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임동훈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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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유두종바이러스(HPV)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일생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HPV는 피부와 점막의 접촉으로 감염돼 무증상으로 유지되다 자연히 소멸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마귀 같은 병변을 유발하면서 몸에 남아 있거나 지속적인 감염을 통해 암까지 유발한다. 대표적 질환은 여성의 자궁경부암, 남성의 음경암, 남녀 모두에게 발병하는 구인두암, 항문·생식기 주변 사마귀 등이 있다. 최근에는 HPV 감염과 정자 운동성 연관성이 확인돼 남성 불임의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HPV로 인한 암과 질병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성을 매개로 감염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성 접촉이 활발한 연령대에만 영향을 미친다고생각하지만 아니다. 항문·생식기 사마귀는 20~30대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반면에 HPV 관련 암은 50대 이상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성생활이 활발한 20대에 HPV에 감염됐다가 20~30년 뒤 암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다행히 HPV는 백신을 통해 관련 질환으 로부터 90%까지 예방이 가능하다.
전 세계 남성 3명 중 1명은 HPV에 감염돼 있으며 3명 중 2명은 암을 유발하는 고위험군 HPV에 감염돼 있다. 실제 생식기 사마귀의 국내 유병률은 10년 사이 약 3배 증가했다. 여성 대비 남성의 유병률이 세 배 정도 높고 그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남성은 정부의 필수 예방접종 지원에서 빠져 있어 HPV 백신 접종률이 여성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는 대국민 교육과 홍보사업뿐 아니라 HPV 질환을 다루는 의료계와도 협력하고 있다. 지난 11일 열린 아시아 오세아니아 생식기 감염 종양학회에서 국내 6개 학회가 입장문을 발표했다. HPV 백신은 남녀 모두 접종해야 하며, 접종이 효과적인 시기는 11~12세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이례적으로 6개 학회가 공동으로 공표한 것이다.
확실한 HPV 예방법은 국가 필수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통해 백신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미국, 호주, 영국은 이미 10년 전부터 남녀 모두 HPV 예방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도 필요성을 공감해 남성 청소년 대상 HPV 백신 지원 확대를 정부의 국정과제로 꼽은 만큼 조만간 적극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기대한다. HPV 백신은 미래 세대의 건강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대비해야 할 예방책이다.
임동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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