보고 자성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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