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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통 원인, 위치별로 알아보기
배가 아플 때 단순히 ‘소화가 안 돼 그런가 보다’고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복통 자체를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다. 하지만 복통은 심각한 질환을 암시하는 신호일 수 있다. 통증이 느껴지는 복부 위치에 따라 의심되는 원인 질환이 다르다. 의외로 원인 질환을 위장이 아닌 췌장, 담낭 등에서 발견한다. 복부 통증의 양상과 동반 증상을 잘 살펴야 하는 이유다. 복통 위치별로 감별해볼 수 있는 원인 질환을 알아본다.
복부에는 다양한 장기가 자리 잡고 있다. 통증 부위에 어떤 장기가 있는지 알면 증상의 실마리를 찾는 데 유리하다. 따라서 복통의 원인을 확인하려면 통증 부위를 파악하는 것이 순서다. 복통 부위는 크게 ▶우상복부 ▶우하복부 ▶좌상복부 ▶좌하복부로 나눌 수 있다. 배꼽을 중심으로 복부에 십자 모양으로 선을 그어서 구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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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복부 통증 담석·담낭염
오른쪽 윗배에서 통증이 나타나면 담낭(쓸개)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담석·담낭염 등 담낭 질환이 발생하면 오른쪽 윗배가 쥐어짜듯이 아파온다. 담석은 담낭에 저장된 담즙(소화액)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으면서 결석이 생긴 상태다. 몸속에 콜레스테롤과 빌리루빈이 과하게 생성되면서 나타난다. 이렇게 만들어진 담석은 결국 담즙의 배출을 막아 소화 기능을 떨어뜨리고 심한 복부 통증을 유발한다. 고려대안암병원 간담췌외과 최유진 교수는 “담석은 담낭에서 담즙이 나가는 통로인 담낭관을 막아 염증을 일으키면서 급성 담낭염을 부른다”며 “고열과 함께 오른쪽 윗배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담낭 질환에 의한 복통은 응급실을 찾을 만큼 강도가 극심할 수 있다. 한 번 시작된 복통은 6시간 이상 지속한다. 식후에 통증이 더 심해지는데,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증상이 악화한다. 우상복부에서 느껴지던 통증이 오른쪽 어깨까지 퍼지기도 한다. 복통과 함께 발열, 메스꺼움과 구토 증상을 동반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위경련, 급체와 증상을 혼동하기 쉽다. 소화제나 제산제를 먹은 후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바로 의료기관을 방문해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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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상복부 통증 췌장염
왼쪽 윗배가 아플 땐 췌장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췌장은 명치 위치에서 등 쪽 방향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소화기관이다. 그런데 어떤 원인으로 췌장에 급성 염증 반응이 일어나면 명치나 왼쪽 상복부에 지속해서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통증 양상을 살펴보면 대부분 명치 부위와 왼쪽 윗배에서 통증이 시작해 시간이 지날수록 등 쪽으로 뻗어 나간다. 간혹 흉부나 하복부로 통증이 퍼지는 경우도 있다. 췌장염으로 인한 복부 통증은 발열과 구토, 오심, 복부 팽만감, 식욕부진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러한 통증은 6~24시간 지속하는 게 특징이다.
췌장염은 평소 술을 많이 마시거나 담석증이 있는 사람에게 자주 발생한다. 특히 과식하거나 음주 후 복통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통상 하루 정도 금식하면 증상이 완화되지만, 염증이 악화하고 췌장액 분비가 줄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고려대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김효정 교수는 “췌장염 환자 2명 중 1명은 발병 2주 이내에 중증으로 급격히 진행되므로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급성 췌장염으로 의심되는 상복부 통증이 극심하게 나타날 경우 빨리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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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하복부 통증 충수염
오른쪽 아랫배 통증은 충수염(맹장염)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충수염은 맹장 끝에 있는 충수돌기에 염증이 생긴 것을 의미한다. 충수염으로 인한 통증은 처음부터 오른쪽 아랫배에서 나타나지 않는다. 초기엔 명치나 배꼽 주위의 상복부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이땐 체한 것처럼 답답한 느낌이 들면서 소화불량 등 일반적인 위장 증상과 미열이 나타난다. 그러다 몇 시간 후 통증이 점차 오른쪽 아랫배로 옮겨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 강도도 심해지며 해당 부위를 눌렀을 때 압통이 크게 느껴지는 게 특징이다. 초기엔 단순한 위염과 장염으로 질환을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를 방치하면 충수가 터져 복막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우하복부 통증이 나타난다면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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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하복부 통증 비뇨생식기 질환
왼쪽 아랫배에는 특별한 장기가 없다. 그래서 통증이 생겨도 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상에 지장을 줄 만큼 복통이 심하다면 비뇨생식기계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의심되는 원인 질환은 남녀에 따라 다르다. 남성의 경우 소변 길(요로)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요로결석이다. 수분 손실이 크고 소변량이 줄면 요로에 결석이 발생한다. 소변 속 칼슘이 농축돼 덩어리가 생기기 좋은 조건을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요로결석이 생기면 왼쪽 아랫배와 옆구리 통증이 심하게 느껴진다. 소변이 내려오는 통로가 막히고 신장이나 요관이 팽창하면서 나타나는 결과다. 통증은 없어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며 혈뇨와 빈뇨 등을 동반할 수 있다. 그러면서 통증 범위가 고환 쪽으로 넓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여성이라면 자궁과 난소 이상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좌측 난소에 이상이 생기면 왼쪽 아랫배를 쿡쿡 찌르고 쑤시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질 수 있다. 자궁 외 임신일 때도 하복부 통증이 생길 수 있으며, 이땐 출혈을 동반하기도 한다. 골반염도 하복부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골반염은 자궁내경부, 자궁내막, 난소, 난관, 자궁 주위 조직 등 상부 생식기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골반염에 걸리면 아랫배 통증과 함께 골반통, 발열 등이 나타난다. 이외에도 질 분비물이나 월경량이 증가하며 비뇨생식기계의 이상 증상이 느껴질 수 있다. 순천향대부천병원 산부인과 상재홍 교수는 “골반염을 방치하면 불임, 자궁 외 임신을 일으키는 난관 손상이 발생할 수 있고 만성적인 골반통 등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며 “아랫배 통증 등 이상 증상이 있다면 골반염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즉시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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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위장 장애
윗배가 전체적으로 아플 땐 위염, 위경련 등 위장병인 경우가 가장 흔하다. 위장병은 현대인의 고질병으로 불린다. 잦은 음주와 맵고 짠 음식을 즐겨 먹는 일이 늘면서 다양한 위장 증상이 나타난다. 주로 윗배 전체에서 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 복통은 복부 초음파 검사와 컴퓨터단층촬영(CT), 위·대장 내시경을 통해 비교적 명확하게 원인 질환을 짚어낼 수 있다. 특별한 기질적 원인이 없을 땐 대부분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진단받는다. 심각한 병은 아니지만 시도 때도 없이 복통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상에서 큰 불편함을 초래한다. 통증은 주로 하복부 전체에서 발생하며 경련성 복통인 경우가 많다. 증상 유형도 다양하다. 흔히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복통과 함께 복부 팽만감, 설사, 변비가 동반된다. 대장이 과민한 탓에 대장 연동운동(수축과 팽창)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서 생기는 증상이다. 배변 후엔 복통이 수그러들기도 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최영희 소화기내과 교수는 “최소 6개월 전에 시작된 복통이 지난 3개월 동안 주 1회 이상 반복될 때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며 “이외에 빈혈이 생기거나 혈변을 보고 체중이 크게 감소하는 등 경고 증상이 생기면 다른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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