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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한국에 '노 키즈존' 있다면 캐나다는 '노 플레이 존'…자유와 제한 사이[통신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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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2/3 찬성 필요: 마을에서 길거리 놀이를 위한 새로운 규정

안전을 위한 조례, 하지만 아이들의 자유 제한 우려

뉴스1

오후가 되면 동네 이곳저곳에서는 집 앞에서 농구를 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고, 인라인을 타는 어린이돌, 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노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동네 길거리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몽튼 지역 청소년들의 모습. 2024.06. 17 ⓒ 뉴스1 김남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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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캐나다의 대부분이 주택으로 이루어진 주거 형태이므로 아이들이 학교가 끝난 오후 시간에 골목마다 놀고 있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들은 특별한 놀이터에 가지 않고도, 신발을 신고 나와 집 근처에서 동네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거나 농구하며 방과 후 시간을 즐긴다.

보통 집에는 백 야드(뒷마당)가 있지만, 잔디로 덮여 있고 정원과 수영장이 조성되어 있어 공놀이나 여러 기구를 타는 아이들이 주로 도로와 연결된 집 앞 주차장에서 놀고 있다. 이런 곳은 차들이 지나다니기 때문에 가끔 위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항상 운전자와 산책하는 주민들은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주의를 기울이며, 반대로 아이들도 운전자와 걷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다.

그런데 몬트리올 남서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 데 세드르(Les C dres)에서는 여름을 맞아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새로운 조례가 시행되었다. 이 조례에 따르면, 아이들이 거리에서 자유롭게 놀기 위해서는 해당 거리의 주민 중 최소 2/3인이 놀이 구역을 지정하는 데 동의해야 한다.

이렇게 서명이 모이면 그 거리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으로 지정된다. 그렇지 못하면, 아이들은 놀이 구역이 아닌 곳에서의 길거리 놀이를 자제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주민들 사이에서 데세드르 마을의 새로운 길거리 놀이 구역 조례에 대한 이해와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도로에서의 빠른 운전과 정차 문제로 인해 안전 문제를 우려하는 주민들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조례에 대해 잘 모르고 있으며, 일부는 조례가 약간 과장된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작은 마을에서 이러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이 슬프게 느껴지며, 이 조례가 실제로 아이들의 놀이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일부 주민들은 길거리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다고 생각하며, 조례의 필요성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놀이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일일이 서명을 받아야 하는 과정은 번거로움과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조례가 주민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

또한 이 마을의 어른들도 어린 시절에 집 앞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었던 경험이 있어, 지금 아이들에게 뭔가 규제를 줘야 한다는 것에 대해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고 한다. 과거에는 도로에서 자유롭게 뛰놀 수 있었던 경험을 지닌 이들은, 아이들이 그런 자유를 제한받게 된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있다.

스쿨버스 운전기사들도 이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항상 도로에 있는 어린이를 조심하고 어린이들이 놀고 있는 것을 보면 운전자들이 속도를 줄이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하며 이 조례가 과도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데세드르 마을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인 샹탈 트랑블레(Chantal Tremblay)는 이 조례는 아이들의 안전을 높이고 합법적으로 길거리에서 놀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아직 공식적인 놀이 구역이 설정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자유롭게 길거리에서 놀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노는 것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개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 베르나르 도스트(Bernard Daoust)는 조례가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이견을 제기했다. 지속 가능한 지역 사회를 장려하는 퀘벡 기반 조직인 비브르 언 빌(Vivre En Ville) 조직 총책임자 크리스티앙 사바르(Christian Savard)는 조례가 부모와 어린이에게 놀이를 허락받아야 한다는 부담을 잘못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가 생길 경우 이웃들이 길거리 놀이를 금지하기 위해 서명을 모으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다음 주부터는 캐나다 전역이 기나긴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아이들에게는 밖에서 신나게 놀 수 있는 더 많은 시간이 허락되는 기간이다. 거리에서 놀고, 그림을 그리고, 하키를 하기 위해 아이들이 서명을 받아야 한다는 요구는 어른과 아이들이 모두 원하지 않은 선택지이다.

이런 규제가 아이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제한할 수 있으며, 여름 방학의 즐거운 순간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이미 퀘벡의 다른 작은 마을들에서 같은 조례가 통과되고 있는데 이런 조례가 아이들에게 추가적인 제약을 부과함으로써 도시 환경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문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zziobe105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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