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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0 (토)

[사설] 대형 참사 부른 리튬 전지 화재, 안전기준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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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의 리튬 일차전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20여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완제품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곳으로 배터리 셀 하나가 폭발해 순식간에 3만5천개 연쇄폭발로 이어졌다. 사망자 대부분이 외국인 일용직 근로자라고 한다. 공장 구조에 익숙하지 않아 신속히 대피하지 못하고 참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 바로 옆 동에는 배터리 소재인 리튬 2톤과 많은 양의 유해화학물질이 보관돼 있었다고 한다. 공장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하마터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사고 피해자 지원은 물론 화재의 정확한 원인과 안전관리 여부 등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리튬 배터리는 휴대전화, 노트북PC, 전기차 등 일상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 이번 화재가 주는 충격이 더 크다. 화재가 난 공장의 리튬 배터리는 대부분 한번 사용한 뒤 재충전 없이 폐기되는 일차전지로, 이차전지인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화재 위험은 작다. 편의점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리튬 전지를 떠올리면 된다. 상온에선 안전하지만 높은 온도와 압력, 수분과 만나면 폭발이 일어나 연쇄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화재도 1개의 리튬 전지에서 발생한 불이 다른 배터리로 옮겨 붙으면서 대형 폭발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문제는 리튬 배터리 사용이 일상화하면서 금속화재 위험성은 증가하고 있는데 현행 ‘소화기구 화재안전기준’에는 금속화재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화재 위험성이 적다고 여겨져 ‘일반화학물질’로 분류해 별도의 대응 매뉴얼이나 안전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불을 끄려면 모래 등이 담긴 특수 소화장비가 필요한데, 표준 소화기도 없고 이런 시설을 설치할 의무 규정이 없는 셈이다. 리튬 전지 화재는 한번 열폭주가 일어나면 폭발과 유독가스 등으로 화재 진압이 쉽지 않다. 열폭주가 일어나기 전 15초의 골든타임을 놓쳐 손 쓸 수 없는 지경이 되는 것이다.

리튬 배터리 화재가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9년 세종시 육군 보급창고에 보관돼 있던 리튬 배터리 폭발 화재는 수분 노출이 원인이었다. ‘카카오 먹통 사태’를 초래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도 배터리에서 불꽃이 튀면서 불이 번졌다. 시작은 배터리 1개다. 무엇보다 소방법에 금속화재를 포함시켜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리튬의 특성상 한 곳에 많은 양을 쌓아두기보다 분리해서 보관하고 건물간 거리 확보도 필수다. 감지기와 특수 소화장비 설치도 의무화해야 한다.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배터리 공장 전체에 대한 철저한 안전점검과 관리 상시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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