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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9 (금)

도심 속에 웬 공동묘지? 묘지 문화로 보는 나라의 분열과 화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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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김두규의 國運風水]

뉴욕과 워싱턴에서 본

미국 묘지 문화의 특징

조선일보

미국 뉴욕의 한 공동묘지. 묘원 주변에 주택과 상가가 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셈이다. /김두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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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200년 만에 미국은 어떻게 세계 최강국이 되었을까? 1776년 건국되었으니 2024년 현재 건국 249년째다.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를 것이다. 풍수학인은 어떻게 설명할까? 필자는 지난 3월 뉴욕과 워싱턴을 답사하였다. 풍수가 목적이었다. 미국인 주류(상류) 사회의 묘지 문화를 알고자 함이었다. 뉴욕과 워싱턴은 미국을 움직이는 중심이기에 두 도시를 방문지로 선택한 것이다. 묘지 문화의 특징은 무엇일까?

첫째, 전통적으로 그리고 지금까지도 미국은 매장을 고수한다. 코로나 사태로 엄청난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도 매장을 했다. 무연고 사망자들도 특정한 묘역을 정해 매장한다. 혹자는 반론할 것이다. “미국은 땅덩이가 넓어서 가능하다.” 재반론하겠다. 지금 우리 농촌은 한 집 건너 한 집이 빈집이고 빈터다. 밭들은 잡초와 잡목에 묻힌 지 오래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내 순창 밭들도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칡넝쿨과 잡목으로 우거졌다. 땅이 남아돈다.

둘째, 매장할 때 광중(무덤 속) 깊이는 3m에 가깝다. 전통 우리 척도로 보면 10자(1자는 약 30cm)에 가깝다. 반면, 조선 왕실만이 무덤 깊이를 10자 내외로 했다. 일반인은 5자를 많이 했다. 전라도 일부에서는 3자를 파기도 한다. 물·벌레·나무뿌리가 침입하기 쉽다. 미국인들은 무덤을 깊게 파서 그것을 방지했다. 풍수에는 이들의 침해를 수렴(水廉)·충렴(蟲廉)·목렴(木廉)이라 하여 불길하게 여긴다.

셋째, 철저하게 가족묘 위주로 한다. 미국 역사가 길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18~19세기에 처음 건너온 이를 시조로 하여 그 아래 후손들이 묻힌다.

넷째, 상하좌우로 밀착하여 매장한다. 즉 윗대 조상과 그 아랫대 후손은 1자 간격으로 묻힌다. 작은 공간 안에 후손 수십 명이 매장된다.

다섯째, 묘지는 대규모 공동묘지로 주택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혼재한다. 즉 도심 속에 대규모 묘지가 있다. 묘원 주변에는 주택과 상가가 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한다(일본과 홍콩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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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무덤을 깊게 파 물, 벌레, 나무뿌리가 침입하는 것을 방지한다. /김두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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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우리의 ‘주검 처리’는 어떠한가?

첫째, ‘주검 처리’ 방식(화장·매장·수목장·자연장)을 놓고 부모와 자식, 형제가 서로 다툰다. 가치관의 혼란이다. 둘째, 우리나라 묘역은 무덤 하나가 차지하는 공간이 너무 넓다. 낭비다. 셋째, 미국의 매장은 봉분이 없으나 우리나라는 흙으로 쌓은 봉분이다. 멧돼지가 파헤치고 놀기에 좋은 공간이다. 넷째, 이제는 선산 가기를 꺼려, 같은 형제라도 서로 다른 장소에 묻히거나 ‘사물함(납골당)’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이웃한다. 다섯째, 묘지를 혐오·기피·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겨, 대규모 묘원이 아닌 단 하나의 묘지가 마을 근처에 들어서는 것조차 꺼린다. 무엇이 문제일까?

인간은 쓸데없는 행위를 할 필요를 느끼는 유일한 존재다. “인간은 의례를 갈망하는”(D. 지칼라타스) 존재다. 그러한 의례로 삶의 의미와 가족의 정체성·동질성을 확인하고자 했다. 이러한 가치관은 이미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다. 이에 대하여 한국학자 김열규(1932~2013) 교수가 일찍이 한탄하여 말했다. “죽음의 민속에서 이제 문화적인 민족적인 동질성을 발견하기조차 힘들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죽음의 통과의례까지 봉쇄당하고 있다.”(김열규, ‘한국인의 죽음과 삶’).

그리하여 공동체 의식이 사라진 지 오래다. 가족이, 문중이, 국가가 서로 다른 생각이다. 미국 묘지 문화에서는 가족과 공동체의 화합, 그리고 산 자와 죽은 자의 공존을 볼 수 있었다. 가족·공동체·국가가 분열이 아닌 화합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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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공동묘지 /김두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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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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