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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1 (일)

싹싹 빌던 상간녀, 알고보니 일당 150만원 알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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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상간자 역할 대행 알바 등장

돈 벌려다 큰코다칩니다

조선일보

일러스트=유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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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바람났다. 5년 가까운 결혼 생활 동안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상간녀를 데려와 머리를 조아리게 하면서 상간녀가 미안하다고 빌고 다시는 만나지 않겠노라 약속했다. 믿고 싶었다. 아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 어린아이들이 있었고 이혼 후 혼자 생계를 꾸려나갈 경제적 능력도 안 됐다.

그러다 최근 또 남편의 병이 도졌다. “어떤 X인지 이번엔 뿌리를 뽑고 말겠어.” 그래, 꼬리가 밟혔다.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그 상간녀는 5년 전 남편의 첫 외도 상대였다. “둘이 다시 눈이 맞은 건가?” 아니었다. 그동안 외도 사실이 걸릴 때마다 남편이 데려온 수많은 상간녀가 가짜였다. 남편은 5년간 쭉 한 사람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아이가 있으니 가정은 지키고 싶고 그 X도 버리질 못하겠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역할 대행 알바를 사서 제 앞에 매번 가짜 상간녀를 데려다 놓은 거였어요. 저는 깜빡 속았지요. 더는 못 살아요.”

막장 드라마냐고? 아니다. 상간자 역할 대행 알바는 인터넷 검색만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후기도 넘쳐난다. 업체 측이나 의뢰인이라고 주장하는 네티즌은 “가정을 지키고 싶었기에 가짜 상간자 알바생을 썼고 덕분에 목표를 이뤘다”고 했다.

한 30대 주부는 카페에서 알바를 하다가 사장과 눈이 맞았다. 빠르게 관계를 정리했는데 남편이 뒤늦게 휴대폰에서 외도 흔적을 발견했다고. 남편은 “어떤 XX냐. 빨리 전화해서 바꾸라”고 노발대발했고, 이 주부는 며칠을 달래도 소용이 없자 고민 끝에 역할 대행 업체에 전화했다. 1차로 가짜 상간남은 남편에게 먼저 전화해 “제가 혼자서 좋다고 쫓아다닌 거다. 아내 분이 완강하게 거부했고 별 사이 아니었다. 오해하게 했다면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했다. 하지만 남편은 끝내 그 남자를 만나야겠다고 했다. 2차로 가짜 상간남은 삼자대면 자리에 나와 무릎을 꿇었다. 그제서야 남편은 믿는 눈치였다. “아무리 돈을 받고 해주는 일이라고 해도 남편의 욕설과 비난에 큰 상처를 받았을 텐데 너무 감사하죠. 정말 납작 엎드려 사과해줬거든요. 정말 프로 정신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밖에 “상간남 얼굴을 꼭 보고 실컷 욕을 퍼부어야 화가 풀리겠다고 하니 이 방법뿐이었다” “아내가 컵에 든 물까지 뿌렸는데 가짜 상간녀는 아무렇지 않게 본분을 다하더라” “가짜라는 게 걸릴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남편은 전혀 눈치를 못 채더라” “거듭 사과하면서 눈물까지 흘려줘서 가정을 지킬 수 있었다” 같은 글이 수두룩했다. 업체도 “전문 배우 이상의 연기력” “10년 경력과 노하우” “100% 비밀 보장” 등을 내세우며 이 알바를 홍보 중이다.

관련 업체 관계자는 최근 상간자 역할 대행 의뢰가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요새는 시간과 돈만 있다고 바람을 피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지능적이지 않으면 힘들어요. 잔머리를 굴려야 하니 골머리가 아프죠.” 업체당 비용은 차이가 있지만 대략 1일 상간자 대행 알바 비용은 150만~200만원. 이와 별개로 전화 통화를 하거나 심한 처우를 당했을 때는 비용이 추가된다. 심부름 센터의 경우 외도 증거 수집 비용이 1일 50만~100만원인 걸로 보면 상당히 비싼 편이다. 이 관계자는 “가장 어렵고 위험한 게 상간자 알바”라며 “쌍욕을 들으며 모욕을 꾹꾹 참고 사과해줘야 하니까”라고 했다. “혹시 맞아줄 수도 있느냐?”고 물었다. “아니, 그건 고소감이죠. 때리는 건 안 되죠. 그래도 고객님 비밀은 끝까지 지켜드립니다.”

하지만 이는 범죄가 될 수 있다. 역할 대행 알바가 불법 소지가 있는 데다 실제 상간자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몇백만 원 벌겠다고 했다가 수천만 원짜리 위자료를 덤터기 쓸 가능성이 있는 것. 돈 쓰고 걸릴까 봐 초조하고 머리까지 아픈 외도, 그냥 하지 마시길.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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