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주 한소망청년교회 목사
“불합리한 조직 문화 바꾸고
청년들 헌금으로 재정 독립”
청년들과 교회 활동 방안을 논의 중인 김동주 목사. 김 목사는 “교회만 달라진다면 얼마든지 청년들이 다시 올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김동주 목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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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교회는 젊은 사람들끼리만 모이자는 게 아니라, 전통과 제도에 얽매여 본질을 잃은 기성 교회를 청년들이 바꿔보자는 노력입니다.”
18일 경기 파주시 한소망교회(위임목사 류영모)에서 만난 김동주 한소망청년교회 목사는 최근 교계에서 ‘청년교회’를 만들려는 곳이 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청년교회는 기존 교회에 종속된 청년부를 청년들이 재정, 행정 등을 독자적으로 운용하는 교회 내 교회로 독립시킨 것. 한소망청년교회는 지난해 1월 본교회에서 독립했다.
김 목사는 “MZ세대의 특성 중 하나가 조직문화가 불합리하면 불만을 표현하지 않고 조용히 나간다는 점”이라며 “교회라고 다를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요즘 청년들은 내로남불에 굉장히 민감해요. 기독교인이라고 하면 외부에서 기대하는 모습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안 믿는 사람들과 별 차이가 없거나 심지어 안 믿는 사람보다 더 못한 모습을 보면서 왜 교회에 나가야 하는지 회의감을 가진 거죠. 그러다 보니 새로 안 오는 것은 물론이고 있던 청년들도 많이 나갔고요.”
김 목사는 또 이미 성인인데 기성 교회에서 청년을 여전히 아이들처럼 대하는 점도 청년들이 교회를 멀리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20∼30대, 심지어 미혼일 경우 40대까지도 청년부에서 활동하는데 마치 중고교생처럼 목사나 교회 어른들이 모든 걸 정하고 청년들은 따라가기만 했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처음 부임해 청년부 단톡방에서 인사를 했더니 60여 명 중 딱 2명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받아줄 정도로 청년부 활동에 아무 기대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소망청년교회 재정은 청년들의 헌금으로 충당된다. 지난해에는 설립 초기라 일부 지원을 받았으나 올해부터는 모두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사역 등 목회 활동도 모두 스스로 계획해 진행한다. 일부 교단에서는 여전히 여성 목사, 여성 장로를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종교계는 의외로 여성 차별이 심한 곳. 하지만 한소망청년교회는 국장, 팀장 등 운영위원 대부분이 여성이다. 김 목사는 “국장은 제가 임명하지만 팀장은 국장들이 뽑는다”며 “여자라고 우대한 건 전혀 없고 그동안의 활동과 리더십을 보고 스스로 선출한 결과”라고 말했다.
변화는 신자 수 증가로 이어졌다. 청년교회를 만들기 전인 2021년 평균 예배 인원은 110여 명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350여 명으로 늘었다. 한소망교회를 떠났다가 돌아온 청년이 절반, 나머지는 대부분 다른 교회를 다니다가 안 나갔던 청년들이라고 한다. 그는 “청년들이 교회에 실망했을 뿐 신앙을 포기한 건 아니기 때문에 교회만 달라진다면 얼마든지 다시 올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청년교회 또는 청년부 활성화를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곳의 공통점이 교회 어른들이 ‘지켜만 볼 테니’ 또는 ‘도와주려고’라며 운영과 활동에 낀 곳”이라며 “사회에서 이미 성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을 여전히 미숙하고 돌봐야 할 대상으로 취급하면 누가 교회에 오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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