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데뷔 45주년…여배우 최초 1천만 관객 돌파 영화 4편 출연 기록
12일 개봉 이선균 유작 '탈출'서 황혼 부부 연기…하반기 연극 무대도
배우 예수정 |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연기를 한다는 것은 두려워하지 않고 내 인생의 좌표를 폭로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아무한테도 내 위치를 말하고 싶지 않지만, 자유로움을 느끼며 작업하는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거죠."
올해 데뷔 45주년을 맞은 배우 예수정(69)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 모습이 폭로되니까 외부에 보이는 거고, 그렇게 드러나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며 자신만의 연기 철학을 이렇게 설명했다.
1979년 연극 '고독이란 이름의 여인'으로 데뷔한 그는 연극과 드라마, 영화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베테랑 배우다. '신과 함께-죄와 벌' 등에 출연해 여배우로서는 최초로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를 4편 찍은 기록도 갖고 있다.
오는 12일에는 그가 출연한 재난 생존 스릴러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개봉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배우 이선균의 유작이기도 한 이 작품에서 예수정은 병학의 아내 순옥 역을 맡아 황혼 부부를 연기한다.
예수정은 오랫동안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비결을 묻자 "그런 건 전혀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연기를 잘하기 위해 특별하게 노력한 건 없다. 좋아하면 쉽다"라면서도 "스스로 납득하거나 설득되지 않는 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에 여전히 어려움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이어 "연기할 때도 내가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편이라서 신중하게 작품에 접근한다. 주변에서는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유연한 고집스러움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며 웃었다.
예수정은 또 "연기를 할 때 배우마다 각자의 방법이 있다. 나는 내 방법이 있고, 다른 사람은 그들의 방법이 있는 것"이라며 "다양한 방법을 접하고 배우면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 방법 속에서는 늘 역삼각형이 있다"며 판단력, 정서, 예의 등 3가지 요소가 배우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전했다. 예수정이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판단력이다.
배우 예수정 |
예수정은 연극배우 출신으로서 연극과 다른 작품과의 차이점에 대한 생각도 풀어놨다.
그는 "연극이 훨씬 더 문학성이 높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관객에게 이야기를 전달할 때 언어의 비중이 높은 편인데, 연극을 할 때는 다른 어떤 장르에서보다 더 디자이너가 돼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끔 긴 대사를 마주하는데, 그 안에 내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며 "걷고 앉는 움직임, 무대 소품과의 소통, 다른 배우와의 교류 등을 습관처럼 디자인해놓지 않으면 전달할 주제를 흘려버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예수정은 인터뷰 도중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연극계 집안 출신으로, 어머니는 원로 배우 고(故) 정애란이다. 언니 김수옥과 형부 한진희도 모두 배우이며, 딸 김예나도 연출가 겸 스튜디오 나나다시 대표로 활동한다.
예수정은 "엄마는 삶 자체를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람"이라며 "늘 웃던 모습이 많이 기억난다"고 했다.
엄마가 어릴 적 집안일을 돕는 아주머니의 출퇴근 시간을 철저하게 지켜준 일화를 언급하면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내 안에 스며들게 해줬다"며 "다른 사람의 시간, 다른 사람의 세계를 존중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에도 바쁜 스케줄을 소화할 예정이다.
예수정은 오는 9월에는 안락사를 주제로 한 연극 '어머나 세상에'(가제)를 준비 중이다. 독일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최근 일본 무대에서도 선보였다. 생로병사의 여정 속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삶의 의미를 짚는 내용이다.
그가 내레이션으로 참여한 음악 영화 '하와이 연가'는 9월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작품은 지난해 10월 '제43회 하와이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해외에서 먼저 공개돼 호평받았다.
미주 한인 이민 120년 역사를 소재로 해 3편으로 구성한 옴니버스 영화로, 예수정은 2편 '할머니의 놋그릇'에서 하와이에 간 '사진신부' 임옥순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이민 여성의 삶과 헌신에 관해 이야기한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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