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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축소사회 위기에 빠진 한국 …'저출생 개헌' 與野 나서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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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저출생 대응을 위한 개헌 필요성과 축소사회 극복 해법을 제시했다. 김 전 의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충무로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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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총리를 두 번 지낸 '행정의 달인'이자 국회의장까지 지낸 '관록의 정치인'. 1973년 행정고시 13회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지난 5월 말 국회의장 임기를 마치며 50년 공직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다.

화려한 무대에서 내려온 그가 반백 성상을 되돌아본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를 최근 펴냈다. 하지만 회고록은 딱 두 페이지 때문에 예상 밖의 논란을 불러왔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나눴다는 대화를 소개한 대목이었다.

김 전 의장은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정치 이야기는 뒤로하고 한국의 미래를 위한 제언을 줄줄이 쏟아냈다. 그 첫머리에는 저출생 극복이 있다. 인구 감소는 필연적으로 '축소사회'를 불러온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김 전 의장은 책 서문에 "사적인 성격의 비사는 최소화했다"며 "그런 일에 시선을 빼앗기기엔 당면한 현실이 너무도 냉정하고 다급하기 때문"이라고 썼다. 그는 한국의 비약적 발전을 가리켜 "이념이나 진영을 초월하는 축적"이라면서 "지난 시간을 철저하게 복기해야 지혜로운 길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이 말에 그의 '진의(眞意)'가 담겨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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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제목에 '축적'이라는 표현을 썼다.

▷50년을 쉬지 않고 국가와 사회를 위해 열정을 갖고 일할 수 있던 건 축복이었다. 내가 느낀 대한민국 50년의 축적 과정을 나름대로 평가하는 책을 써보기로 했다. 국가에서 혜택을 받았으니 마지막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게 뭔지 고민했다. 여러 가지를 해야 흔적도 안 남으니 딱 한 가지,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게 저출생 극복 아닌가. 이 의제를 막연히 걱정하는 것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갖고 제대로 공론화해 보자고 결심했다.

―저출생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대통령 5년 단임제에선 어떤 정책을 내놔도 그다음 대통령이 안 해버리면 그만이다. 다음 대통령이 안 할 수 없도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헌법에 저출생 해결 의무를 담는 쪽으로 개헌을 하자는 것이다. 우리 헌법 조문은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추상적이고 선언적이다. 그래서 10장, 130조로 끝나는 헌법의 마지막에 저출생 조항을 넣어 조문을 새롭게 만들어봤다. 11장에 '지속가능한 인구정책'을 넣고, 131조에 '국가는 국민의 임신·출산 및 양육을 지원할 의무를 진다'는 조항을 만들었다. 132조에는 보육·교육·주택에 관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지게 하자는 것이다.

―개헌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닌데.

▷그래서 일단 다른 건 끼워넣지 말자는 얘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장한 4년 중임제 개헌은 정략적으로 매도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모든 조문을 고치는 개헌안까지 내놨는데 심의조차 안 됐다. 권력구조에 관한 내용이 중심이 되면 안 된다. 개헌은 재적 국회의원 300명 중 200명 찬성을 받아야 국민투표로 넘어갈 수 있다. 적어도 90% 이상 국민이 찬성해야 동력을 얻는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 앞으로 모든 정부가 반드시 이렇게 하자고 하면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나.

▷여러 조건이 저성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소비가 줄고 생산에 투입될 인력도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대로 가면 한국은 저성장으로 향해 갈 수밖에 없다. 이른바 축소사회로 접어드는 셈이다. 생산요소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인구다.

―노동인구 축소는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다. 올해 ODA 예산이 6조원을 넘었다. 우리나라에 부족한 인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집행해야 한다. 국회의장으로서 50여 개 나라를 다녀보니 90% 이상 나라의 최고지도자들이 "한국의 뛰어난 기술과 행정력으로 우수인력 교육·훈련을 도와달라"고 최우선으로 얘기한다.

복수 국적 허용도 부족한 인력과 자본을 회복하는 데 대안이 된다. 재외동포가 708만명이나 되는데 본국 인구와 비교했을 때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주요 20개국(G20) 중 복수 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뿐이다. 징병제가 있으니 40세 이상에게 복수 국적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기술 패권경쟁도 심화되는데.

▷세계는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누가 1등을 하느냐를 놓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패권경쟁을 하고 있다. 다행히 원상복구가 됐지만 연구개발(R&D) 예산을 줄이자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각 분야 인재도 계속 불러와야 한다. 영국은 런던 테크시티 정책으로 전문인력을 끌어모으고 있다.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도 비슷한 전략을 내세웠다.

수원에 서울대 농과대학이 이전하고 비어 있는 땅이 370만평(약 1223만㎡)이나 된다. 하늘이 우리에게 준 마지막 선물이다. 필요하면 100년간 무상으로 쓰라고 기업을 유치하면 너도나도 달려들 것이다. 한국 기업과 결합해 연구소를 만들 경우 필요한 땅을 주겠다고 하면 10년 안에 글로벌 기업을 1000개는 유치할 수 있다.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될 수 있다. 한국이 주요 7개국(G7)으로 가면 갔지 절대 뒤로 안 밀리게 된다.

김진표 前 국회의장

△1947년 경기 수원 출생 △경복고 △서울대 법학과 △미국 위스콘신대 공공정책학 석사 △행정고시 13회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재정경제부 차관 △국무조정실장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17~21대 국회의원 △제21대 국회 후반기 의장

[곽은산 기자 / 서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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