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재부 기자실에서 열린 6월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기재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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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상속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 의지를 드러냈지만 정부는 속도조절 분위기다.
정부도 과거 '부자들의 세금'으로 불렸던 상속세와 종부세가 이제는 중산층의 고민거리가 됐다는 점에서 세제개편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다만 세수 부족과 '부자감세' 비판 등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할 지점이 많아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전날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상속세·종부세 개편 언급과 관련, "국정 철학에 부합하고 방향성에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전날 언급된 방안은) 검토 가능한 대안 중 하나이지, 정부가 구체적 방안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 실장은 전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상속세 최고세율,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인 30%까지 인하 △사실상 종부세 폐지(재산세로 통합) 등을 언급했다. 특히 상속세와 관련해선 구체적인 숫자까지 거론했다.
상속세와 종부세 개편 필요성에 대한 대통령실과 정부 입장은 일치한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가치 상승에 따라 '중산층 세금'이 된 상속세와 종부세를 이제는 손 볼 때가 됐다는 점엔 이견이 없다.
실제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상속세 과세자(이하 결정인원)는 1만5760명이다. 과세비율은 4.53%에 이른다. 이 비율은 2005년 0.8%에 불과했다.
서울로 지역을 한정하면 상속세 과세비율은 두자릿수를 훌쩍 넘는다. 2022년 서울의 상속세 과세대상자 4만3734명 중에서 과세자는 6106명(13.96%)이다. 7명 중 1명꼴이다.
다만 정부는 구체적으로 들어가 각 세제의 어떤 부분을, 어느 수준으로 고쳐야 할지 등 세부사항은 전문가 및 여론 수렴을 거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상속세만 하더라도 △최고세율 인하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일괄공제(5억원) 상향 △유산취득세로의 전환 등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은 굵직한 과제들이다.
종부세의 경우 걷힌 세금 전액이 지방으로 흘러 들어가는 만큼 지방 재정 문제와 묶여 논의될 필요성이 있다. 여당 내에서도 "종부세를 폐지하면 지방으로 가는 4조2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부자감세' 여론도 넘어야 할 벽이다. 가뜩이나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세금을 깎아주는 방향의 세제개편 논의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을 위한 세제개편을 추진하면서도 토론회를 거치는 '바텀업(Bottom-up·상향식)' 방식으로 최종 의사 결정을 내리겠다고 한 것도 부자감세 논란을 의식한 행보로 읽힌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여론 수렴 절차를 거침으로써 개편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실제 정부는 지난 3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주제로 열린 세법 개정 관련 토론회에서 '상속세 최고세율 40%로 인하' 등 한쪽의 의견만 지나치게 부각됐단 지적을 받아들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주관의 토론회를 한 차례 더 갖기로 했다.
조만희 기재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당시 토론회에서 "밸류업 세제지원은 실효성이 있어야 하고 과세형평도 돼야 하고 세수 측면에서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상속세 완화는 사회적으로 다양한 시각이 있고 민감한 이슈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공감대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상속세와 관련해선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가업상속공제대상 한도 확대 등 밸류업과 연관성이 큰 내용들만 우선 세법개정안에 담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반면 상속세율 조정, 종부세 개편에 따른 지방재정 문제 등은 장기과제로 남겨둘 것이란 관측이다. 법 개정 사항인 만큼 지난 12일 킥오프 회의를 연 여당의 세제개편특별위원회를 통해 추후 논의를 정교화해 나갈 것이란 전망이다.
최 부총리는 "상속세와 관련해선 최고세율을 낮추는 부분, 공제 부분, (최대주주) 할증을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한 과제가 있다"며 "(상속세 개편에 대한) 방향성에는 공감하더라도 그 내용에 대한 과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시급성 등을 고려해야 하는 게 정책당국의 책무"라고 밝혔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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