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를 포집하도록 설계된 미생물은 온실 가스를 연료 및 비료와 같은 가치 있는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다. |
세계경제포럼이 지난 25일 '2024년도 10대 떠오르는 기술'을 발표하였다. 선정 과정에 참여한 필자는 하계 다보스포럼이 열리고 있는 중국 다롄으로 가서 지난 26일 '10대 떠오르는 기술' 세션에서 선정 과정과 의미에 대하여 패널 브리핑을 하였다. 세계경제포럼은 2012년부터 매년 '10대 떠오르는 기술'을 선정하여 발표해왔다. 올해는 과학적 발견을 촉진하는 인공지능(AI)부터 환경 지속 가능성을 위한 혁신적인 다양한 솔루션에 이르기까지 미래를 만들어 나갈 열 가지 기술이 선정되었다.
1. 과학적 발견 위한 AI - 신약 물질 적극 개발
첫 번째는 과학적 발견을 위한 AI로서 필자가 브리핑 세션에서 강조한 기술이다. AI는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과학 연구를 혁신하고 있다. 딥러닝과 생성형 AI의 발전은 과학적 발견의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고, 딥마인드의 알파폴드와 같은 AI 시스템은 단백질 구조의 3D 모델을 정확하게 예측하여 신약, 산업 신소재 등 새로운 물질들을 발굴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는 AI와 로봇 시스템을 전통적인 실험 방법과 통합하여 질병 진단, 치료 및 예방, 차세대 청정 기술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AI의 윤리적 고려 사항과 환경적 영향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하였다.
2. 프라이버시 강화 기술 - 합성 데이터·동형 암호화 기술 중요
두 번째는 프라이버시 강화 기술이다. 데이터가 점점 더 가치 있어짐에 따라, 프라이버시를 강화하는 기술은 안전한 데이터 공유와 글로벌 협력을 위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식별 가능한 정보를 포함하지 않는 합성 데이터와 원시 데이터를 노출시키지 않고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게 하는 동형 암호화가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개인 프라이버시는 모든 곳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특히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필수적이다. 데이터 편향 문제도 조심해야 하고, 데이터 생성·저장·관리·사용에 있어서의 높은 에너지 소비 문제도 지적되었다.
이식을 위한 유전체학은 윤리적인 문제만 해결된다면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각광받을 수 있다. 사진 이미지는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24년 떠오르는 10대 기술' 자료에서 공개한 것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만들었다. |
3. 재구성 가능한 지능형 표면기술 - 데이터 전송 효율 대폭 향상
세 번째는 재구성이 가능한 지능형 표면기술(RIS)이다. 이동통신의 전파 환경에서 송신기와 수신기 사이에 장애물이 있는 경우 수신기에 수신되는 신호의 세기는 감소하고 통신 품질이 떨어진다. 이때 송신기와 수신기 사이에 일종의 스마트 거울과 같이 입사하는 전파의 특성을 변경해 수신기 방향으로 반사시킬 수 있는 표면이 있다면 송신 신호는 훨씬 잘 전달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게 지능형 표면 기술이다. 무선 네트워크에서 간섭을 줄여 주어 스마트 공장, 사물인터넷, 차량 네트워크를 포함한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높은 하드웨어 비용과 표준 및 규제 필요성은 도전 과제들이다.
4. 고고도 플랫폼 스테이션 - 오지지역 재난 관리 예측
네 번째로는 고고도 플랫폼 스테이션(High Altitude Platform Station·HAPS)이 선정되었다. HAPS는 성층권에서 안정된 관찰 및 통신 플랫폼을 제공한다. 풍선, 비행선 또는 고정익 항공기의 형태로 운영되는 HAPS는 전통적인 인프라스트럭처가 부족한 지역에서 연결성과 커버리지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재난 관리와 환경 모니터링이 가능해진다. 특히 태양광 기술의 발전과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서 HAPS는 경제적으로 상업적 배치가 점점 가능해지게 되었다. 하지만 다른 기술들과 마찬가지로 규제 프레임워크와 명확한 정책이 요구된다.
5. 통합 감지 및 통신 - 데이터 수집·전송 단일 시스템으로 통합
다섯 번째로는 통합 감지 및 통신(Integrated Sensing and Communication·ISAC)이 선정되었다. ISAC는 데이터 수집 및 전송을 단일 시스템으로 통합하여 하드웨어와 에너지 효율성을 최적화해 준다. 이러한 통합은 무선 네트워크를 환경 인식으로 만들어 위치 추적, 환경 매핑, 인프라 모니터링과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가능하게 해준다. 특히 광학-무선 ISAC 기술은 조명 및 디스플레이 시스템을 무선 생태계의 일부로 통합하여 전자기 간섭 없이 통신과 감지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기술적 난관들이 남아 있기는 하며, 통신 표준 또한 확립되어야 한다.
6. 건설을 위한 몰입형 기술 -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
여섯 번째는 건설을 위한 몰입형 기술이다. 몰입형 기술은 AI 기반 몰입형 현실 도구를 사용하여 설계자와 건설 전문가가 정확성과 안전성을 보장하고 지속 가능성을 증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 세계를 통합하여 건설 산업을 혁신하고 있다. 가상 프로토타입, 디지털 트윈 및 생성형 AI는 건설 과정을 설계에서 구현까지 간소화하여 폐기물을 줄이고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리고 몰입형 학습 및 훈련 환경을 제공하여 기술 및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 줄 수도 있다.
7. 탄성열량 기술 - 전기 사용 줄이며 냉난방 획기적 개선
일곱 번째로는 엘라스토칼로릭(Elastocalorics·탄성열량) 기술이 선정되었다. 탄성열량 기술이 적용된 열펌프는 스트레스에 의해 열을 방출하고 이완되면 냉각되는 재료를 사용하여 난방 및 냉방을 위한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해 준다. 이 기술은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이고 환경에 해로운 냉매 가스를 사용하지 않으며, 전기가 제한된 지역에서 냉방 접근성을 향상시켜 삶의 질을 높여 줄 수 있다. 재료의 내구성을 향상시키고 스케일업 생산하는 것이 해결돼야 할 문제들로 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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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탄소 포집 미생물 - 온실가스 줄여 기후위기 대응
여덟 번째는 탄소 포집 미생물이다. 필자도 많은 연구를 하고 있는 기술이다. 미생물을 이용하여 이산화탄소와 그로부터 친환경적으로 유도된 화합물들을 원료로 가치가 높은 제품들로 변환시키는 기술이다. 미생물 탄소 포집은 바이오디젤이나 단백질이 풍부한 동물 사료와 같은 제품을 생산하면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실제 필자의 연구실에서도 탄소 포집 미생물을 개발하여 이산화탄소를 플라스틱으로 전환한 연구를 한 바 있다. 아직 낮은 효율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성공 시 큰 성과가 기대되는 기술이다.
9. 대체 가축 사료 - 곤충, 해조류에서 사료 뽑아내
아홉 번째는 대체 가축 사료다. 곤충, 단세포 단백질, 해조류, 식품 폐기물에서 유래한 대체 가축 사료는 동물 농업을 위한 지속 가능한 솔루션으로 급부상하였다. 이러한 사료는 대두 및 옥수수와 같은 전통적 사료의 환경 영향을 줄이고 영양 다양성을 제공하여 동물 건강을 개선해 줄 수 있다. 대체 사료의 경제적 기회는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실제로 곤충과 같은 고품질 단백질을 제공하는 예들도 나오고 있다. 축산업자들의 수용성, 그리고 또 다른 환경 규제 등 도전과제들은 해결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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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식을 위한 유전체학 - 동물장기 이식 연구
마지막 열 번째로는 이식을 위한 유전체학이 선정되었다. 크리스퍼 기술과 같은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전은 동물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할 수 있게 하여 장기 기증자의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초기 시험은 희망적이지만, 윤리적으로 많은 고려 사항이 있고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이 필요하여 데이터 보안 및 프라이버시, 그리고 규제 프레임워크와 사회적 수용에 대한 여러 이슈가 함께 해결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이 올해 세계경제포럼에서 선정한 10대 떠오르는 기술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아직 많은 도전과제가 남아 있는 지금, 우리나라도 이러한 중요한 기술들의 원천 기술들을 개발 확보하여 미래 산업을 선도해야 하겠다.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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