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폭력이 정당방위였다며 징계가 아닌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2024 남미축구연맹(CONMEBOL) 코파 아메리카 경기 직후 우루과이 일부 선수들이 상대팀이 콜롬비아를 응원하는 팬들과 대놓고 난투극을 벌여 국제축구계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우루과이 대표팀을 지휘하는 사령탑은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선수들이 징계가 아닌 상대팀과 팬들에게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루과이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아르헨티나 국적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은 캐나다와의 코파 아메리카 3~4위전을 하루 앞둔 13일(이하 한국시간) 기자회견에서 우루과이 선수들이 콜롬비아 팬들과 싸운 것에 따른 징계 가능성이 도출된 것을 두고 "징계를 두려워하는지 물어보면 안 된다. 사과받았는지를 물어봐야 했다"며 격분했다.
사고는 지난 1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뱅크오브아메리카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준결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파 아메리카 준결승 콜롬비아전에서 우루과이는 0-1로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콜롬비아는 전반 39분 헤페르손 레르마의 선제골을 잘 지켜 이겼다.
이날 경기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다음 가는 남미 두 라이벌의 대결답게 시종일관 두 팀 선수들의 거친 몸싸움과 신경전으로 과열됐다. 두 팀 모두 퇴장자가 발생했고, 반칙은 총 24개가 쏟아져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우루과이 대표팀 두 선수가 관중석으로 올라가 상대팀 팬들과 결투를 벌인 것이다.
리버풀에서 활약하는 우루과이 공격수 다르윈 누녜스는 콜롬비아 팬들과 주먹을 주고 받았다. 얼마 전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토트넘 홋스퍼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는 관중석으로 물병을 던졌는데 같은 팀 수석코치 이마에 맞아 그의 몸에서 피가 철철 흘러넘치기도 했다.
5분 정도 지속된 사상 초유의 선수-팬 난투극엔 우루과이 선수 12명이나 참전했다.
우루과이 수비수 호세 히메네스는 선수들이 자기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난장판으로 뛰어들었다고 주장하며 경기장 내 현지 경찰을 비판했다.
CONMEBOL이 진상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징계위원회 결과에 따라 캐나다와의 3~4위 결정전에는 누녜스를 비롯 난투극에 참전한 일부 우루과이 선수가 출전 금지 징계를 받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CONMEBOL은 경기 하루 뒤 "우루과이-콜롬비아 준결승전 직후 발생한 폭력 행위에 대해 연맹 징계위원회는 사건 전말을 파악하고 관련자들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기 위해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어떠한 형태의 폭력도 강력히 비난한다"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에선 수억 명 축구팬이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축제를 더럽히는 어떠한 행동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열정이 폭력으로 바뀌어선 안 된다"라며 결승전에서 강력한 통제를 예고했다.
하지만 비엘사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우루과이 선수들이 경기 도중 가족들이 위험에 처한 것을 목격했고, '무도한' 콜롬비아 팬들과 싸우기 위해 경기 직후 관중석으로 달려들었다는 얘기다. 비엘사 감독은 "우리 팀에 대한 제재를 논의하고 있나. 아니다, 중요한 건 그들(콜롬비아 팬들)이 우리에게 언제 사과할지에 관한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터트렸다.
'광인'이란 별명을 갖고 있으며 축구계에서 알아주는 전술가로 꼽히는 비엘사 감독은 "당신의 어머니, 여동생, 아기를 (위협적인 상황에서) 보호하지 않겠느냐"며 반문한 뒤 "선수들이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모두가 비난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콜롬비아 팬들 위협을 방어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다시 강조했다.
따라서 징계도 우루과이 선수들이 아니라 콜롬비아 팬 혹은 콜롬비아축구협회가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비엘사 감독은 "우리는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라며 피해 의식을 드러낸 뒤 "제재는 선수가 아닌, 그들을 난투 현장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도록 만든 사람들이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엘사 감독은 개최국인 미국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우리는 안보의 나라에 있다"는 말로 선수 보호 조치가 미흡했다고 꼬집었다. 콜롬비아는 월드컵 등 각종 메이저대회에서 많은 팬들이 개최국을 찾아 몰려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우루과이전에서도 관중의 90%가 콜롬비아를 응원했고, 그 속에서 우루과이 선수들의 가족들이 앉아 있었다.
비엘사 감독은 "저널리즘은 돈을 분배하는 사람들, 권력자의 이익에 대응한다"며 "권력에 응답하지 않는 사람들은 고통받는 사람들"이라며 우루과이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편파적으로 보도한다며 기자들까지 싸잡아 비판했다.
인구 400만에 불과하지만 세계적인 축구 강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우루과이는 직전 메이저대회인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가나를 2-1로 이기고도 한국과의 다득점에서 밀려 16강 티켓을 놓쳤는데, 가나전 직후 주심이 편파 판정을 했다며 일부 선수들이 비디오판독(VAR) 카메라를 깨트리는 등 폭력적인 행태를 벌인 적이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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