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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4 (일)

어차피 대세는 AI株 싸울수록 판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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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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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주가가 5년 새 3400% 올랐고 향후 1년 실적 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은 50배가 넘었는데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계속 추천합니까."

최근 서울 여의도의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이같이 반문하며 "고점 신호가 보이는 엔비디아 비중은 서서히 줄이면서 추가 수익률을 위해 덜 오른 인공지능(AI) 주식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2의 엔비디아'를 찾는 '큰손'들은 최근 불거진 '반(反)엔비디아 AI 반도체 연합'에 주목하고 있다. 이 연합은 AI로 돈벌이를 찾는 빅테크들이 기존 엔비디아 중심의 AI 공급망을 해체하고 새판을 짜기 위해 급속도로 결성한 것이다.

국내외 기관투자자들 중 일부는 기존 엔비디아·TSMC·SK하이닉스가 너무 많이 올랐다며 이들의 대항마이자 반엔비디아 연합군인 브로드컴·시스코·마이크로소프트(MS)·삼성전자의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서학개미들은 6월 들어 브로드컴에 대한 매수세가 강하다"며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교체 매매가 나타나고 있다. 5월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SK하이닉스를 대거 매수하다가 6월 들어서는 삼성전자를 더 많이 사는 식으로 머니 무브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블룸버그와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최근 구글·MS·메타·인텔·AMD·브로드컴·시스코·HP엔터프라이즈 등 8곳은 AI 가속기의 글로벌 표준을 만들기 위한 '울트라 가속기 링크(UA링크)'를 설립했다. AI 가속기는 AI를 학습시키는 데 특화된 칩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잘 조합하면 성능이 향상된다. 현재 AI 공급망 구도는 반도체 설계와 네트워크,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엔비디아가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HBM 메모리는 SK하이닉스가, 위탁생산(파운드리)은 TSMC가 도맡아 하고 있다.

통상 이런 큰 규모의 사업은 각 공급망에서 경쟁 구도를 이루지만 최근 개화된 AI시장은 이들 최강자 '삼인방' 조합이 각각의 분야에서 점유율 80~90%를 차지해 사실상 독점 구조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는 대당 5000만원이 넘어 돈 많은 빅테크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나마 빅테크들끼리 경쟁이 붙어 엔비디아가 생산하는 가속기는 시장에서 씨가 마른 상태다.

UA링크는 서로의 비용만 높이는 이런 싸움을 중단하고 원활한 AI 칩 공급을 위해 빅테크가 앞장서서 새로운 공급망을 구성하려는 의도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반엔비디아 연합군은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는 반도체 설계와 네트워크·보안 분야는 각각 브로드컴과 시스코에 몰아주고, HBM은 삼성전자로 '담당자'를 바꾸려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UA링크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HBM과 소프트웨어 개발 쪽에서 이들 8곳을 돕고 있다.

투자업계에선 이 리스트에 오른 기업들이 엔비디아 독점을 깰 수만 있다면 향후 고위험·고수익 종목이자 '제2의 엔비디아'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 입장에선 엔비디아가 '하도급 업체'인데 자신보다 거의 2배 가까운 이익률을 내고 있는 것을 용납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반도체 설계와 네트워크, 파운드리 등 3대 분야에서 2등 사업자들의 점유율이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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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외국인 6월 1.4조 폭풍매수… AI가속기 내년 양산 촉각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2조5811억원어치나 매도한 반면 SK하이닉스에 대해선 1조5088억원의 순매수로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기존 엔비디아의 AI 독점 구도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일조했다는 평가다.그러나 UA링크가 본격 출범한 6월에는 외국인이 17일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각각 1조3962억원, 1조3408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를 따라잡을 것이란 기대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독점을 깰 '비밀병기'라는 평가도 받는다. 현재 AI 개발자들의 80% 이상이 '쿠다(CUDA)'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 중이다. 쿠다는 엔비디아의 GPU와 '한 묶음 상품'이다. 이에 대한 대항마로 삼성전자는 '마하1'을 내놨다. 삼성 관계자는 "마하1이 갖게 될 AI 가속기 성능은 전력 효율이 기존 제품보다 8배 높을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TSMC가 독점 중인 파운드리도 노리고 있다. 아직 열세이지만 이 격차도 좁혀질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올 2분기(4~6월) 영업이익은 8조2029억원(에프앤가이드 기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무려 1127%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수급 개선으로 올 들어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며 "삼성의 HBM이 엔비디아의 테스트를 통과할 경우 주가 상승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배당 투자자 입장에서도 SK하이닉스(배당수익률 0.54%)보다는 삼성전자(1.81%)가 낫다는 평가다.

브로드컴 엔비디아 AI칩 설계 대항마로… 3년간 배당 45% 급증

6월 들어 서학개미들은 브로드컴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지난 18일까지 순매수 금액이 6212만달러로 엔비디아(6억8063만달러), 게임스톱(7458만달러)에 이어 3위다. 브로드컴이 어떤 AI 공급망 구도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데다 최근 발표한 액면분할 효과 덕분이다. 브로드컴 주가는 오는 7월 15일부터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다. 이 회사는 자체 AI 공급망을 짜며 어느 연합군에도 속하지 않은 애플에 통신용 칩을 공급 중이다. 현 공급망 속에선 MS·구글·메타의 맞춤형 반도체(ASIC)를 설계하고 AI데이터센터 네트워크용 반도체를 만들어주고 있다.

반엔비디아 연합군에 포함된 빅테크 3곳은 앞으로 브로드컴이 엔비디아보다 싼값에 반도체 설계와 고성능 칩 공급을 맡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특히 AI가 '전기 먹는 하마'로 자리매김하면서 브로드컴의 반도체 설계와 제조 능력이 부각되고 있다

월가에선 실적 대비 주가를 따져봤을 때 브로드컴이 엔비디아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평가한다. 이달 모건스탠리는 브로드컴의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비중 확대(매수)로 등급을 조정하기도 했다. 실제 향후 12개월 순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포워드 PER)은 브로드컴이 36.9배, 엔비디아가 50.76배로 큰 격차를 보인다. PER이 낮을수록 저평가로 판단한다. 일각에선 고금리 상황에서 변동성이 큰 순이익보다 매출 기준으로 주가를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날 기준 주가매출비율(PSR) 역시 엔비디아가 41.23배로, 브로드컴(18.3배)보다 고평가 영역에 있다. 브로드컴의 2024회계연도 주당 연 배당금(20.86달러)은 사상 처음 2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회계연도 대비 44.9% 증가하는 것이 된다.

시스코 닷컴시대 시총 1위 황제주…네트워크·보안 권토중래 노려

시스코는 반엔비디아 연합군 중 삼성전자와 함께 가장 저평가된 상장사로 평가받는다. 포워드 PER과 PSR은 각각 12.94배와 3.36배에 그친다. 월가에선 엔비디아를 견제하기 위해 시스코가 등장한 것이 일종의 '데자뷔'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스위치 라우터 등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던 시스코는 1990년대 '인터넷 버블 시대'를 제대로 누렸다. 2000년 3월에는 주가 급등으로 MS를 제치고 전 세계 시총 1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후 대폭락한 상태다.

시스코는 2017년 이후 굵직한 인수·합병(M&A)을 거치며 '와신상담'해왔다. 네트워크 솔루션 회사 '사우전드아이즈', 보안 회사 '스플렁크' 등을 차례로 사들였다. 작년 스플렁크 인수에는 280억달러(약 38조원)를 썼다. 일련의 M&A로 시스코는 네트워크와 보안 분야에서 엔비디아를 대체하며 반엔비디아 연합군에 가담할 자격을 얻은 셈이다. 시스코는 2024년도 예상 매출 전망치를 기존 최대 525억달러에서 최근 538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척 로빈스 시스코 최고경영자는 "네트워크 장비 재고가 감소하고 있으며 AI 인프라스트럭처 관련 매출이 2026년에는 10억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고 조정 등 단기 실적 부진 탓에 시스코 주가는 올 들어 지난 17일까지 9.5% 하락한 상태다. 다만 자사주 소각 측면에선 시스코가 브로드컴보다 낫다는 분석이다. 시스코는 2020년 대비 2023년 주식 수가 4% 감소했는데 자기주식을 사서 없애는 식으로 주주환원에 치중했다. 반면 브로드컴은 적극적인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를 위한 유상증자 등으로 주식 수가 1.7% 증가했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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