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엔진 아시아 뉴7] 〈12〉인니 물 인프라 구축 수자원公
인구 4위국, 수돗물 보급률 66%… 정수된 물도 한국보다 50배 탁해
누산타라에 첨단 물관리 기술 이식… 발리선 수돗물 누수 30% 줄이기로
지난달 18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인근 수방군 정수장에서 직원들이 정수 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파이프에서 쏟아지는 건 여과 후 불순물이 남겨진 흙탕물이다. 자카르타·누산타라=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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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비하면 50배 탁한 물이에요. 마실 순 없죠.”
지난달 18일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수방군 정수장. 이 지역 담당 지방상수도공사 루크만 누르하킴 사장은 ‘수돗물을 마실 수 있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수도 자카르타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이 정수장은 인근 1만1000여 가구에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올 10월 인도네시아의 새 수도 누산타라에 새로운 정수장을 착공한다. 공사를 앞두고 현지의 물 사정을 살펴보기 위해 수방군 정수장을 찾았다.
● 인구 4위 인니, 수돗물 보급 66% 불과
이 정수장은 2km가량 떨어진 곳에서 물을 끌어오는데 인근에 광산이 있어 흙탕물 등으로 오염되기 쉬운 환경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모래로 불순물을 걸러내고, 소독약을 타 내보내는 것이 정수 절차의 전부다. 이 정수장의 나나 루하나 기술감독은 녹슨 드럼통에 삽으로 약품을 퍼 넣은 후 “소독약으로 차아염소산칼슘을 사용해 배탈을 일으킬 수 있는 세균 등을 없앤다”고 했다.
이렇게 정수 과정을 거친 수돗물의 수질은 5NTU(탁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인도네시아 평균 수준이다. 한국 광역 정수장에서 정수 처리한 물이 0.1NTU임을 감안하면 50배가량 더 탁한 것이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정수장에 오는 물의 수질이 안 좋은 데다 한국과 비교하면 활성탄을 활용해 잔류 염소 및 유기물을 제거하는 과정 등 여러 단계가 생략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이날은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했다. 비가 오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물이 탁해져 한 달에 3, 4차례 단수를 한다. 또 인도네시아의 수돗물 보급률은 65.8%에 불과하다. 인구 약 2억8000만 명으로 세계 4위인 인도네시아 국민 3명 중 1명은 상수도 접근이 안 돼 펌프를 설치하고 지하수를 사용하는 형편이다.
특히 자카르타는 1000만 명 넘는 인구가 오랜 기간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서 북부 지역의 경우 10년 동안 2.5m 가라앉았을 정도로 지반 침하가 심각하다. 여기에 해수면 상승까지 겹치면서 수도 상당 부분이 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되자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019년 재선 직후 수도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 한국, 인니 새 수도에 물 인프라 구축
인도네시아의 새 수도 누산타라의 스모이 댐. 한국수자원공사는 이 댐을 취수원으로 하는 인공지능(AI) 정수장을 올 10월 착공한다. 자카르타·누산타라=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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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새 수도로 결정된 곳은 칼리만탄섬의 누산타라로 자카르타와 1200km가량 떨어져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곳에 첨단 물 관리 기술을 적용한 물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하고 한국을 파트너로 택했다.
물 인프라 구축의 첫발은 올 10월 착공을 앞둔 ‘스마트-넷제로’ 정수장이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2022년 인도네시아 정부 요청을 받은 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으로 총사업비 285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며 “정부 기관이 모인 누산타라 핵심 구역에 20만 명이 이용할 수 있는 깨끗한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수자원공사는 하루 3만 ㎥의 생활용수 공급이 가능한 정수장을 건설하면서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운영 중인 인공지능(AI) 정수장 운영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수방군 정수장처럼 사람이 약품을 직접 투입하지 않고 정수에 필요한 약품 사용량을 AI가 실시간으로 계산해 자동으로 투입하게 된다.
전력 관리 시스템 역시 고효율 설비를 활용해 사용 전력을 줄이고 태양광 패널도 설치하기로 했다. 2025년 정수장 설립이 마무리되면 인도네시아 첫 AI 정수장인 동시에 첫 탄소중립 정수장이 된다.
지난달 19일 정수장 건설 예정 부지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건설국의 로잘리 인드라 사푸타 현장소장은 “새 정수장의 목표는 바로 마셔도 될 수준의 수돗물을 각 가정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라며 “물 관리 기술이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수자원공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 발리에선 ‘스마트 관망 시스템’ 구축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세계적인 관광지 발리에서도 2021년부터 ‘스마트 관망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섬 지역인 발리에선 생산된 물이 관광객이 모이는 호텔 등에 우선 공급된다. 그렇다 보니 주민 2명 중 1명은 상수도 접근이 안 된다. 또 생산된 수돗물 중 절반가량은 누수로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관로와 밸브 및 수압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사고 이력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누수율을 20∼30%로 줄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수자원공사는 인도네시아의 잠재력을 감안해 초반에는 공적원조 형태로 진출하고 향후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2단계 진출 전략을 추진 중이다. 선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프라를 구축할 경우 향후 운영권을 따거나 유지 보수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고, 한국 민간기업 진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탄소중립 정수장은 향후 민관합작투자사업(PPP)으로 진행되는 누산타라 상하수도 사업 참여를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수자원공사는 현지 산업용수 시장 참여도 검토 중이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수도권 제2항구 프로젝트와 관련해 인근에 조성되는 산업단지 상하수도 사업도 수자원공사와 함께 하고 싶다는 목소리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나온다”고 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기업에서 사용하는 산업용수 가격이 가정에서 사용하는 수돗물의 2∼3배에 달해 현지 산업용수 시장에 진출할 경우 사업성도 충분하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자카르타·누산타라=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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