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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 단상 위 으리으리 목사 의자, 교회 권위주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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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홍 前 백석대 부총장 지적

“신도들 내려다보는게 일상 모습

서열화-일방적 의사구조의 단면”

동아일보

주도홍 전 부총장은 “목사의 권위는 가난하고, 불쌍하고, 어려운 사람들 곁에서 희생하고 봉사하며 생기는 것이지 신도들보다 높은 곳에 앉아 있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천안=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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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 강단 위의 으리으리한 의자는 한국 교회가 얼마나 권위주의에 빠져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지요.”

11일 충남 천안 백석대에서 만난 주도홍 전 백석대 부총장(부설 신학연구소장·목사)은 “한국 교회가 시간이 지나면서 초기 모습을 잃고 권위주의에 빠져버렸다”며 이렇게 말했다. 백석대는 대한예수교장로회(백석)계 대학으로, 종교개혁 분야 전문가인 주 전 부총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 교회 권위주의의 한 단면으로 강단 위 의자 문제를 지적했다. 이 글은 개신교계 내에서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주 전 부총장은 “종교개혁을 일으켰던 루터나 칼뱅이 설교했던 유럽 교회에 가보면 설교단만 있을 뿐, 강단 위에 담임목사 등을 위한 별도의 좌석이 없다”고 말했다. 하나님 앞에서는 어떠한 계급도 없고 모두가 동등한 성도이기에 목사도 설교할 때만 단에 오를 뿐, 마치고 나면 설교단에서 내려와 평신도들과 함께 나란히 앉아 다른 목사의 설교를 듣는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 교회, 특히 대형 교회에서는 담임목사 등 위계가 높은 목회자 여러 명이 설교를 마친 뒤에도 단상에 마련된 큰 의자에 앉아 다음 설교자와 단 아래 신도들을 내려다보는 모습이 일상적이다.

주 전 부총장은 “큰 교회일수록 목사의 위엄과 권위를 강조하기 위해 강단이 엄청나게 크고, 강대상(설교단)과 강단 위 의자도 예술품 수준의 값비싼 것을 쓴다. 의자는 시중에서 파는 것이 아니라 작가에게 주문 제작한 것이며, 강대상을 장식하는 꽃에도 많은 돈을 쓴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은 단순히 의자의 물리적 배치나 장식을 넘어 목사, 장로, 권사 등 교회 내 서열화, 목회자와 성도 간 수직적 관계, 당회 중심의 일방적 의사결정 구조 등 한국 교회의 권위주의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일부 교회에는 목사가 서는 강단과 신도석 중간 높이로 별도 단을 만들어 사회자나 권사, 집사 등 직급이 낮은 사람이 발언할 때 서도록 하고, 심지어 여성 전도사는 단 아래에서 마이크만 놓고 말하도록 한다는 것. 그는 “여성 전도사가 강단 위에도 못 올라가는 곳에서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줄 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주 전 부총장은 “한국 교회가 1970, 80년대 급격히 성장하면서 장점도 많지만 성공, 출세, 교회의 호화로움 등 물질적 풍요를 하나님의 축복으로 보는 잘못된 믿음(번영신학)이 자리 잡는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자꾸만 교회가 대형화되고, 그러기 위해 목사의 권위를 높이는 쪽으로 교회 문화가 흘렀다는 것이다. 그는 “목사의 권위는 성경에서 이르는 대로 가난하고, 불쌍하고, 어려운 사람들 곁에서 희생하고 봉사하며 생기는 것이지 신도들보다 높은 곳에 앉아 있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천안=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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