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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포장마차를 차도로 옮긴다는데…종로3가 '야장 성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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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8일 오후 8시쯤 서울 종로3가역 포차거리 일대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종로구청 안전요원이 인도로 다니라고 보행자들을 안내했지만, 인도 위엔 야외 테이블이 깔려있어 사람 한 명도 지나다니기 어려웠다. 김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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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오후 8시쯤 찾은 서울 종로3가역 일대 포장마차 거리. 해가 지자 인도 위가 야외 테이블로 빼곡히 채워졌다. 젊은이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차도 쪽 야외 테이블은 지나가는 차량과 매우 가까이에 있었다. 인도를 다니는 사람들은 식당 손님과 부딪히기 일쑤였고 테이블과 의자에 발이 걸리기도 했다. 테이블에 막혀 차도로 걷는 사람도 있었다. 차량은 양방향 모두에서 연신 경적을 울렸다.

젊은 층 사이에서 ‘야장 성지(聖地)’로 꼽히는 종로3가역 일대 포장마차 거리를 놓고 종로구와 상인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종로구는 보행자 안전을 위해 인도 위 포장마차를 차도로 옮기는 방안을 다음 달부터 시행하려고 했으나, 일부 상인들은 “영업권 침해”라며 반대하고 있다. 결국 종로구는 포장마차 재배치 사업을 재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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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8시쯤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11길 포장마차 거리에 "종로구는 건물 통행로를 가로막는, 불법을 허용하는 비상식행정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김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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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종로구청에 따르면, 구는 종로3가역 3번 출구~5번 출구 사이 돈화문로11길 240m 거리에 대해 오후 6시~다음 날 오전 4시까지 2차선 도로 한 쪽 차로를 막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생 거리 조성 사업’을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하려 했다. 거리 양쪽 인도에 있던 포장마차를 약 3m 너비의 한 차선으로 옮기고, 식당 앞 인도에는 야외 테이블을 한 줄씩만 허용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일대에서 시간제 일방통행 조치를 시행하려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종로구는 지난달 주민설명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공유했다.

종로구의 사업은 무분별하게 설치된 야외 테이블로 인도 통행로가 막히면서 민원이 빗발치고 안전 문제도 제기됐기 때문이다. 구에 따르면, 야외 테이블로 인한 교통 불편 민원은 지난 1월부터 5월 10일까지 총 121건 접수됐다. 이에 지난 5~6월 종로구는 집중 단속에 나서 적발된 업소에 150만원 이하 과태료 및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렸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식당은 영업 공간으로 신고하지 않은 야외 테이블 등에서 영업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추진되던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인근 상인들이 “구청에서 상인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포장마차 재배치 사업을 강행하려 한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양쪽 인도에 분산돼 있던 포장마차들을 한쪽 도로로 몰아넣으면 포장마차 면적과 간격이 좁아질 수 있다. 종로3가역에 5호선이 개통된 1996년쯤부터 6번 출구 인근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해 온 A씨는 “20년 넘게 지켜오던 자리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난다는 생각에 잠이 안 온다”며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으면 불편해서 누가 오겠냐”고 토로했다.

폭이 좁은 2차선 도로 중 한 곳에 포장마차를 두면 교통사고 위험이 커질 것이란 의견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부산 서면 포장마차 거리에서 음주 차량이 야외 테이블에 앉아있던 손님 10명 등 12명을 들이받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건물 지하나 2층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사업안은 달갑지 않다. “오히려 불법 야외 테이블 확장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항의하고 있다. 건물 2층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이계덕(38)씨는 “야외 테이블을 두는 술집과는 이웃이라는 생각에 영업에 지장이 있더라도 합의하고 지내고 있는데, 포장마차까지 들어서게 하면 건물 입구와 간판을 가리게 돼 손님이 확 줄어들 것”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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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종로구가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11길 포장마차 거리의 한쪽 차선 위에 포장마차를 배치하는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는 모습.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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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청 관계자는 “상가 음식점 앞엔 가능한 한 포장마차 배치를 피하고, 부득이한 경우 입구 대각선 쪽으로 놓으려고 계획했다”며 “반대 민원이 쏟아지면서 사업을 다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차 없는 거리 사업은 다음 달 1일부터 계획대로 시행하고, 보행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겠다”고 덧붙였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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