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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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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빼줄게"…물놀이 뒤 귓병, 대부분 부모 탓 무슨 일 [건강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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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귀 건강 가이드



7~8월 외이도염 환자 연중 최다

귓속 건조해야 세균 번식 어려워

귀지는 가급적 제거않는 게 좋아

중앙일보

여름철 귀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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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귀 건강에 안 좋은 계절이다. 계절 자체가 습한 데다 물놀이나 잦은 샤워 등으로 귓속이 마를 날이 별로 없다. 그만큼 염증과 감염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월 17만 명 선이던 외이도염 환자 수는 7~8월 23만~26만 명 수준으로 연중 가장 많다. 오히려 귀를 깨끗하게 하려고 면봉이나 귀이개로 귓속을 청소하다 병을 키운다. 여름철 귀 건강을 지키는 솔루션을 알아봤다.

귀 건강 키워드는 건‘ 조’ 귀‘ 지’ (‘약)산성’이다. 귓속 피부가 건조한 상태여야 세균이 번식하기 어렵고, 약산성이 유지돼야 세균이 귀 안으로 들어왔을 때 염증이나 감염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귀의 불순물이나 때’쯤으로 여기는 귀지는 알고 보면 귓속 환경을 산성으로 유지해 주는 일등공신이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이비인후과 최연주 교수는 “평소 귀 안은 산성으로 유지돼야 하는데 귀지가 산성도를 유지해 주고 세균이나 외부 물질로부터 방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물 찬 느낌, 통증있으면 진료받아야

그런데 여름엔 어떤가. 물놀이, 그리고 더위로 인해 샤워를 자주 하다 보면 귓속에 물이 많이 들어가고, 물기를 없애고 청결하게 하겠다며 면봉으로 귀지까지 말끔하게 제거한다. 어찌 보면 귀 건강엔 최악의 조건인 셈이다. 그래서 이런저런 귀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외이도염이다. 외이도는 귀의 입구에서 고막까지 이르는 통로를 의미한다. 외이도염은 여기에 세균성 감염에 의한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한다. 귓속이 젖어 있는 느낌이 들거나 먹먹하기도 하고, 귀 주변으로 통증이 생기면서 붓기도 한다. 면역력이 약해진 노인이나 당뇨병 환자의 경우 악성 외이도염으로 악화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단순 외이도염이 골조직, 심하면 두개저(뇌를 받치는 뼈)까지 번지는 경우를 말한다. 최 교수는 “귀에 통증이 있거나 냄새가 난다면 세균에 감염됐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외이도염이 의심되면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관리되지 않고 상태가 악성으로 나빠지면 치료가 굉장히 어렵고 더 심해지면 치사율도 굉장히 높다”고 강조했다.

외이도염이 만성화하면 청력까지 저하될 수 있다. 염증과 면봉 등으로 인한 자극이 반복돼 귓속 구조가 변형되면서 귓구멍이 좁아진 결과다. 레슬링 선수의 귓바퀴가 지속적인 압박과 마찰로 ‘만두귀’가 되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외이도염은 이용액(귀에 넣는 항생제 물약), 좀 심해지면 먹는 항생제로 치료하지만 이 경우엔 귓구멍을 넓혀주는 수술을 해야 한다.

또 다른 질환은 이진균증이다. 한마디로 귀 곰팡이다. 보청기나 오랜 이어폰 사용 등으로 귓속의 습한 환경이 지속하면서 진균에 감염되는 것이다. 최 교수는 “외이도염이 습한 환경으로 인한 염증이라면 이진균증은 습한 환경으로 인한 곰팡이”라며 “여름에 확실히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여름엔 또 만성 중이염이 악화하기 쉽다. 만성 중이염 환자의 경우 반복적인 염증으로 고막에 구멍이 생긴 상태인데 습한 환경이 또 다른 염증을 유발하거나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만성 중이염 환자는 정기적인 점검과 항생제 치료,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선 수술이 필요하다.

외이도염 만성화땐 청력까지 저하

따라서 여름엔 이들 질환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선 최대한 귓속을 건조한 상태로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귓속에 물이 들어갔을 땐 고개를 기울여 탈탈 털어 물을 빼내고 자연 바람이나 선풍기 등으로 말리는 걸 추천한다.

귀지는 가급적 제거하지 않는 게 좋다. 귀지로 귓구멍이 막혀 잘 들리지 않거나 바스락거리는 불편감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면 굳이 빼내려 할 필요는 없다. 면봉이나 귀이개는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는 걸 권한다. 귀에 상처가 나기 쉽고, 귀지를 제거하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귀에 치명적일 수 있다. 실제로 면봉을 무리하게 사용하다 고막까지 손상된 사례가 적지 않다. 최 교수는 “면봉 사용은 어떻게 보면 외이도에 상처를 내거나 고막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실제로 면봉으로 생기는 문제는 굉장히 많다”며 “면봉만 버려도 이비인후과 환자가 확 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꼬집었다.

감기는 중이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걸리지 않도록 하거나 제때 치료해야 한다. 또 삼출성 중이염은 압력 차에 의해 생기는 경우가 많은 만큼 비행기를 탈 땐 껌을 씹거나 물을 마셔 압력으로 인해 귀가 아프지 않도록 해주는 게 필요하다. 또 물놀이는 가급적 수질 관리가 잘 되는 곳에서 하는 것을 권한다. 수질이 안 좋은 물에 있는 세균이 상처를 통해 염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수질과 귀 질환이 직결된다고 할 순 없지만 관계가 없지는 않다”며 “아무래도 더러운 물은 상처에 염증을 일으키기 쉽다”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ryu.ja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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