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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울진 산불 구조견, 구조 뒤 열악한 환경 논란…"예산 부족에도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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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케어는 2022년 3월 경북 울진 산불 당시 개농장 구조 라이브 방송을 11차례 진행하며 후원금을 모집했다. 케어 전직 직원 A씨는 “최소 2억원 이상은 모집했다”고 주장했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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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단체 케어가 2022년 3월 경북 울진 산불 뒤 구조한 개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구조견 180여 마리(구조 뒤 태어난 강아지 포함) 중 입양되지 않은 개들이 열악한 곳에 머무르고 이중 11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케어 측은 “개농장주가 소유권 포기를 번복하여 급하게 개들을 옮겨야 했고 동물보호시설이 부족해 과도기적으로 열악한 곳에 있었다”며 “식용목적 개농장 대규모 구조에서 매우 낮은 사망률”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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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14일 울진 개농장의 뜬장 속 믹스견. 밥 그릇에 녹조가 낀 모습이 보인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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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견 180여 마리 중 90여 마리는 울진의 개농장에 임시로 머물다가 2022년 9월 경기 김포의 개농장으로 옮겨졌다. 당시 촬영된 영상 중에는 뜬장(바닥에 떠있는 사육장) 속 마른 한 개 마리와 녹조가 낀 그릇이 나온다. 케어는 같은 날 “사료가 부족하다”며 후원금을 모집하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전직 직원 B씨는 “케어 직원의 근무 태만으로 밥을 주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케어 측은 “지하수의 경우 1~2시간 만에 녹조가 끼기도 한다”며 “밥을 장기간 주지 않은 적은 없다. 해당 강아지는 다른 개에 비해 밥을 잘 먹어도 말라서 건강검진 뒤 치료를 받아 현재는 잘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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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구조견 90여 마리는 2022년 9월 김포의 한 개농장으로 옮겨졌다. 전직 직원 B씨는 “오후 1시에 찍은 영상이다. 플래시를 틀지 않으면 앞이 보이지 않았다”며 “질병 의심 개가 6명이었지만 치료를 받은 개들은 2마리뿐이다”고 말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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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김포 개농장 속에서 촬영된 영상에는 피부 질환과 눈병 등이 의심되는 구조견의 모습이 담겼다. 눈이 충혈된 개의 모습과 엉덩이에서 진물이 나오는 개, 피부에 욕창처럼 보이는 상처가 있는 개 등이다. 이중 두 마리가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B씨는 “오후 1시인데도 휴대폰 플래시를 켜지 않으면 앞이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며 “사료 유통기한도 지났다”고 말했다. 케어 전직 직원 C씨는 “케어 측이 2019년 구조한 개들을 안락사했다는 논란으로 재판 중이라 안락사를 하지 못하자 사실상 방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파주 보호소에서 만난 한 관계자도 “김포 개농장 환경이 열악했다”며 “6마리가 한 달도 안 돼 복수가 터지는 병에 걸려 갑자기 폐사했다”고 밝혔다. 케어 측은 “구조견들이 울진에 있을 때도 아르바이트생을 두고 밥·물을 줬다”며 “관계자의 한 달 발언은 기억 착오로, 대형견 100명을 받아줄 동물보호시설이 없는 현실에서 사용한 적 없는 깨끗한 개농장으로 옮기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고 제한된 예산으로 최선의 치료를 했다”라고 해명했다.

김포에 있던 개들은 지난해 4월 파주 소재 케어의 보호소로 한 번 더 옮겨졌다. 케어는 이동 과정을 생중계하며 1600여 만원의 후원금을 추가로 모았다. 박소연 전 케어 대표는 방송에서 “땅은커녕 물 한 모금도 먹어본 적 없는 아이들을 발견해 보호했고, 사료와 물을 주면서 돌봤다”며 “노골적으로 모금을 독려하겠다. 견사당 50만원 등 총 5000만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케어 등에 따르면, 케어 측은 울진 산불과 관련해 구조 라이브 방송을 11차례 진행하며 모두 2억원의 후원금을 모았다. 박소연 전 케어 대표는 방송에서 “화상 입은 개들이 이틀 동안 굶주리고 서로를 핥아 주는 모습을 보면서 구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재 이곳엔 새로 태어난 새끼를 포함해 80여 마리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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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산불 피해견 사이에서 태어난 ‘애니’는 케어의 입양센터인 ‘런센터’로 이동했다. 런센터의 ‘베이비시터’로 유명하다. 사진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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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 구조견 중 10여마리는 케어가 운영하는 입양센터인 ‘런’으로, 남은 구조견은 충주 소재 보호소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런센터는 치료를 마친 구조견이 입양을 준비하며 머무는 곳으로 잔디밭이 있는 등 보호소보다 환경이 좋다고 한다.

울진 구조견 사이에서 태어난 ‘애니’도 생후 4개월쯤 케어의 런 센터로 이동했다. 애니는 런센터의 ‘베이비시터’로 유명해 주기적으로 근황 게시글이 올라온다. 런센터 신설에 참여한 D씨는 “소형견이나 사연이 있는 개들을 런센터에 데려온다. 후원금 모집이나 입양 홍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며 “입양이 어려운 개들은 자체 보호소나 위탁처로 맡긴다”고 말했다. 또 “런센터는 구조의 일부만 비추는 ‘세트장’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케어는 “소형품종견이 아닌 농장에 있거나 학대받던 동물을 구조하는 단체이고, 구조 동물 중 입양 가능성이 큰 순서대로 런에 보내는 것”이라며 “입양센터는 홍보가 절대적으로 중요한데 세트장이라고 하는 건 부당하고 모욕적”이라고 반박했다.



방치 의혹에 “국가 의무를 민간이 대신한 것”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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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의 충주보호소에 있는 핏불테이러 믹스 ‘포포’는 지난해 12월 사망했지만, 케어 홈페이지는 아직도 입양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사진 케어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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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전 대표는 “구조하려고 후원금을 모금한 것이 아니고, 모인 2억원보다 더 많은 돈을 구조견을 돌보는 데 썼다”고 설명했다. 화상 입은 10여 마리 치료비 목적으로 모금을 했는데 금액이 생각보다 많아 전체 개를 위해 쓴 것이고, 화상치료비 8000만원, 울진 관리비용 3500여 만원, 런 센터 건립 5000여 만원, 현장활동비 500여 만원 등을 지출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국가와 지자체가 개농장 동물과 재난 피해 동물을 돌보는 것이 원칙상 맞지만, 케어가 예산과 인력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방치한 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울진 구조견을 김포 개농장으로 옮긴 배경도 국가 차원의 문제라고 했다. 케어가 운영하는 위탁보호소 세 곳은 민간동물보호시설로 등록되지 않았다. 지난해 4월부터 민간동물보호시설(일명 사설보호소)에 대한 신고제가 도입되면서, 전국 민간동물호보호 시설은 2026년 4월까지 합법적인 신고요건을 갖춰야 계속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기준이 엄격해 현실적으로 이를 지킬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 전 대표는 “정부가 제도를 완화하지 않아 식용견은 농지에서 키울 수 있는데 구조견들은 농지에서 보호할 수 없다”며 “가장 합법적으로 구조견을 보호할 수 있는 곳이 역설적으로 개농장 밖에 없어 임시로 뒀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지적한 대로 구조동물은 매년 늘지만 정부‧지방자치단체의 보호·수용 능력은 부족한 상태다.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구조동물은 2021년 7만2912마리, 2022년 11만2214마리, 2023년 11만1713마리였다. 그사이 지자체가 운영하거나 위탁하는 동물보호센터는 2021년 255곳, 2022년 239곳, 2023년 224곳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구조동물 보호 관리에 소극적이란 비판도 나온다.

지자체는 동물보호센터에 구조동물 한 마리당 15만~30만원 정도를 지원하지만, 이들은 입양을 공고한지 10일이 지나면 안락사 위기에 처한다. 일부 동물보호센터는 안락사를 자제하지만 이 경우 수용 능력을 초과해 포화 상태가 극심해진다. 현재 동물보호센터 입소 2년 차인 구조동물은 4864마리, 3년 차는 966마리, 4년 차는 404마리, 5년 차는 198마리가 있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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