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해가 있다면 뜨는 해가 있다. 식품 업계, 특히 유업계에서 뜨는 해를 꼽는다면 ‘발효유’다. 저출산과 유·아동 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흰 우유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발효유 시장은 판이 커지고 있다. 커지는 시장에 업체들도 적극적이다. 그 결과, 발효유는 장(腸) 건강을 넘어, 미용과 멘탈 케어 시장까지 커졌고, 유업계 위주였던 시장엔 건강기능식품회사도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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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식품업계 발효유 제품군 확대 나서
발효유는 포유동물의 젖을 유산균이나 효모균으로 발효시켜 만든 유제품을 말한다. 이는 드링킹(마시는 요거트 제품), 액상(일반적인 요구르트 제품), 호상(떠먹는 요거트 제품)으로 나뉜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발효유 시장 규모는 2조 625억원으로 2022년 2조91억원에 비해 2.7%가량 커졌다. 오는 2026년에는 2조 2498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흰 우유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6591억원으로, 전년(1조 6678억원) 대비 0.5% 작아졌다. 발효유 시장은 커지지만, 우유 시장은 줄어들고 있다. 우유의 매출 부진은 저출산과 함께 예견됐다. 올 1분기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6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러한 출생률 감소는 분유뿐 아니라, 흰 우유 소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유식품업계에선 수요가 줄어드는 우유 대신 성장세를 보이는 발효유 제품군 확대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발효유 시장에 건강을 키워드로 자리매김하게 한 것은 코로나 19 때문이다. 글로벌 정보 분석 기업 닐슨아이큐코리아 이두영 상무는 “발효유는 꾸준히 다양한 제품이 출시됐는데, 이들이 공통으로 소구하는 것은 건강한 원료를 사용한 건강기능성”이라며 “이는 코로나 이후 높아진 건강에 대한 관여도에 대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팬데믹의 장기화로 면역력 등 건강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졌고, 특히 MZ를 중심으로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가 퍼졌다. 발효유도 건강한 디저트로 자리매김했다. 예를 들어, 유청을 제거한 그릭 요거트는 당 함량이 낮고 단백질 함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며 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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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과 트렌드 담아 다양한 제품 출시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발효유는 장 건강을 돕는 존재를 넘어 다양한 기능까지 넓어졌다. 국내 최초로 발효유를 개발한 hy의 다양한 제품군을 예로 들면, 장 건강을 시작으로 위 건강 발효유 윌, 간 건강 발효유 쿠퍼스, 멘탈케어 발효유 쉼 등을 내놓으며 브랜드를 확장해왔다. 실제로 발효유 시장에서 기능성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것은 hy의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이라 윌)’이다. 2000년 출시한 윌은 일 판매량 72만개, 연간 판매량 2억 개에 이를 정도로 위 건강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인기 비결은 꾸준한 연구, 24년간 10번의 리뉴얼을 통해 기능성을 강화해왔다.
기능성 제품은 꾸준히 확장 중이다. 동원F&B는 최근 덴마크산 유산균을 사용한 프리미엄 액상 발효유 ‘덴마크 하이(Hej!) 요구르트’를 출시했는데,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300만병을 돌파해 화제다. 그 비결로 기능성을 꼽는다. GC녹십자웰빙이 4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선보인 호흡기 특허 유산균과 면역 기능에 필요한 아연, 뼈 형성에 필요한 칼슘, 비타민E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렌드도 놓칠 수 없다. 최근 발효유의 또 다른 키워드는 당과 단백질이다. 매일유업은 설탕 무첨가로 오직 우유 유래 당만 포함한 매일 바이오 그릭요거트, 단백질 함량 14.3g으로 고단백을 내세운 매일 바이오 프로틴요거트 등을 트렌드를 공략했다.
편의점의 발효유 매출은 이러한 소비자의 관심을 보여준다. GS25에 따르면 지난 5월 발효유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커졌고, 같은 기간 유산균과 단백질 등이 함유된 기능성 발효유 매출은 39% 성장하며 발효유 전체 매출 신장률을 두배 상회했다. 조재범 GS리테일 음용식품팀 MD는 “건강 증진과 관련된 소비 트렌드가 확대됨에 따라 발효유 시장에서도 유산균과 단백질 성분이 함유된 기능성 발효유 제품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건강기능식품회사도 하나둘 발효유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종근당건강은 지난달 국내를 대표하는 유산균 브랜드 ‘락토핏’의 핵심균주조합인LACTO-5X를 요거트에 적용한 발효유 ‘락토핏 마시는 유산균’을 출시했다. 출시 후, GS25에서 판매하는 기능성 발효유 20여종 중 줄곧 매출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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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모델부터 챌린지까지 활발한 마케팅
2000년 출시한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은 최근 모델로 축구선수 손흥민을 내세웠다. [사진 hy] |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 소비자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한 업체들의 마케팅도 활발하다. 먼저 광고 모델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연 매출액 3300억원의 hy윌은 축구선수 손흥민을 모델로 내세워 신규 CF를 선보인 데 이어, 스페셜 패키지도 내놨다. 김일곤 hy유제품CM 팀장은 “아시아 최초의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라는 손흥민 선수의 이미지가 국내 기능성 발효유 시장을 개척하고 혁신을 거듭하는 윌의 정체성과 잘 부합해 모델로 발탁했고 슬로건도 ‘NO.1의 클래스’로 정했다”고 밝혔다.
챌린지와 현장 샘플링, 행사 연계에도 적극적이다. 매일유업은 최근 매일 바이오 광고 모델로 배우 강훈과 박서함, 이시우를 선정해 매일 바이오의 그릭과 프로틴 요거트, 제로(ZERO)를 알리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오래 앉아있는 직장인과 학생들의 장운동을 위해, 영상을 보며 따라 하는 ‘#바이오댄스챌리지’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동원F&B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덴마크 유제품을 증정하는 현장 샘플링을 꾸준히 진행하고, 양재천 벚꽃축제 ‘무브살롱벚꽃다이닝’에서 유제품 체험 행사를 진행한 데 이어, ‘한강 나이트워크’ 등 스포츠 문화행사와 연계해 체험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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