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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바이든 ‘정면돌파’ 선언 유세·인터뷰에도… 사퇴론 잠재우기엔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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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이 관두라면 관두겠다” 사퇴 요구 일축
토론 망친 건 “아픈 데다 트럼프 방해 때문“
지지율 내리막 여론조사 결과엔 “안 믿는다“
“위기 해소에는 아무런 도움 안 돼“ 혹평도
사퇴 vs 완주 팽팽… “민주당 내 치킨 게임“
한국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 위스콘신주 매디슨의 셔먼 중학교에서 열린 선거운동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매디슨=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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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선택은 다시 ‘정면돌파’였다. 말을 더듬고 횡설수설해 건강·인지능력 저하 등 고령(만 81세 8개월) 리스크를 증폭시켜 버린 첫 TV 토론 이후 8일 만에 처음으로 방송에 출연, 유권자들 앞에서 대선 완주 의지를 거듭 피력한 것이다. 민주당 안팎의 후보직 사퇴 요구를 향해서는 “주님이 관두라면 관두겠다”는 말로 받아쳤다. ‘중도 하차는 없다’고 아예 쐐기를 박은 셈이다.

감기 탓, 트럼프 탓… 토론 ‘참패’ 해명 주력


바이든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ABC방송과 22분간 진행한 무(無)편집 인터뷰에서 ‘재앙’과도 같았던 지난달 27일 TV 토론 참패 이유를 해명하는 데 주력했다. 당시 자신의 상황에 대해 그는 “아팠고 피로했다. 아주 끔찍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받았을 만큼, 몸 상태가 최악이었다고 설명했다. 감기만 아니었어도 훨씬 말을 잘했을 것이라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나는 나쁜 밤을 보냈을 뿐”이라고 부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탓으로도 돌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말할 때 상대(트럼프)는 마이크가 꺼졌음에도 계속 소리를 질러댔다”며 “그것이 내 주의를 산만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 명이 발언할 땐 상대방 마이크를 끈다’는 토론 규칙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무의미했고, 이 때문에 자신이 말을 제대로 못 했다는 얘기였다. ‘나중에 토론 당시 본인 모습을 확인했느냐’는 질문에는 “안 했다”고 답했다.

확산일로인 당내 후보 교체 요구는 외면했다. ‘토론 참패’ 후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가 커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뻔히 있는데도, “믿지 않는다. 대다수는 그렇지 않다”며 ‘현실 부정’ 태도를 보였다. 마크 워너 상원의원이 ‘바이든 사퇴 공개 요구’에 참여할 의원들을 모으고 있다는 보도에는 “견해가 다르지만 그를 존중한다”고만 했다. “만약 전능하신 주님이 선거를 관두라고 하면 관두겠지만, 주님이 (지상에) 내려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농담성 발언은 ‘귀를 닫는’ 바이든 대통령 모습의 정점이었다.

인터뷰 직전 찾은 유세 현장에서도 시종일관 완주 의사를 피력했다. 경합 지역인 위스콘신주(州) 매디슨을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90분의 토론이 3년 반의 성과를 지우게 두진 않겠다”고 강조했다. “선거에서 함께 트럼프를 정치적으로 추방하자”는 날 선 발언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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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CNN방송 스튜디오에서 첫 대선 후보 TV 토론을 벌이고 있다. 애틀랜타=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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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요구 확산… 민주당은 ‘치킨 게임’ 양상


토론 때처럼 치명적 실수는 없었으나, 여전히 불안하다는 게 중론이다. 미 언론들은 인터뷰 직후 “유권자의 걱정을 해소하지 못했다”(월스트리트저널·WSJ), “선거를 둘러싼 실존적 위기를 진정시키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CNN방송) 등 쓴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당내 후보 교체 요구는 더 거세지는 모양새다. 지난 2일 민주당 내에서 처음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를 공개 요구했던 로이드 도겟 하원의원은 이날 인터뷰 전문 공개 후 “그가 물러나야 할 필요성이 더 시급해졌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의원은 뉴욕타임스(NYT)에 “전능하신 주님께서 바이든과 대화하기 위해 내려오시기 바란다”고 비꼬았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중도 하차를 요구한 민주당 하원의원은 5명으로 늘어났다.

고액 기부자들의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수백만 달러의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공동 주최했던 로스앤젤레스 개발업자 릭 카루소는 6일 좀 더 확신이 들 때까지 바이든 대통령 재선 지원을 일시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의 입장을 돌리지 못했다”는 게 카루소의 ABC 인터뷰 감상평이었다.

민주당의 내홍은 극에 달하고 있다. ‘대선 후보 교체론’이 힘을 받을수록 ‘바이든 옹호론’도 결집하는 분위기다. 11월 대선을 코앞에 둔 지금, 다른 후보를 내세우는 것은 패배 가능성만 키울 뿐인 비현실적인 방안이라는 논리다. WSJ는 민주당에 대해 “치킨 게임(서로 물러서지 않는 양측의 극한 충돌)을 벌이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은 계속 ‘직진’… “유권자 접촉 늘리기로”


바이든 대통령은 계속 ‘직진’한다는 계획이다. 바이든 캠프 공동 선대위원장 중 한 명인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날 CNN에 “타운홀(미팅)이든, 기자회견이든 (유권자들과) 직접적 접촉을 늘린다는 폭넓은 합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터뷰 다음 날 공동 선대위원장들과의 통화에서 “솔직한 조언”을 구했고, 이러한 내용을 논의했다는 전언이다. 후보 사퇴 여부와 관련한 ‘직언’이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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