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업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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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 황순주 연구위원은 20일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 ‘갈라파고스적 부동산PF, 근본적 구조개선 필요’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0만명 이상의 고객이 손실을 입었던 2011년 저축은행 사태,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지난해 말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등 부동산PF는 지난 십수 년간 반복적으로 우리 경제에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황 연구위원은 부동산PF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낮은 자기자본’과 ‘높은 보증 의존도’를 지목했다. 황 연구위원이 최근 3년(2021~2023년) 추진된 총액 100조원 규모의 PF사업장 300여개의 재무구조를 분석한 결과, 개별 사업장에 필요한 총사업비는 평균 3749억원이었지만 시행사는 자기자본을 118억원(3.2%)만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96.8%(3631억원)는 빌린 돈으로 충당한 것이다. 자기자본 비율은 주거용(2.9%)이 상업용(4.3%)보다 낮았고, 지방(2.3%)이 수도권(3.9%)보다 낮았다. 아울러 우리나라에서는 공사계약을 수주한 건설사가 책임준공확약이라는 형태로 PF대출 상환을 사실상 보증해주고 있다.
이런 형태는 주요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인 구조다. 실제 미국은 금융회사가 PF대출을 취급할 때 자기자본이 총사업비의 최소 3분의1(33%) 이상이 될 것을 요구하고, 일본 네덜란드 등에서는 시행사가 전체 자기자본의 33~50% 정도를 직접 투입하고 나머지는 지분투자자를 유치해 조달한다. 또 대부분의 선진국은 자기자본을 통해 토지를 미리 확보한 후 공사비만 PF대출을 통해 조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토지비 대부분과 공사비 및 기타비용 전체를 PF대출을 통해 조달하는 탓에 사업성이 악화될 경우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는 우리와 달리 주요국은 차환 리스크가 없는 셈이다.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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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저자본 고보증’ 구조는 소위 한탕을 노리는 영세 시행사의 난립을 초래한다. 자기자본 100억원만 투입하고도 총사업비 4000억원짜리 대규모 사업을 일으킨 뒤 개발 완료 후 최대 수백억원의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20년 기준 등록된 시행사는 6만개 이상이다. 또 지분투자자가 없어 제대로 된 사업성 평가가 이뤄지기 힘든 데다 제3자 보증에 의존한 대출로 ‘묻지마 투자’가 발생해 위험이 사회 전체적으로 확산되는 것도 문제라고 황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황 연구위원은 최근 증가세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머지않아 금리 하락기에 접어들면 PF대출이 다시 증가해 새로운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면서 근본적인 개선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장기적 개선방안으로 시행사가 PF대출을 받을 때 일정 수준 최소 자기자본비율을 요구하는 ‘직접규제’, 자기자본비율이 낮을수록 금융회사가 PF대출을 공급할 때 더 많은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하는 ‘간접규제’ 도입을 제안했다. 아울러 지분투자자 유도를 위해 제3자 보증을 제한하는 규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황 연구위원은 “저자본 고보증 구조가 장기간 지속된 현실을 고려할 때, 자기자본비율을 일시에 크게 높이는 것은 어렵고 부작용이 클 것”이라면서 “과도기적으로 먼저 다소 약한 수준의 자본확충 규제를 도입해 시행사가 스스로 자본을 확충하거나 지분투자자를 유치할 필요성을 마련하고, 동시에 자본확충을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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