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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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은 한 명 한 명이 헌법 기관입니다. 팬덤의 노예가 되면 그건 이미 잘못된 정치에요.”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25일 “후배 정치인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을 지내고 지난달 퇴임한 그는 26일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를 낸다.
1974년 행정고시 합격 후 대전지방국세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김 전 의장은 국무조정실장, 재정경제부 장관, 교육부총리 등을 거쳤다.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 후보로 당선해 수원에서 내리 5선에 성공했다. 그는 회고록을 쓴 계기에 대해 “어쨌든 나라나 사회를 위해서 열정을 가지고 일할 기회를 얻은 것이니, 그간 경험한 것을 감사한 마음으로 갚을 수 있는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목에 ‘축적’이라는 단어를 넣은 이유가 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윤석열 대통령까지 10개 정부에서 공직생활을 했다”며 “반대쪽에 대해서는 무조건 왜곡하고 깎아내리는 것을 바꿔보자는 생각을 담았다. 설령 군인이 다스린 정부였거나, 자신이 지지하지 않았던 정권의 정부였을지라도 우리 사회는 그 시간 분명 무언가를 축적해 왔다”고 설명했다.
공직 생활에서 가장 보람된 순간으로 1993년 김영삼 정부의 금융실명제 도입을 꼽았다. 그는 “당시 재무부 국장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김 대통령 지시로 실무 총책임을 지고 추진했다. 과천의 한 아지트에서 극비리에 진행했다. 땀이 뻘뻘 흐르는 몹시 더운 여름이었는데, 나라를 위해 중요한 일을 했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으로는 노무현 정부의 주택 정책을 꼽았다.
김 전 의장은 ‘합리적 온건주의자’라는 평을 듣는다. 자신도 “진보정당에 있었지만, 중도적인 정치를 해왔다”고 평가한다. 그런 그가 정치활동을 마무리하며 가장 염려하는 것은 팬덤 정치다. 지난달 28일 국회의장으로서 참석한 마지막 행사인 제76주년 국회 개원 기념식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진영정치와 팬덤 정치 폐해를 피하고 살아 숨 쉬는 국회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후배 정치인들한테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네 글자로 얘기하면 ‘헌법기관’이다”라며 “헌법기관이면 헌법기관답게 행동해야 한다. 정당의 공천을 받았어도 국회의원에게 표를 준 유권자 중 당원은 5%밖에 안 된다. 팬덤? 팬덤은 0.01% 정도다. 전체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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