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대변혁 격동의 한반도]
<중>다극화하는 신냉전 지형
푸틴 도전 배후엔 중국의 야망 있어
印·베트남 등거리 외교로 세력 확장
푸틴 도전 배후엔 중국의 야망 있어
印·베트남 등거리 외교로 세력 확장
브릭스 勢 불리며 '최대 위협' 부상
美는 韓·호주 포함 G7 확대 제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단극(unipolar)의 세계 질서는 끝났습니다.”
2년 전인 2022년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이같이 선언했다. 그는 냉전에서 승리한 미국이 ‘신의 대리인’을 자처하며 일방통행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유럽연합(EU)은 정치적 주권을 잃고 미국의 ‘속국’으로 전락했다고 잘라 말했다. 국제질서 재편 의지를 선명히 드러낸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새로운 시대를 이끄는 하나의 극이 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미국에 맞서 북중러이란 등이 급속도로 밀착하는 ‘다극 체제’가 본격화하며 국제질서가 흔들리고 한반도 안보 지형까지 요동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구상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기를 잡고 북한과 군사동맹까지 복원하고 있지만 미국의 억제력은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중국이 러시아를 측면 지원하며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주요 7개국(G7)에 맞서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가 급속히 세를 불리고 있다. 미 싱크탱크들이 이를 “냉전 이후 미 패권의 최대 위협”으로 진단하는 가운데 북중러에 둘러싸인 한반도 정세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다극 체제’ 본질은 中의 패권 도전
지난달 열린 중러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미국에 맞서 다극화된 국제질서를 구축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이는 구체적으로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브릭스, 상하이협력기구 등 중국의 이니셔티브에 러시아가 적극 협력하는 형태로 귀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력을 소진한 러시아는 에너지 수출 등 다방면에서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중국은 러시아를 앞세워 미국을 시험하고 있다.
미 애틀랜틱카운슬의 안보 전문가 마커스 갈라우스카스는 “시진핑의 중국과 푸틴의 러시아가 점점 더 연합하고 긴밀히 협력하는 새로운 전략적 시대에 이르렀다”면서 “양국은 사실상 동맹 관계”라고 평가했다. FT는 “미국의 분석가들은 중국이 궁극적으로 베이징을 극점으로 하는 또 하나의 단극 시대를 달성하려는 비전을 갖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
중립 외교로 몸값 높이는 신흥국
미국과 함께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의 일원인 인도 역시 유엔의 러시아 규탄 결의안 투표에서 기권하고 서방이 외면한 러시아 에너지를 대거 사들이는 등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다음 달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인데 양국 간 정상회담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미국은 인도의 이 같은 모호한 태도에 애를 태우면서도 인도의 지정학적 가치와 특수성을 감안해 이를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
반전 노리는 NATO···韓 안보에 직결
이런 가운데 다음 달 중순부터 미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북중러 밀착에 맞서 미국 주도 서방 진영이 재결집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나토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일본·한국·필리핀이 공동의 집단 방위 체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중러의 위협이 급속도로 커지는 만큼 미국이 주도해온 쿼드,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한미일 협력 등에 더해 인태 지역의 방어망을 더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G7의 국제질서 장악력이 떨어지고 전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가운데 G7의 전면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 공화·민주 양당의 안보 전략통인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참여한 올 4월 ‘아미티지·나이 보고서’는 “한국과 호주가 포함되는 G7 확대 개편이 필요하다”고 공식 제안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