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일부 교단 여전히 여성 안수 금지…"남성 우월론" 비판
성경 해석 논란도…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 결성해 개선 촉구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 |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남자 동기들은 곧 강도사·목사가 됐고, 지금 대부분 담임목사나 선교사가 됐습니다. (여자인) 저는 여전히 전도사입니다."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마치고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산하 교회에서 20년 이상 전도사로 활동하는 최성희(55) 씨. 그가 목사가 되지 못한 것은 교단이 여성 안수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씨는 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목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종교 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꽤 컸다며 "여성이기 때문에 가해지는 제약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개신교 교단 다수는 여성의 목사 안수를 인정한다. 하지만 예장 합동, 예장 합신, 예장 고신 등 일부 교단은 여전히 허용하지 않고 있다.
여성 목사 안수 인정하는 교단 |
특히 예장 합동은 평신도 수가 235만명(교단 집계 기준)에 달하는 대형 교단이다. 사랑의교회(서울 서초구), 충현교회(서울 강남구), 새에덴교회(경기 용인시), 안산동산교회(경기 안산시)를 비롯해 교회 약 1만2천개가 속해 있다. 교단 산하에 총신대 외에 11개의 인준 신학교도 있다.
최씨는 여성을 차별하는 분위기에 위축됐다고 회고했다.
대학원 시절 여성이 입학하는 바람에 장차 목사가 될 수 있는 남성이 탈락했다는 식으로 비하하는 이들도 있었고 이후 활동에서도 여러 제약을 느꼈다고 한다.
"대우가 다른 것은 물론이고, 여자라서 대중 설교에도 제한이 있습니다. 교인들이 대하는 태도에서도 차이가 느껴집니다."
목사가 되고 싶어 예장 합동이 아닌 다른 교단으로 소속을 옮긴 여성들도 많다고 최씨는 전했다.
전주열린문교회 이광우 담임목사 |
예장 합동 산하 전주열린문교회 이광우(69) 담임목사는 "성경에 여자는 (목사) 안수받지 말라는 명시적인 구절은 없다. 남성 우월론에 입각한 가부장제를 교회가 그대로 수용해 버린 것"이라고 여성 안수를 허용하지 않는 것을 비판했다.
그는 "여성이 대통령도 하고, 장군도 나왔는데 목사는 안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유교적 질서를 기독교가 그대로 따르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여성 안수 불허는 그 자체에 대한 찬반과 별개로 교단이 성문 규정을 지키지 않는다는 논란도 낳는다.
예장 합동의 최고 규범인 총회헌법을 보면 목사 자격에 성별 설명이 없다. '여성은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없다' 혹은 '남성만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안수는 남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해 여성을 배제한 것이라고 이 목사는 설명했다. 자의적 해석으로 차별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셈이다.
여성 안수 시행 촉구 서명운동 |
성경 해석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예를 들면 고린도 전서 14장 34절에는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그들에게는 말하는 것을 허락함이 없나니 율법에 이른 것 같이 오직 복종할 것이요"라고 적혀 있다. 이를 여성이 목사가 될 수 없다는 의미로 보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목사는 '여자'를 '모든 시대 모든 여성'으로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35절에 "만일 무엇을 배우려거든 집에서 자기 남편에게 물을지니 여자가 교회에서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는 설명이 이어지는 점에 비춰보면 34절은 남편이 있는 일부 여성을 향한 메시지로 봐야 한다고 이 목사는 풀이했다.
그는 "(고린도 전서를 쓴) 1세기 무렵에는 유부녀가 외간 남자에게 말을 거는 것이 성적 유혹으로 받아들여졌다"며 시대적 배경까지 고려해 해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성 안수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와 전주열린문교회를 비롯한 10개 단체·교회는 최근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을 결성하고 "여성 안수를 신속히 실행하라"고 선언했다.
전주열린문교회가 속한 북전주노회를 비롯해 복수의 노회가 여성 안수를 허용하라는 내용의 헌의안을 9월에 열릴 교단 총회에 발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에 북전주노회가 홀로 발의했다가 총회 본회의에서 표결도 못 한 것에 비하면 변화를 요구하는 이들이 늘어난 셈이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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