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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개는 언론 별칭"…궤변으로 점철된 야당의 '막말 보호운동'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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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론을 ‘애완견’이라고 비난한 데 대한 후폭풍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이 대표 옹호에 뛰어들면서 외려 논란이 커진 모양새다.

‘이재명 옹호전’ 선봉에 선 건 YTN 해직 기자이자 노조위원장 출신 노종면 의원이었다. “여러분은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 열심히 왜곡·조작하고 있지 않냐”(14일)는 이 대표 발언이 ‘언론 비하’ 논란에 휩싸이자, 노 의원은 “권력에 유리하게 프레임 만들어주는 언론을 학계에서도 애완견(lapdog)이라 부른다”(16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스스로 무식하거나 듣는 이가 무식하다고 무시하지 않고서야 언론 비하, 망언 따위 반응이 나올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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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면 의원이 16일 페이스북에서 ″권력이 주문하는대로 받아쓰고 권력에 유리하게 프레임 만들어주는 언론을 학계에서도, 언론에서도 애완견(랩독 Lapdog)이라 부른다. 원래 그렇게 부른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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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방어 논리는 곧바로 민주당 전체로 퍼졌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17일 “언론학에서 널리 공인되고 있는 공식적 용어를 인용해서 항변한 것”이라며 거들었다. 민주당 최다선(6선)인 추미애 의원도 18일 “언론은 질문(Questioning)하고 추궁하고 대답이 없거나 틀리면 무는 것(Biting)”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Dog(개)’는 예전부터 언론에 붙여진 별칭”이라고 가세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유사한 주장이 반복됐다. 유튜브에서 “기레기(기자+쓰레기)라고 하시지, 왜 그렇게 격조 높게 애완견이라고 해서 비난을 받는지 모를 일”(16일)이라고 비아냥댔던 양문석 의원은 18일 국회 문체위 회의에서 “조선일보사류 자칭 언론을 향해 검찰 애완견이라고 했다는데, 언론들이 여기에 대해 상당히 발작 증세를 보인다”며 조롱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이날 과방위서 돌연 워치독·랩독·가드독을 언급한 과거 방송 영상을 재생한 뒤 “제가 영상을 보고 약간 목이 메는 것 같다”는 알듯 모를듯한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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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관련 재판에 출석하기에 앞서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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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애완견을 ‘학계 용어’라며 방어하기 급급한 민주당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공감할지는 의문이다. 당장 한국기자협회·전국언론노동조합·방송기자연합회는 17일 성명서에서 “제1야당 대표와 국회의원이 공공연하게 언론을 적대시하는 상황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며 “당 대표와 의원의 발언을 언론인에 대한 명예훼손과 언론 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망발로 규정한다”고 비난했다. 세 단체는 2008년 YTN이 당시 ‘기자 노종면’을 해직하자 이를 한목소리로 규탄했던 단체들이다.

노 의원은 언론단체의 성명서에도 격하게 반발했다. 그는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제 발언과 입장 어디에 언론 폄훼가 있던가. 어느 대목이 망발인가”라며 “(이 대표가) 일부 언론의 특정 보도 행태를 지적했음에도 싸잡아 비난한 것으로 비약하고, 본질보다 외양을 부각해서 뭘 어쩌자는 거냐”라고 적었다.

‘해직 기자’ 타이틀로 국회의원 배지를 거머쥔 그가 이 대표 나팔수 역할을 자처한 건 사실 처음이 아니다. 그는 5월 18일 광주에서 열린 당 행사에서 “모진 비바람을 견뎌낼 때 비로소 뿌리가 깊어지고 단단해진다. 그런 정치인이 있습니다. 누굽니까?”라고 말한 뒤, 청중을 향해 마이크를 돌려 “이재명”이란 대답을 유도했다. 그는 재차 “누구라고요?” “안 들립니다!”라며 더 큰 호응을 유도한 뒤 “대표님을 (연단으로) 모시겠다”고 말했다. 학계 용어를 끌어오자면, 그 모습이야말로 권력자 이 대표 앞 ‘애완견’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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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당원과 함께-민주당이 합니다' 콘퍼런스 호남편에 노종면 당시 국회의원 당선인이 이재명 대표 연호를 유도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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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국개의원(국회의원+개), 견찰(犬+경찰), 개저씨(개+아저씨) 등 사람을 개에 비유하는 건 초등학생도 알 만한 비하 표현이다. 검찰 추가 기소에 격앙된 이 대표가 언론을 향해 ‘애완견’이라는 단어를 꺼낸 건 민주당 주장대로 학술 논문을 염두에 두어서일까, 아니면 언론에 대한 적대감 때문일까.

이 대표는 18일 “일부 언론의 문제임을 좀 더 선명하게 표현하지 못해 언론 전체 비판으로 오해하게 했다면 이는 저의 부족함 탓이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지난 사흘간 벌어진 ‘애완견 논쟁’은 민주당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에게 올바른 건의를 하지 않는 이 대표의 호위무사들이 이 대표보다 이젠 더 무섭다”(성일종 국민의힘 사무총장)라거나 “민주당은 내부에서 스스로 위험한 애완견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살펴보라”(김성열 개혁신당 수석대변인)는 비판이 나왔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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