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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울 중심 부동산 정책에 중소형 건설사는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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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화가 많이 나셨네요.”

요즘 중소형 건설사 취재원과 만날 때면 여지 없이 기자 입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건설 경기가 악화하자 건설사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형 건설사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특히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이 신축과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오름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지방에 현장이 많은 중소형 건설사의 비명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소형 건설사 관계자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을 악순환이라고 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전고점의 90% 수준을 회복했지만 지방 아파트 시장은 여전히 미분양과 거래절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기존 사업도 지지부진한 와중에 새 사업은 언감생심이라고 했다.

게다가 자금 융통도 안 되는 상황이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르면서 금융사들은 중소형 건설사들에까지 여신을 옥죄기 시작했다. “회사 이름에 ‘건설’만 들어가면 빨간 줄이 그어져 있어 돈을 안 빌려 준다”는 한탄이 나오는 이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사비까지 치솟는 상황에서 중소형 건설사들은 갈 곳이 없다. 적어도 돈 떼일 걱정은 없는 공공 공사가 아니면 답이 없다고 했다. 이마저도 이전 실적 조건이 채워지지 않은 건설사들은 기회가 없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가만히 있으면 회사 규모가 쪼그라드니 남는 것이 없어도 생존을 위해서 어느 정도 수주만 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형 건설사에게 최근의 서울 집값 상승 현상은 전혀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지방 집값은 제자리걸음인데 서울 집값을 잡자고 일괄적인 대출 규제를 적용해 건설 경기를 더욱 경색되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가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 등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지방 시장은 더욱 경색됐다. 중소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현재 다주택자와 DSR 40% 규제만으로도 벅찬데 다시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생존의 기로에 선 중소형 건설사들은 도산 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고 호소했다.

진정으로 건설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건설사에 자금을 융통하게 해 주어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최근에는 두 달 연기됐던 스트레스 DSR 2단계를 다시 시행하는 등 대책을 정부에서 내놓는다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대출 규제를 더욱 조이고 다주택자 규제가 여전히 있는 한 지방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행히 금융당국에서 전세대출을 DSR에 적용하는 방안을 서울과 지방에 차등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제도의 적합성을 따지기 전에 이분화된 시장에 맞는 정책을 고민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서울 공화국’, ‘지방 공화국’이 엄연하게 분리돼 있다. 주택 정책의 시작은 이를 인정하는 것부터가 먼저다.

백윤미 기자(yu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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