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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짱 끼고 대통령 노려봤다…의회 해산 뒤 '베이비 마크롱' 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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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대통령과 가브리엘 아탈 총리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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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의회 해산이라는 카드를 전격 빼든 지난 9일(현지시간). 마크롱의 내각조차도 대통령의 깜짝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중 유독 불만 가득한 표정을 숨기지 않은 인물이 있었으니, 가브리엘 아탈 총리다. 마크롱 대통령의 측근이자 "베이비 마크롱"이란 별명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의회 해산을 발표하는 마크롱의 맞은편에 앉아 팔짱을 끼고 대통령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 순간은 엘리제궁 출입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돼 영원히 박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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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대통령이 하원 해산과 조기 총선을 발표한 지난 9일(현지시간) 엘리제궁 안 모습. 엘리제궁을 출입하는 사진 작가가 13일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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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5세인 아탈은 마크롱에 의해 프랑스 정부 2인자로 발탁됐다. 프랑스 사상 최연소 총리이자, 최초 성소수자 총리라는 기록을 썼다. 2027년 대통령 선거에서 마크롱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의회 해산과 관련해 아탈과는 사전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의회 해산과 같은 주요 결정에 총리가 배제된 것. 아탈이 "잔인한 결정"이라고 대통령을 공개 비판한 배경이다.

마크롱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에 참패하며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1차 투표는 6월 30일, 결선 투표는 7월 7일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선거 팸플릿을 인쇄할 시간조차 부족한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아탈의 선택은 무엇일까. 정치적 아버지인 마크롱의 등에 칼을 꽂고 배신을 택할 것인가, 불만을 일단 잠재우고 다가오는 조기 총선에 열과 성을 다할 것인가. 아탈의 선택은 후자다. 우선 급한 불부터 끄고 보겠다는 심산이다. FT는 아탈에 대해 "현재로선 마크롱에게 충성을 다하는 전사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며 "그의 목표는 조기 총선에서 극우 정당이 가져가는 표를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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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남녀노소 두루 인기가 있다. 미래 유력 대선 후보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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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탈의 유세 현장은 그의 인기를 반영한다고 FT를 전했다. 최근 파리의 한 유세장에서 나이가 지긋한 한 시민은 아탈에게 "제발 대통령이 가만히, 조용히 있기를 바란다"며 "당신과 같은 정치인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고 한다. 아탈은 자신을 지지하는 유권자에게 "이번은 총리인 나를 위해 표를 던진다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FT는 "아탈이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마크롱에 충성을 다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조기 총선이라는 급한 불이 꺼지만 어떻게 될 지 두고볼 일"이라고 분석했다.

그의 강점은 남녀노소 전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 능력이라고 FT는 전했다. 실제 그의 유세 현장엔 그와 악수를 나누고 싶어하는 시니어부터, 셀카를 청하는 20대 여성까지 다양한 지지자들이 모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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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아탈은 프랑스 사상 최연소 총리다. 올해 35세.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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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도 있다. 자신감이 넘쳐 때로 오버를 한다는 비판이다. AFP 통신은 지난 3일 아탈이 "맨터럽팅(manterrupting)"을 했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프랑스 정계에 나온다고 전했다. 남자(man)와 방해하다(interrupt)를 합친 신조어로, 아탈이 여성 의원이 연설하는 도중 자신의 차례가 아닌데도 갑자기 연단에 오른 것을 두고 나온 말이다. 당시엔 역시 마크롱 의원의 후계자 격인 여성 의원 발레리 아이예가 마이크를 잡고 젊은 층에 투표를 호소하고 있었는데, 아탈이 갑자기 연단에 난입한 것이다. 아탈은 "여러분들의 투표가 꼭 필요하다"고 했지만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는 거셌다.

마크롱 대통령의 르네상스 당이 사실상 껍데기만 남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크롱이 기존 보수 및 진보 정당 모두에 반(反)하는 중도 정당의 기치를 걸었지만, 그 실험은 실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FT는 "르네상스 당은 결국 이도저도 아닌 형체가 없는 껍데기가 됐다는 비판이 프랑스 정치학계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쏘아올린 조기 총선이라는 공을 우선 잘 받아내는 게 아탈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의 최우선 과제다. 그러나 FT 등을 종합하면 조기 총선 이후 프랑스 여당의 앞날은 더 불투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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