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뒤덮어 시민 큰 불편
2022년 은평구에 집중됐던 민원
2024년 강서·양천구서도 민원 쇄도
수도권, 예년보다 열흘 빨리 목격
상인들 영업 피해 우려 ‘노심초사’
전문가들 ‘기온 상승’ 주원인 꼽아
모기도 기승… 말라리아 방역 비상
“야외 활동 땐 밝고 헐렁한 옷 입길”
안경점을 운영하는 김모(41)씨의 하루 일과는 청소기로 가게 앞에 수북이 쌓인 러브버그를 치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김씨는 “내부가 보이는 통유리창과 흰색 외벽 덕에 완전히 ‘러브버그 소굴’이 됐다”며 “오려던 손님도 벌레에 놀라 달아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명 '러브버그'로 알려진 붉은등우단털파리가 수도권 도심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도심에 출몰한 러브버그의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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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무더위가 예년보다 일찍 찾아오면서 여름 불청객으로 꼽히는 러브버그도 예년보다 일찍 서울 도심을 뒤덮고 있다. 2022년까지만 해도 서울 서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러브버그가 창궐했지만, 지난해부터는 한강 이남의 강서구, 양천구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는 모습이다. 더구나 올여름에는 모기까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여 이래저래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 서울 전역에서 접수된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총 7081건으로, 지난해(5600건) 전체 민원 수를 이미 넘었다.
러브버그가 집단 발생하기 시작한 2022년 당시에는 총 민원 4218건 중 80%(3558건)가 은평구에 몰려있었는데, 지난해부터는 서울 25개 전 자치구에서 민원이 발생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는 강서구·양천구에서 은평·마포구 못지않게 민원이 쇄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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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활동 공유 플랫폼 네이처링에 따르면 지난 2일 인천 부평구를 시작으로 수도권에서 러브버그 목격담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6월13일 경기도 부천에서 첫 관찰 기록이 나온 것과 비교하면 예년보다 최소 열흘 이상 빨라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온 상승으로 러브버그의 출현 시기가 앞당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봄은 1973년 전국 기온 관측을 시작한 이래 역대 두 번째로 뜨거운 봄이었다. 평균 기온은 평년 대비 1.3도 높은 13.2도였고, 영남권에 내려진 첫 폭염주의보도 작년보다 7일 빨랐다.
러브버그뿐 아니라 모기도 올해 더 빨리 창궐할 전망이다. 모기 전문가인 이동규 고신대 석좌교수(보건환경학)는 “높은 기온에 모기 성장 속도가 빨라졌고, 올해 들어 경기도 북부·서울에 적당한 양의 비가 자주 내려 모기가 증가하기에 아주 적당한 환경이 갖춰졌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벽면에도… 점박이처럼 ‘우글’ 24일 서울 은평구 진관동의 한 아파트 단지 벽면에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가 빼곡히 붙어있다. 올해 평년을 웃도는 기온이 이어지면서 아열대 기후에서 서식하는 러브버그가 급격히 늘어났다. 이재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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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가 20일 서울의 한 주차장에 서있는 차량 유리창에 앉아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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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리아 방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질병관리청은 지난해보다 일주일 앞당겨진 18일 전국에 말라리아 주의보를 발령했다. 한때 국내에서 완전히 퇴치됐던 말라리아가 다시 퍼지는 이유론 북한이 꼽힌다. 이 교수는 “말라리아 매개모기의 활동 반경은 10㎞를 넘기 때문에 비무장지대를 거뜬히 넘는다”며 “북한이 말라리아를 퇴치하지 못하는 이상 국내서도 완전 퇴치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선 보건당국이 발생한 말라리아 환자를 빠르게 격리하고 모기 모니터링을 더욱 자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민들에게는 모기가 피하는 흰색·노란색 등 밝은색의 옷을 입고, 오래 야외활동을 할 경우 길고 헐렁한 옷을 입을 것을 조언했다.
러브버그 사태의 경우 예년처럼 자연적으로 해소될 전망이다. 이 교수는 “러브버그는 비행 능력이 약한 편에 속하는 곤충이라 비가 오면 하루살이처럼 휩쓸려 내려간다”며 “장마가 오고 나면 개체 수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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