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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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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태어난 월드비전…받은 사랑 나누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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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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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발발 3개월 후인 1950년 9월, 한경직 목사와 미국의 밥 피어스 목사는 굶주리고 고통받는 한반도 아이들을 돕기 위해 월드비전을 설립했다. 한국에서 시작된 월드비전은 70여 년 후 100여 개국에서 연간 4조5000억원 규모의 후원사업을 진행하는 세계 최대 아동 후원 비정부기구(NGO)로 성장했다. 원조를 받는 나라였던 한국은 이제 후원을 하는 국가로 변모했다.

6·25전쟁이 끝난 지 3년, 서울 금호동 달동네 판잣집에서 실향민 부부 사이에 한 아이가 태어났다. 교회 장로의 도움으로 이 아이는 미국의 한 후원자와 인연을 맺었다. 후원을 받던 아이는 이제 후원단체의 수장이 됐다. 6·25전쟁 74주년을 앞두고 매일경제와 인터뷰한 조명환 한국월드비전 회장은 "과거 우리에게 베풀었던 사랑과 지원을 이제는 전 세계에 나눌 차례"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세계적인 에이즈 전문가다. 건국대 미생물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애리조나대에서 면역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아시아태평양 에이즈학회 회장을 맡으며 가난한 에이즈 환자들을 위해 대규모 모금을 진행하기도 했다. 모교인 건국대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바이오 벤처회사를 창업해 운영한 경험도 있다.

조 회장은 "가난하고 공부도 못했던 제가 꿈이란 걸 꿀 수 있었던 건 후원 덕분"이라고 말한다. 넉넉지 못한 형편에도 원조를 끊지 않은 후원자의 사랑이 그를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나중에 알게 된 저의 후원자는 미국의 작은 마을에서 25년간 초등교사로 근무하다 은퇴 후 편의점에서 점원으로 일했던 평범한 분이셨다"며 "제가 성장해서 교수가 됐을 때까지 45년간 매달 15달러와 편지를 보내주셨다"고 했다.

수십 년간 이어진 후원의 의미를 월드비전 회장이 된 후에야 알게 됐다고 그는 말한다. "도중에 후원이 끊겼다면 아마 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잊었을 거예요. 제가 후원아동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그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라는 뜻이었을 겁니다."

조 회장은 자신이 후원아동에서 후원단체 회장이 된 것처럼, 한때 세계에서 가장 많은 후원을 받던 한국이 현재는 어려운 나라를 돕는 국가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 60만명의 후원자가 한국월드비전과 함께하고 있다"며 "지난해 기준 후원금 규모는 3400억원으로 전 세계 100개 월드비전 회원국 중 네 번째로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70여 년 전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세계 곳곳엔 전쟁으로 생존을 위협받는 난민과 아이들이 많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음식이나 깨끗한 물, 주거 공간 등 기본 의식주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아이가 많아졌다"며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들은 질병에 취약한데 의료서비스는 태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회장은 "특히 아이들은 전쟁과 난민생활 중에 착취, 학대, 인신매매 등의 위험에 가장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한 보호 조치를 통해 이들의 안전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월드비전의 역할은 자연재해나 분쟁 발생 시 긴급구호활동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조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장기적인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며 "아동이 사는 지역을 변화시켜 그들의 삶이 근본적으로 개선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조 회장은 이러한 월드비전의 활동은 시민들의 관심 없이는 지속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6·25전쟁은 우리 민족에게 엄청난 시련을 안겨줬지만, 동시에 많은 도움의 손길을 받아 우리의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며 "과거 우리가 받았던 사랑과 지원을 이제는 우리가 전 세계의 어려운 이들에게 나누고자 한다. 이는 단순히 물질적인 지원을 넘어 희망과 미래를 선물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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