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서 '伊지지 확보하려 승인' 지적…대한항공보다 '낮은 문턱' 주장도
이탈리아 국영 항공사 ITA의 항공기 |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11일(현지시간) 독일 항공그룹 루프트한자의 이탈리아 국영 항공사 이타(ITA) 인수합병을 조건부 승인한 것이 '정치적 결정'이었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애플 관련 기자회견에 나왔다가 이번 인수합병과 관련해 때아닌 '질문 세례'를 받았다.
그의 상사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연임을 위해 이탈리아 정부의 지지를 확보하려고 마지못해 이를 승인했다는 의혹에 질문이 집중됐다.
이에 베스타게르 부집행위원장은 인수합병 승인 여부가 EU 경쟁법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으로 응수하면서 "정치적 결정이 아닌 데도 계속되는 비난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유럽의회에서 집행위원장 당선인이 이탈리아 지지를 얻기 위해 정치적 결정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분노하지 않겠느냐"며 "이는 집행위원장에게도 엄청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독일 쾰른에 본사를 둔 루프트한자는 오스트리아항공·브뤼셀항공·스위스항공·유로윙스 등을 거느린 유럽 최대 항공그룹이다. ITA는 지난 75년 동안 이탈리아를 대표했던 국영 항공사 알리탈리아가 2021년 파산하자 이탈리아 정부가 설립한 국영 항공사다.
루프트한자는 지난해 5월 ITA의 지분 41%를 3억2천500만유로(약 4천722억원)에 매입하기로 합의하고 2033년까지 나머지 지분 59%를 추가로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확보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집행위는 루프트한자의 ITA 인수합병 시 경쟁 제한으로 가격이 오르고 서비스 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면서 제동을 걸었다.
이탈리아 정부의 승인 압박 속에 결국 집행위는 이달 3일 "루프트한자와 이탈리아 경제재정부가 제출한 시정조치안을 완전히 이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인수합병을 승인한다"고 결론 내렸다.
루프트한자와 이탈리아 정부는 유나이티드항공(미국)·에어캐나다(캐나다)와 대서양 횡단 합작노선에 ITA를 2년간 투입하지 않겠다는 조건이다. 또 밀라노 리나테 공항의 40개 슬롯(항공기 이·착륙 횟수)은 저가항공사 이지젯(영국)·볼로테아(스페인)에 넘기기로 했다.
외신들은 인수합병 승인으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국가부채 감축 노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며 '멜로니의 승리'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 승인이 정치적 결정이라는 의혹이 나온 배경이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는 대한항공-아시아나 인수합병 승인 때와 비교해 루프트한자의 '승인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 유럽 지역 매체 기자는 "유럽 지역 소비자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거대기업 루프트한자에 대해서는 대한항공에 요구한 것만큼 (까다롭게) 시정조치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다"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베스타게르 부집행위원장은 "루프트한자의 시정안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기에 특정 사례와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대한항공의 경우 같은 허브 내 경쟁사(아시아나)와 합병이어서 이번 건과 매우 상황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집행위는 지난 2월 대한항공이 여객 부문 유럽 4개 중복 노선을 이관, 아시아나 화물사업 부문 매각 등의 시정방안 이행을 전제로 한 인수합병 조건부 승인을 내린 바 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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