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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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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부자들 보유세 특혜"…시세와 멀어진 공시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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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서울 1000억원 이상 빌딩 분석결과 발표

지난해 시세반영률 35%, 정부 발표보다 30%P↓

성수동 '무신사캠퍼스E1' 'CORNER50’ 11%로 최저

"산출기준 공개, 현실화율 일괄 80%로 상향해야"

서울 소재 실거래가 1000억원 이상 빌딩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이 정부 발표치보다 30%포인트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고가 빌딩 소유주들이 보유세 등 세금 감면 특혜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0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경실련 강당에서 ‘1000억원 이상 실거래 빌딩 공시지가 분석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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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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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율 매년 30%포인트 낮아"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거래된 1000억원 이상 빌딩(13건)의 평균 현실화율은 35%다. 이들 빌딩의 총 공시지가(9667억원)를 토지 시세(2조7655억원)로 나눈 값이다. 이는 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현실화율 65.5%보다 30.5%포인트 낮은 수치다. 현실화율은 공시지가가 시세를 얼마나 반영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현실화율이 65%라면 시세가 100억원인 빌딩의 공시지가는 65억원이라는 의미다.

2022년(36건)에도 현실화율(38%)과 정부 발표치(71.6%) 사이에 33.6%포인트 차이가 났으며, 2021년(14건·32.6%포인트), 2020년(34건·29.5%포인트) 역시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경실련은 “전국과 서울이라는 지역적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매년 현실화율이 30%가량 차이가 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근 4년간 현실화율이 가장 낮은 빌딩은 2023년 거래된 성동구 성수동 ‘무신사 캠퍼스 E1'과 2022년 거래된 성수동 성수동2가 ‘CORNER50’으로, 현실화율이 11% 수준이었다. 무신사 캠퍼스 E1의 경우 토지 시세는 984억원이었으나 공시지가는 109억원이었고, CORNER50은 토지 시세 1094억원, 공시지가 125억원이었다. 이어 종로구 관철동 ‘삼일빌딩(2021년·16%)’, 영등포구 문래동 ‘영시티(2020년·17%)’, 금천구 가산동 ‘LG전자 가산B연구소(2022년·19%)’ 순으로 나타났다.

"현행 공시가, 보유세 깎아주는 셈"
경실련은 현행 공시지가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고가 빌딩 소유주들이 세금 감면 특혜를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공시지가가 보유세 등 각종 세금 과세 기준으로 활용되는 만큼 공시지가 현실화율이 떨어지면 그만큼 세금을 덜 내게 된다는 설명이다. 경실련은 “최근 4년간 거래된 1000억원 이상 빌딩에 대해 시세 반영률을 80%까지만 올려도 총 보유세가 450억원 더 늘어나게 되는데, 이는 그만큼 세금을 덜 내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현행 공시지가와 현실화율 80%를 각각 적용했을 때 보유세 절감 효과가 가장 큰 빌딩은 2023년 거래된 송파구 신천동 ‘삼성SDS타워’였다. 현행 공시지가 적용 시 보유세는 13억6000만원이었지만 현실화율 80% 적용 시에는 30억원으로 뛰었다. 이어 중구 남대문로5가 ‘그랜드센트럴(2020년·15.8억원)’, 영등포구 여의도동 ‘신한투자증권타워(2022년·14억4000만원)’, 강서구 가양동 ‘이마트 가양점(2021년·14억원)’, 영등포구 여의도동 ‘파크원타워2(2020년·13억9000만원)’ 순으로 보유세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경실련은 “조세 기준이 자의적이라면 국민은 조세 형평성에 대한 의구심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80% 이상으로 일관되게 올리고 공시지가 산출 근거 및 기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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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심해져"
이런 제도 아래서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도 짚었다. 경실련은 “1000억원 이상 고가 빌딩의 소유주 대부분은 개인이 아닌 대기업이나 대기업 계열사로, 오랜 기간 빌딩을 소유하면서 보유세 등 세금 절감 혜택을 봤다”며 “이들은 토지를 비싸게 매각해 양도차익까지 누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면 시행사 등이 토지를 매입한 후 아파트, 오피스텔 등을 지어 고분양가에 내놓으면서 높은 지가가 고스란히 서민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부동산 부자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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